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스토리 이상훈 작가, 이현세 화백과 함께 빛나다!!

비정시공, 레드파탈, 굿바이 썬더, 12년 간 함께 작업

박근영 기자 / 2021년 04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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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시공’ 발표 현장.

-인기 무협만화가 하승남 작가와 무명 작업, 이현세 화백과 작업하며 스토리 작가 위상 정립

한국 만화에서 지금의 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생들을 지칭하는 ‘586세대’의 존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만화를 가장 즐겨 탐독하는 세대였고 만화에 뛰어들어 직접 그리거나 스토리 만드는 작업에 참여했고 만화를 상업화 시키는 데도 어느 세대보다 맹렬했기 때문이다.

그런 독자들이 있었기에 위로는 고우영, 이두호, 방학기 같은 작가들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고 그 뒤를 이현세, 허영만으로 지칭되는 양대 산맥이 일어설 수 있었다. 지금은 ‘웹툰’이라는 만화 세상이 존재하며 수없이 많은 인기작가를 양산하고 있지만 그 근간에는 586세대가 깔아놓은 탄탄대로가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상훈 작가는 바로 이 586세대의 대표주자라 할 만한 만화계 인물이다. 만화 스토리 작가로 활동하는 이상훈 작가는 무명기(無名期)와 유명기(有名期)로 나눌 수 있다.

무명기 작업이 1980~90년대 무협만화의 사대천왕이라 할 만한 하승남 작가와의 작업이었다.
하승남 작가는 세련된 인물 묘사로 무협만화의 장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가를 받은 무협만화계 절대고수. 주인공 ‘유세옥’과 ‘취록’ 등을 꽃미남과 절대미녀로 그려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당시 하승남 작가의 작품은 전형적인 무협만화의 특성을 반영하듯 다소 침울하고 장중한 스토리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성향을 과감히 탈피, 코믹하고 유쾌하게 뒤집으며 1990년 대 중반 일대 선풍을 일으킨 것이 ‘골통 시리즈’다. 이상훈 작가는 바로 이 골통 시리즈의 스토리 작가로 하승남 작가의 전성기를 함께 했다. 이 작가는 골통시리즈에서 이전의 단순한 무협식 전개에서 벗어나 난봉꾼, 수사관, 흡혈귀 등 다양한 캐릭터 변경을 시도해 장기간 무협만화계의 주목을 끌게 했다. 그러나 당시는 스토리 작가가 지금처럼 정식으로 대우 받지 못한 채 그림 작가 아래 숨겨져 있던 시절.

“저뿐 아니라 대부분 스토리 작가들의 작가라기보다는 하나의 하부구조처럼 인식되던 시절 이었어요. 스토리 작가들이 자기들 이름을 전면에 올리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 때였지요”

그러나 이 작가의 손을 잡아 스토리 작가로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울 수 있도록 허락한 만화계 큰별이 바로 이현세 화백이다. 이현세 화백은 이 작가가 졸업한 경주고 12년 선배이지만 두 사람의 조우는 비교적 늦은 2009년 11월부터. 이현세 화백이 ‘남자 이야기’를 전제로 펼쳐낸 ‘비정시공(非情時空)’에서 이 작가가 스토리를 맡으면서부터다. 한국형 액션 느와르를 표방하며 스포츠 서울에 연재된 이 만화는 이상훈 작가의 역량을 유감없이 펼쳐낸 작품으로 2012년 1월 모두 10권의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 굿바이 썬더의 한 장면.

이후 이현세 화백과의 작업이 꾸준히 이어져 지금까지 이른다. 흡혈귀의 초월적 사랑을 그린 ‘레드 파탈(2010스포츠 서울)’, 경주에서 시작한 말 이야기로 이현세 화백의 첫 번째 웹툰 작품으로 기록된 ‘굿바이 썬더’, 독립운동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 역사극 웹툰 ‘초월(2018)’, 역시 독립군 김하락 장군 이야기를 다룬 ‘바스락(2020)’ 등이 이현세 화백과 함께 작업한 이상훈 작가의 스토리다. 이들 작품 속에서 이상훈 작가는 이현세 화백의 속내를 꿰뚫기라도 하듯 틈틈이 경주를 작품 속에 녹이며 이현세 화백이 작품에서 지켜온 애향심을 곳곳에 살려 넣었다.

“이현세 선생님은 제가 모든 것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분이십니다. 특히 우리나라 만화의 위상과 만화산업 발전을 위해 어떤 만화가도 범접하기 힘든 큰 공을 세우신 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선생님과 함께 작업한 자체로 큰 기회이자 영광이었지요!”

이 작가가 말하는 이현세 화백은 단순한 그림 작가와 스토리 작가의 차이가 아닌 스승과 제자의 관계처럼 끈끈한 신뢰가 흐름이 단적으로 느껴진다. 특히 다소 진보적인 성향의 이 작가가 스토리 전반에 넣은 시대상의 반영들, 이를테면 민주화 시위현장이나 촛불광장 같은 장치들을 보수 성향의 이현세 화백이 선뜻 포용해 준 것들은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작품의 본질에 공감한 선택들이라는 것.

