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펠리시아 카페에 첨성대가 있다

전체적인 비율 돌 수와 의미까지 맞춰

박근영 기자 / 2021년 04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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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평에 서 있는 66% 크기의 첨성대, 구조와 조형미를 꼼꼼히 적용했다.

서울과 수도권 사람들이 즐겨 찾는 경기도 ‘양평’에 뜻밖에 첨성대 서있어 눈길을 끈다. 그것도 대충 만든 것이 아니고 외형은 실물과 거의 판박이로 같고 비율만 66%로 축소된 것이다. 첨성대 13층과 15층 사각 창문을 중심으로 아래 12단 위 12단도 맞고 2단의 기단석, 2단의 상단부 정자석, 전체적인 돌 개수도 똑 같이 맞추었다. 무엇보다 전체에 흐르는 유연한 곡선을 성의 있게 재현한 것이 정성을 여간 들인 작품이 아닌 듯 여겨졌다.

이 축소 첨성대는 양평군 옥천면 신복길 131번지에 위치한 ‘펠리시아’라는 카페의 조형물이다. 이곳 이광훈 사장은 이 첨성대를 완공한 것은 2002년이고 당시에는 이 부지에 카페조차 짓기 전이고 심지어 무슨 사업을 할지조차 염두에 두지 않았을 때인데도 첨성대부터 지었다고 회고한다.

“무언가 상징적은 조각이나 건축물을 재현해두고 싶어 고심하다 마침 경주 여행에서 강한 인상을 받은 첨성대를 떠올렸습니다. 그 조형물의 조건으로 일체의 종교성과 정치성, 지역성, 미신적 요소까지 배제한 가장 한국적이고 의미 깊은 조형물을 세우고 싶었는데 그게 첨성대였습니다”

이광훈 사장은 단순히 첨성대를 축소 복제한 것이 아니고 첨성대에 대한 공부도 다방면으로 공부한 듯 첨성대가 천문관측대가 아닌 제단형식의 조형물이었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고 상하 12단의 의미, 27단의 의미, 정자석의 의미 등에 대해서도 훤하게 꿰고 있었다. 첨성대 원형과 다른 것이 있다면 첨성대에 비해 전체적인 규모가 66%라는 점과 첨성대를 축조할 때 적용한 퇴물림 공법을 적용하지 못하고 벽돌을 평면으로 깎은 것뿐이라고 설명한다.

퇴물림 공법은 벽돌의 끝을 살짝 높게 끌어 올려 하중이 무거울수록 아래로 단단히 맞물리게 한 첨성대 고유의 벽돌 공법을 말하는 것이다. 2016년에 경주에서 강도 5.8의 강진이 일어났을 때도 첨성대가 멀쩡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광훈 사장은 기왕에 펠리시아 첨성대를 기사로 쓸 양이면 이 퇴물림 공법에 대해 꼭 써달라며 신신당부했다.

이광훈 사장은 첨성대 상하로 흐르는 옆면 곡선을 넉넉하고 풍만한 여체의 푸근함이라 강조하며 뒤에 카페를 만들면서 정원수와 조경도 이에 맞추어 여성의 풍만함이 연상되도록 각별히 신경 썼다고 설명한다. 그여기에 자연스러움을 드러내기 위해 카페 건물도 암탉이 날개로 병아리를 품듯 앞으로 나오면서 살짝 벌여 놓았고 카페 전면에 연못까지 조성해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덕분에 펠리시아를 찾는 고객들이 편안히 쉴 수 있는 조경이 완성되었다고.

첨성대를 단순한 조형물로서만 생각한 것이 아니라 건물 디자인의 축으로 삼아 전체적인 심상으로까지 발전시킨 애착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경주사람도 경주출향인도 아닌데 경기도 양평의 어느 시골마을에 이토록 정성어린 첨성대를 재현해 놓은 자체로 이광훈 사장 역시 우리 시대 또 다른 경주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번 양평에 가면 당연히 일순위로 들릴 명소로 기억했다. 이 지역 나들이 갈 출향인사들에게도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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