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수리해 문화공간 만든 장성윤 사장, “황리단길에 제대로 된 음악감상실 만들고 싶었습니다”

공간을 통한 문화적 나눔, 경주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싶어

박근영 기자 / 2021년 0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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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밖에서 본 한옥의 전경

-한옥 매입 후 전체를 공연 가능한 문화공간으로 꾸며, 성능 좋은 고가의 음향기기도 설치 완료!!

‘좋은 도시’의 기준은 각양각색이다. 산업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경제적으로 안정된 도시일 수도 있고 경치나 풍경이 좋아 마음을 정화시키는 곳일 수도 있다. 새로 만들어지는 신도시들처럼 철저히 계획된 근린공원과 주민들을 위한 첨단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있는 도시들도 좋은 도시의 표준일 수 있다. 기준은 제각각 달라도 이런 곳들의 공통점은 사람들이 모이고 새로운 투자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경주는 분명한 개성을 가진 도시임에 틀림없다. 역사 문화가 숨 쉬는 노천 박물관이라는 말은 국내 어느 도시도 가지지 못한 가장 분명한 정체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최근 여러 가지 지표에서 경주가 좋은 도시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인구감소와 외부투자위축이라는 측면에서 어두운 내일을 예상하기도 한다. 출생률 저하에 따른 자연인구 감소와 수도권 중심의 경제구조와 교육열 등 비단 경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강변하더라도 갈수록 비어가는 구도심 상가들의 모습을 보면 ‘소멸도시 경주’라는 말이 꼭 먼 남의 일처럼 보이지 않는다.

바로 이런 때 경주를 좋아하고 경주의 미래가치를 믿은 끝에 결연히 경주행을 택한 서울의 사업가가 있어 눈길을 끈다. 경주공업고등학교 맞은편 사정동에 한옥을 구입해 문화공간으로 꾸미고 있는 장성윤 사장(㈜대창 프리미어, ㈜대창물산 대표이사)은 경주가 국내의 다른 어떤 도시보다 발전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고 확신한다.

“제가 여행을 좋아해 국내는 물론 세계 각지를 많이 다녀봤지만 경주처럼 유서 깊고 아름다운 곳이 없었습니다. 가치로 따져도 시세가 실제 가치보다 훨씬 낮을 뿐 아니라 미래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높아 보이지요”

↑↑ 공연시절을 갖춘 내부구조

부동산 관련 사업을 하면서 다른 지역에 다양한 건축경험이 있는 장성윤 사장은 2018년 10월, 포항에 볼일이 있어 왔다가 휴식 겸 관광 차 경주에 들른 것이 경주에 온통 마음을 빼앗긴 계기였다고 설명한다. 그렇지 않아도 어느 지역에 가건 그 지역 부동산중계업소에 들러 습관처럼 해당지역 부동산 시세를 알아보곤 하던 장사장은 경주 온 다음 달 바로 현재의 사정동 한옥을 매입하고 그때부터 개보수 공사를 시작해 바야흐로 완공단계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 한옥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일반의 기준과 전혀 다르게 만든 것이 더욱 눈에 띈다. 건평이 총 28평이니 한옥으로 치면 작다고 할 수 없는 꽤 넓은 공간인데 장성윤 사장은 이 넓은 공간에 방을 만들거나 다른 칸막이 시설을 하지 않고 공간 모두를 탁 트이게 고쳤다.

“경주를 다녀보면서 소규모 공연장이나 전시실 같은 것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황리단길을 봐도 한옥과 상가들은 많이 있는데 이런 분위기에 어울릴 법한 문화공간은 찾을 수 없었어요. 기왕에 한옥을 사서 고치는 바에야 경주에 작으나마 음악을 감상하거나 문화적 온기를 지닌 곳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장성윤 사장은 특히 그 자신 클레식 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음악 장르를 즐겨 이 한옥에 고가의 음향기기를 들여 놓았을 만큼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그는 향후 이 공간에서 소규모 연주회와 음악회, 강연회, 시낭송회 같은 문화행사가 열리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것을 단정하듯 이 공간에는 3단으로 꾸며진 연주대가 처음부터 설계되었다.

↑↑ 경주 한옥을 개조 문화공간으로 꾸미고 있는 장성윤 사장.

-손명문 건축사와 손잡고 문화공간 만들어, “나중에 손주들이 경주에 들러 할아버지 추억하면 얼마나 보람되겠습니까?”