그런 한편 이 작가가 털어놓는 뜻밖의 고백에는 자신만이 느끼는 이현세 화백에 대한 부채의식이 들어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현세 선생님의 최고의 만화가이십니다. 그런데 제가 맡은 스토리의 작품들은 최고의 명성을 지켜드리지 못한 듯해 못내 송구하고 아쉬울 뿐입니다”

↑↑ 인터뷰하면서 환하게 웃는 이상훈 작가.

-성남시, 은평구가 기획한 독립운동과 만화의 접목 인상 깊어. 경주 이야기 다룬 인생작품 만들고 싶어 !

이현세 화백으로 인해 빛을 내게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역량으로 이현세 화백을 빛내기도 하는 이 작가는 이현세 화백과의 작업은 그 자체로 자신도 알 수 없는 열정을 내게 만든다며 함께 작업하는 보람을 표현한다. 최근 이현세 화백이 중국대륙을 무대로 한 한국형 무협만화를 구상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작업 역시 이상훈 작가와 함께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무협을 전공으로 한 이 작가가 스토리를 만드는 만큼 다시 한 번 이현세 스타일의 호쾌함과 이상훈 식의 인간미가 조화된 멋진 무협작품이 탄생할 것이란 기대가 모아진다.

그러나 이 작가가 무협 세상에서만 자신의 진가를 드러낸 것이 아니다. 특히 자신이 주가 되어 만들어 많은 인기를 끈 웹툰 ‘슈퍼대디 열’은 만화가 진효미 작가와 콤비를 이룬 작품으로 tvn에서 16부작으로 만든 수작이기도 했다. 원작과는 약간의 차이가 났지만 이 작가 특유의 까칠하면서도 따듯한 감성이 웹툰 마니아들과 TV 시청자들의 눈길을 동시에 사로잡았다.

한편 이 작가는 2019년부터 3년간 성남시가 기획한 ‘독립운동가 100인 웹툰’에 대해 높이 평가하며 지방자치단체가 만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벌인 작업의 백미라고 소개했다. 이 프로젝트는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10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가100인의 삶을 100인 작가가 조명한 작업.

“지방자치단체가 독립운동 동시에 만화에 관심가진 예가 흔치 않은데 이 프로젝트를 수행함으로써 성남시는 문화 콘텐츠 부문에서 획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작가들은 작업참여를 통해 독립에 대해 가치관을 확장·정립하는 동시 성남시에 대해서도 깊은 애정을 가진 계기가 되었습니다”

↑↑ 바스락의 한 장면.

특히 이 작가는 이 프로젝트에서 전·후반 작업 모두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어 더욱 각별했다고. 이 작가는 전반부에 스토리 작가로 참여해 후반부에 참여할 수 없었으나 마침 안식년을 맞은 이현세 화백이 전반부에 참여하지 않고 후반부에 참여하면서 스토리 작가로 다시 참여하게 되었다고. 그 작품이 각각 윤세주 의사를 그린 ‘영원의 총탄 윤세주’와 김하락 장군을 그린 ‘바스락’이다.

이와 함께 역시 이현세 화백과 함께 작업한 ‘초월’ 역시 은평구의 획기적인 문화정책으로 소개한다. 은평구 소재 ‘진관사’를 배경으로 독립운동가 초월 스님의 독립운동을 그린 이 작품은 판타지적 요소를 그리면서도 초월 스님의 일대기를 담담하게 그려낸 수작으로 알려졌다.

이런 면에서 이 작가는 이현세 화백을 명예총장으로 초빙해 경주에서 진행하는 ‘경북웹툰캠퍼스’에도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상훈 작가 역시 이 작업에 함께 참여하는 만큼 이 기회에 경주를 위한 멋진 인생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낸다.

이 작가는 경주고시절 만화와 무협지를 탐독했고 즐겨 만화 그림을 그려 친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곤 하던 만화광이었다. 풍부한 감성으로 시를 쓰며 당시 고교 백일장에서 문명을 떨치던 유망한 문학도이기도 했다. 중앙대 국어국문학과로 진학한 이 작가는 대학 졸업 후 신화건설에서 10년 가량 직장생활을 하다 어느 날 문득 창작의욕에 들떠 직장을 그만두고 스토리를 쓰기 시작하며 험난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런 그에게 ‘스토리’는 일상에서 탐구하는 지극히 어려운 탐구인 동시에 번뜩이는 찰나의 영감이 키포인트가 되어 탄생하기도 한다.

“어느 날 제 눈앞에 번뜩이는 검(劍)이 뚝 떨어졌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이 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겠지요. 여기서 이야기가 시작되죠!”

말은 쉽게 하지만 잠시도 창작의 긴장을 놓지 않는 가운데 얻을 수 있는 고심과 고민의 산물이 스토일 것이다. 일주일을 중심으로 월화수목 4일은 부천의 만화진흥원에서 작품활동에 주력하고 금토일은 용인시 수지구 이디야 커피 수지성복점에서 사업을 병행하는 이상훈 작가는 자신의 시대에 맞는 이야기들을 하나씩 정리하며 앞으로도 작가활동에 매진할 생각이다. 언제나 재기발랄하게 세상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상훈 작가이기에 그의 작품이 어느 곳에서 어떻게 튀어나올지 지켜보는 재미와 기대 역시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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