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서단 땅끝 나라 포르투칼에 가다(3)-포르투칼을 떠나며, 남기고 싶은 특별한 스토리

억울했던 소매치기 사건도, 지금은 좋은 여행 자산으로

경주신문 기자 / 2021년 03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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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그타르트빵을 사먹기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식당내부)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르투칼의 에그 타르트 빵

포르투칼 관광객이면 꼭 맛봐야한다는 ‘에그타르트’ 빵의 원조가게가 리스본 제로니무스수도원 건물 옆에 있어요. 관광객들이 가게 앞에서 도로를 따라 장사진이었고 먹고 가는 사람이 서있는 줄과 그냥 사가는 줄로 시끌벅적해요. 빵 1개 1.05유로(1430원)이며 하루 평균 1만여개가 팔린다고 합니다.

오렌지 색깔 둥근 빵으로 겉은 바삭 바삭 속은 말랑말랑, 달콤하고 부드러워요. 나이든 나도 맛이 좋은데 손자 녀석들이야 오죽하겠어요.

↑↑ 포르투칼의 유명한 에그타르트빵.

이 빵은 원래 이 옆 수도원에서 제조되어 온 것으로 달걀 노른자위로 만들어진다고 해요. 수도원이 번성할 때 해마다 수녀복에 풀을 먹이기 위해 수천 개의 계란 흰자위를 사용하였는데 버려지는 노른자위가 아깝고, 또 수사들의 식재를 위해 빵을 만들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나중에는 수도원 근처 설탕 정제 공장으로 운영권이 넘어가 1837년부터 공장주가 가게 문을 열어, 지금까지 이 후손들이 대를 이어오고 있다고 해요. 지금도 수도원에서 전수된 레스피대로 만들고 있으며 이 비법은 주인과 2~3명의 핵심요원만이 알고 있다고 합니다. 빵가게 이름은 ‘파스테이스 데 벨렘’이라고 불러요.

↑↑ 리스본의 28번노란색 트램(전차).

▲리스본의 28번 트램(전차)과 우리가족 소매치기 사건

리스본시내 일반교통수단은 주로 트램(전차)인데 그중에서도 노란색상의 28번이 고지대가 많은 리스본 중심부와 주변을 두루 관통하는 혈관 같은 교통수단입니다. 따라서 시내에서는 많은 관광객들이 이 노선을 즐겨 이용하고 있어요. 오랜 기간 운행된 낡은 전차이며 좁은 철로에 언덕길과 골목을 요리조리 다니다보니 복잡하고 불안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리스본 시내모습을 제대로 보려고 하면, ‘상조르제성’까지 올라가야하는 데 이곳을 오르기 위해서는 이 코스가 필수예요, 그래서 항상 이 트램은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따라서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주의말도 듣게 되요. 그런데 설마 하던 우리가 털렸어요. 사위가 100유로 (1유로/1365원) 1장을 소매치기 당하고 말았어요. 호주머니 한 쪽에 비상용으로 꼭꼭 접어 두었는데, 그놈들의 빼기 술법이 교묘한 모양이죠.

몇 명이 한조를 만들어 찜한 자를 밀치고, 정신을 딴 데로 홀린 다음 슬쩍한 모양이에요. 흔들리고 복잡한 차내에서 아이 둘까지 커버해야하니 자신(사위)보안에는 다소 소홀했구나 싶어요. 차비가 1회에 3유로이니, 이 전차를 30여번 더 탈 수 있는 거금인데 하필 멀리 코리아에서 찾아온 우리한테 마(魔)가 뻗혔는지 그땐 억울했어요.

그러나 가끔 이 에피소드를 끄집어내어 얘기할 땐 좋은 여행 자산이 되어 웃곤 합니다.

↑↑ 포르투칼의 마토지뉴스 해수욕장 전경.

▲대서양의 최서단 해수욕장과 한국 해산물 식사

연일 뜨거워지는 7월의 포르투칼, 폭염을 피하기도하고 애들을 위해 해변투어를 하기로 했습니다. 아침 맑은 날씨에 해안을 따라 500번 2층 빨간 버스는 신나게 달립니다. 해변 도로는 깨끗하고 이름 모를 서양나무들이 줄을 서서 지나갑니다. 언덕에는 좋은 저택들이 바다를 향해 서있고 해안 곳곳에 요트들이 접안돼 있어 그들의 풍요로움이 부럽기도 해요.

약 한 시간 후 푸른 바다와 모래사장이 넓은 어느 해수욕장에 내렸어요. 포르투 북서쪽 근교에 있는 마토지뉴스 해수욕장이랍니다. 멀리 대서양의 확 트인 만경창파가 수평선으로 아득해지면서 우리가 대서양의 최서단 해변에 와있구나 싶어 약간 흥분되기도 했습니다.

이곳은 서핑과 해수욕장으로 이름나있다고 하는데 모래벌이 넓고 길어요. 더운 여름치고 피서객들이 많지 않고 한적해서 좋았어요. 애들은 물가에서 두 형제끼리 첨벙거리며 놀았어요. 딸 내외는 저희 둘 만의 시간을 갖고 우리 둘은 애들의 동태를 주시하며 지냈죠. 보통 애들의 안전은 내가, 조석식사는 집사람이 주로 맡고 숙소예약과 노정 찾기는 딸 내외가 하게 되는 데 가족인데도 가끔은 의견충돌이 생겨 서로 짜증과 오해가 생겨요. 이럴 때 마음을 푸는 프리타임 시간이 필요하게 되더군요.

점심때는 뒤쪽 도시 골목 식당에 들렀어요.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도미, 청어, 오징어 등 영락없는 한국생선이 올라오더군요. 대서양에서도 우리나라 어족이 자라나 싶어 무척 반가웠어요. 그리고 큰 석쇠에다 소금을 뿌려, 생선을 굽는 모습도 우리와 똑같았어요. 그러고 보니 포르투칼이 한국 음식문화와 비슷하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습니다.

↑↑ 포르투시의 시민 축제 행렬모습.

▲포르투에서 멋진 시민축제행열을 보다.

도루강 주변 야경을 보기위해, 푸른색 타일로 장식된 아름다운 상벤투 기차역을 지나갔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역이라고 합니다.

마침 시민축제행렬이 요란한 밴드 음악소리를 앞세워 시내로 들어오고 있었어요. 뜻밖에 좋은 구경거리를 만나게 됐죠. 시내 각 지역 주민들이 지역 전통의상을 입고 특산품을 들고 밴드를 앞세워 춤을 추고 노래하며 거리를 자유스럽게 행진하는 일종의 연중 민속놀이라고 합니다. 일반시민과 관람객들은 도로가에 서서 구경하고 나중에는 그들과 같이 어울리기도 하더군요.

농어민과 상공인 등 직업 따라 자기들이 가꾼 과일, 채소, 빵, 생선, 기타 축산 및 공산물을 자랑하며 웃고 떠들며 거리를 활보합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가진 것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고, 관중들에게도 나누어 주더군요. 축제시민들의 얼굴은 모두들 즐겁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여유와 웃음과 재치로 시민들이 서로 즐겁게 소통하는 이런 축제행사쯤을 우리나라도 언제가 가질 수 있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종기 문화유산해설가&시민전문기자leejongi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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