유럽최고의 여행지, 태양의 나라 스페인에 가다(2)-헤밍웨이가 사랑한 도시, 론다(스페인)의 누에보 다리

맑은 공기와 자유로움, 아름다운 ‘론다’

이종기 시민 기자 / 2021년 04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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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론다 전망대.

▲우리 ‘론다’로 갑니다

세비야에서 출발 2시간 후, 자그마한 론다 기차역을 나왔어요. 주변에 오렌지 나무들이 둘러 서있고 굵은 오렌지가 주렁주렁 달려있습니다. 여기저기 떨어져 있어도 주워가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마침 한국 여학생 3~4명이 이곳 관광을 마치고 역 마당 그늘에서 돌아갈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반가워 먼저 말을 걸면서 그들에게서 론다 관광의 주요 포인트를 얻어 들었어요. 구경거리, 숙소, 맛집 등 여러 가지를 잘 가르쳐 주더군요.

 론다는 해발 800여m 절벽위에 세워진 인구 약 3만 명의 작은 도시입니다. 타호협곡이 가르는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를 연결해주는 누에보다리로 유명하죠. 절벽위의 하얀 마을, 헤밍웨이의 산책길, 오래된 투우장등이 이 도시의 상징이자 랜드마크 입니다.

더구나 헤밍웨이가 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배경도시요, 집필한 곳으로 유명합니다. 또한 그가 ‘사랑하는 사람과 로맨틱한 시간을 함께 보내기 가장 좋은 곳’이라 극찬한 도시이기도 해, 많은 관광객들이 여기를 찾습니다.

↑↑ 계곡아래서 쳐다본 누에보다리.

▲협곡위에 세워진 론다의 ‘누에보 다리’

론다 여행의 가장 핵심적인 곳이 여기예요. 론다역에서 15분정도 걸어 나오면 이 다리가 보입니다. 시내가 좁아 별도의 교통수단 없이 걸으며, 거리를 자유롭게 구경할 수 있어 좋습니다. 옛 부터 과다레빈 강이 타호 협곡으로 흘러 마을을 두 개로 갈라놓았는데 이를 이어주는 120여m 높이의 다리로 아찔해서 현기증이 날 정도의 다리입니다. 두 시가지를 연결하는 3개의 다리중 제일 늦게 건설된 다리, 즉 가장 새로운 다리라는 뜻에서 ‘누에보(새로운 것)’라고 이름 지었다고 전합니다. 다리높이 120m, 길이 30여m 정도인데, 협곡아래로부터 벽돌로 쌓아 올렸어요. 건축시작 8개월 후 공사 중인 다리가 무너져 5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고, 다시 짓기 시작한지 43년만인 1793에 완공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이 다리는 스페인 내전당시 감옥 및 고문장소로 활용되면서, 포로들을 창문에서 골짜기 아래로 내던져 사형을 시키는 잔혹한 장소였다고 합니다. 아찔한 절벽사이의 근사한 비유(view)와 아름다운 모습의 다리이지만, 이런 슬픈 역사를 안고 있는 비운의 다리이기도합니다. 더불어 헤밍웨이가 쓴 소설의 탄생지요. 그와 많은 예술인들이 사랑했던 도시이며 투우의 최초 발생지입니다. 평소 투우를 좋아했던 헤밍웨이의 흉상과 기념비가 근처에 있어 세계적인 유명관광지로 더욱 각광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절벽위의 론다마을.

▲‘헤밍웨이의 산책로’를 거닐다.

헤밍웨이가 걸었던 산책로는 누에보 다리에서 ‘론다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작은 오솔길입니다. 전망대에서 멀리, 아래로 넓은 평원과 농촌마을을 바라볼 수 있어 가슴이 탁 트여요. 그는 이 길 따라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사색하면서 스페인 내전을 다룬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을 썼다고 합니다. 그는 37세 때 스페인 내전에 참전 했고 그 전쟁과 론다를 배경으로 소설을 썼지요.

그 대표적인 자리에 누에보 다리가 있고 이런 대문호의 생전 실화와 그를 기리는 기념물들이 있는 주변에서 그가 걷든 산책로를 거닐어 본다는 사실이 정말 영광스럽고 감격 했습니다.

↑↑ 누에보 다리 야경.

▲누에보 다리 아래의 특별한 비경(秘境)

누에보 다리의 보통 관광 코스는 다리 위를 걸어가, 구시가지 주변을 둘러보고 되돌아오는 정도인데, 우리는 좀 달랐어요. 다행히 다리 옆쪽 가까이에 숙소를 정하는 바람에 다리측면 부분도 자세히 볼 수 있었고, 밤에는 불빛 찬란한 그 주변의 근사한 야경도 잘 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또 특별한 것은 다리를 건너가 구시가지에서 아래 계곡까지 200여m의 꼬불꼬불한 언덕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내려가면서 계곡바닥과 다리를 생생히 올려다보았어요.

↑↑ 누에보 다리에서 본 올리브단지.

그러고 론다의 절벽아래 마을에서 오렌지, 올리브 숲 등 평화스런 농촌풍경까지도 구경했습니다. 누에보 다리는 다리위에서 보는 경관도 좋지만 다리 아래서 다리와 절벽을 쳐다보는 경치도 좋더군요. 두어 시간정도 일상코스를 벗어나, 모처럼 맑은 공기와 자유스런 분위기에서 애들과 함께 유명한 누에보 다리 밑의 시골길을 걸으며 그 아래 전개되는 별도의 전원비경도 보았다는 것에 뿌듯한 희열을 느꼈습니다.


이종기 문화유산해설가&시민전문기자 leejongi2@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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