마침 장성윤 사장의 이 한옥은 황리단길에 전통적 한옥미와 현대적 효용성을 조화시킨 한옥건물을 다수 건축한 ‘건환’의 손명문 건축사가 전담, 가장 경험 많은 한옥 장인에게 이 건물 수리를 맡겼다. 손명문 건축사는 이 한옥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며 황리단길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해줄 명소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이 한옥은 1973년도에 지어진 집으로 당시 집장사들이 주로 짓던 그 당시 건축 형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한옥입니다. 경주가 어중간한 시기의 한옥을 허물고 새로 짓는 우를 범하곤 했는데 그 시대 건물도 나름대로 역사성이 있는 만큼 잘 보존하고 새롭게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손명문 건축사의 말처럼 장성윤 사장의 한옥은 그 시대 한옥의 숨결을 지키며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멋진 공간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경주를 사랑하고 황리단길에 문화적 향취를 쏟아 넣겠다는 장성윤 사장의 희망과 황리단길의 가치를 미리 내다보고 이 지역의 시대성 깊은 한옥들을 지키는데 기여해온 손명문 건축사가 만나 또 다른 문화적 산실을 만든다는 자체로 장성윤 사장의 한옥은 이미 화제적(話題的) 가치를 지닌 셈이다.

한편 장성윤 사장은 지금까지 자주 경주를 찾으면서 경주 사람들에 대해 매우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술회한다.

“경주 사람들은 자부심이 높고 인심이 넉넉하고 체면을 아는 사람들이라 여깁니다. 아마도 오랜 전통 역사도시의 시민들이라는 자의식이 이런 풍모를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 기존의 한옥을 살리면서도 내부를 공연 가능한 구조로 바꾼 장성윤 사장의 한옥.

그런 반면 경주의 음식들은 경주의 명성에 비해 모자란다고 평가한다. 경주가 사방이 산이고 강과 바다가 조화롭다는 점 및 이에 따라 다른 지방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먹거리의 생산지이자 집산지임에도 그런 음식들이 관광객이나 방문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채 다른 관광지와 차별성을 띠지 못하는 것은 관광측면에서 장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사안이라 조언한다.

특히 장성윤 사장은 경주의 간판들이 너무 무절제하게 만들어졌다고 아쉬워한다. 관광지라는 특수성 상 멀리서 간판만 보고 찾아올 고객들이 있다는 것도 인정하지만 인터넷과 SNS가 발달하고 간판보다는 맛과 멋이 더 중요해진 현대적 개념에서 지금과 같은 간판은 경주의 수준을 낮추는 역작용을 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서울을 비롯, 선진화 된 해외 관광지들이 간판을 작게 줄여가는 측면에서 외지인의 단순한 지적이라 가볍게 치부할 수 없어 보인다.

장성윤 사장은 그 자신 경주에 관심을 가지고 구체적으로 한옥을 사서 수리한 점을 두고 총체적으로 자신의 ‘노는 노후’를 설계했다고 단언한다. 또 한 편으로는 경주에서 작게나마 문화 공간을 만드는 만큼 이 공간을 통해 문화적 나눔을 실천해 보겠다는 따듯한 소망도 가지고 있다.

“다른 분들은 거액을 기부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데 저는 그렇게는 못해도 이 공간을 경주의 음악애호가들이나 문화인들에게 내줌으로써 경주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나중에 제 손자들이 이곳에 들러 ‘할아버지가 이런 좋은 공간을 만드셨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이 크겠습니까?”

장성윤 사장은 경주 한옥은 돈 벌기 위한 방편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다른 사업에서 번 돈을 효과적으로 쓰는 공간으로 운영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이 공간을 운영할 음악전공자가 있다면 맡길 계획이라 소개했다. 때문에 일체의 음식이나 음료를 판매하지 않을 것이며 음식이나 음료가 필요할 경우에는 행사측에서 별도로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못 박는다.

↑↑ 내부에 전시된 손명문 건축사의 건축 설계 스케치(가운데)와 장성윤 사장의 소장 그림.

장성윤 사장은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고와 서울대 상과대학을 졸업, 한국화약그룹에 근무하다 자신의 사업을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그런 그가 경주에 또 다른 출발점을 만든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앞으로 경주를 좋아하고 사랑해 경주에서 새로운 미래의 계획을 세울 사람들이 더 생기기 바란다면 장성윤 사장이 훌륭한 모델이 되지 않을까? 결국 장성윤 사장과 같은 투자자들이 경주에 몰려 와 경주에 활력을 주는 것이야말로 경주가 좋은 도시라는 증거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라도 경주에서의 장성윤 사장의 바람이 온전히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하고 경주의 문화인들이 이 공간을 주목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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