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9대 경주중고서울동창회 황문섭 회장 인터뷰 “‘재미있고 유익한’ 젊은 세대의 동창회를 만들겠습니다”

지역별 동창회 조직 기존 동호회를 다양화

박근영 기자 / 2021년 0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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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문섭 회장.

-코로나 이후 성장을 위해 지금 투자해야···.직군간, 지역간, 동호인간 모임 조성을 위해 지원예정

서울의 경주 출향인 사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경주중·고등학교서울동창회다. 여러 향우 모임들 중 가장 많은 인원들이 활동하고 있고 모임도 압도적으로 활성화 돼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한 번 행사할 때마다 4~500명이 모이고 지역별, 직군별. 동호회별 모임도 가장 활발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정기적으로 진행되었던 등산대회와 골프대회, 각종 이사회와 송년회 등이 지난 2019년 11월 이후 대거 취소되면서 경주중고등학교 서울동창회 역시 어쩔 수 없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지난 2020년 10월 16일부로 제 29대 경주중고등학교서울동창회 회장을 맡은 황문섭 회장(60/경주고28회/㈜아우름전자 대표이사)의 어깨는 역대 어느 회장들보다 무겁다.

“전세계적인 시대상황이니 어쩔 수 없이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지요. 다만 이럴 때일수록 상황이 좋아졌을 때를 대비해 여력을 축적하고 좀 더 유익한 동창회가 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황문섭 회장은 이전 28대 손병기 회장(경주고 26회)에서 한 기수를 뛰어넘어 동기들의 열성적인 후원과 지지로 29대 회장을 맡으면서 두 가지를 임기 내에 뿌리내리겠다는 각오로 동창회 회장직을 맡았다고 소개한다.

“첫 번째는 재미있게 동창회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동문들이 많아도 재미없는 동창회가 되면 참여하려는 동문들이 없겠지요. 그 재미와 함께 두 번째는 유익한 동창회입니다. 동문들끼리 연대를 강화하고 협력해 서로 돕는 동창회를 만들 수 있다면 이 각박한 서울에서 얼마나 따듯하고 훈훈한 동창회가 되겠습니까?”

그런 차원에서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행사를 열기는 어려워도 동창들 간 직군을 세밀히 나누어 향후 모임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현재 개설되어 활동하는 인천, 동북부, 분당, 일산 모임 등을 기본으로 보다 다양한 지역별 동창회를 사전에 조직하고 등산, 바둑, 테니스, 축구 등 기존 동호회 모임을 좀 더 다양하고 세부적으로 발전시켜 팬데믹 이후 동창회의 인적 자산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여기에 더해 동창회 뿐만 아니라 어느 조직에서나 갈망하고 있는 ‘젊은 세대’의 유입을 위해 혼신을 다해 보겠다고 다짐한다.

“사실은 가장 힘든 것이 젊은 세대들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개인주의가 일반화된 젊은 세대들에게 동창회나 향우회 같은 모임들이 어필하기는 매우 힘듭니다. 그러나 그들이 바라는 바를 윗세대들이 정확히 알아차리고 그 요구를 반영해줄 수 있다면 그들이 전면으로 나오도록 하는 것이 꼭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실례로 황문섭 회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찾아갔던 동창회 내 축구 동호회인 ‘FC화랑’을 예로 들며 좋아하는 운동을 통해 동문들이 기수를 떠나 화합하고 서로 이끌어주고 격려하는 모습의 모범을 보았다며 세대를 떠난 이런 격의 없는 모습이 동문회나 향우회에 자연스럽게 접목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재미있는 동창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행사 자체의 내용이나 순서도 대폭 고쳐져야 합니다. 동문들이 오랜만에 만나 행사하는데 축사, 격려사, 건배사, 환영사 이런 의례적이고 상투적인 인사말들이 행사를 온통 재미없게 만들고 시간을 허비하게 만듭니다. 축제가 되어야 할 모임을 이렇게 따분하고 구태의연하게 만들어 놓고 젊은이들을 오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지요”

때문에 황 회장은 임기 중 행사가 열리면 원로 선배님들의 충분한 양해를 얻어 기존의 상투적인 행사를 지양하고 일단 활기 있고 재미있는 행사를 만들겠다고 주장한다.

↑↑ 황문섭 회장이 표지모델로 나온 리더스 월드지.

-황문섭 회장의 이천 개혁의지는 그 자신이 오랜 기간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면서 얻은 각별한 시대의식과 문화코드가 기본이 되었을 법하다. -㈜아우름전자,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과 다양한 토털 시스템 솔루션 상담 및 기술지원, 5백만불 수출탑도 받아 !

황문섭 회장은 동국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학군사관(ROTC) 장교로 군복무를 마친 후 잠깐 대한교육보험에 근무한 미국 반도체 회사인 한국 시그네틱스에 3년간 근무했다.

1990년부터 미국의 유명 반도체 기업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한국지사에 스카웃된 이후 2011년까지 인사부장과 인사임원(상무), 영업총괄임원(상무)를 지내며 제조, 품질관리, 기획은 물론 인사와 보안, 시설 환경은 물론 영업까지 다방면에서 경력을 쌓았다.

2011년 이후 그때까지의 직장생활과 스스로 닦은 영업기반을 중심으로 지금의 ‘㈜아우름전자’를 설립해 성장을 거듭해 오면서 모름지기 세계 반도체 산업과 국내 반도체 산업 30년 성장역사의 산증인이 되었다.

㈜아우름전자는 반도체 중에서도 시스템 반도체로 칭하는 비메모리 제품군을 주로 생산한다. 다시 말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메모리’는 휴대폰이나 카메라의 데이터 저장장치에 관계된 반도체인데 비해 아우름 전자가 생산하는 반도체는 내비게이션, 블랙박스, 산업자동화 기기, 가정용 전자기기, 태양광, 보안, 통신 등 기기의 어플리케이션을 구동하거나 제어하는 반도체로 아우름 전자는 이와 관련한 각종 토털 시스템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천후 기업이며 사내 엔지니어를 통해 공급상담에서 기술지원까지 토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황문섭 회장은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신념으로 기업을 이끈 결과 2015년 제52회 무역의 날에는 ‘500만불수출탑’과 국무총리 표창도 받았다.

“이후로 꾸준히 기업을 성장시켜 오면서 윤리경영, 신뢰경영, 환경경영, 사회공헌을 회사의 가치로 생각하며 창업이후 사내에서 큰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직원들과 함께 안정적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특히 황문섭 회장은 회사가 안정화 되면서부터 사회공헌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회고한다. 로타리 클럽을 통한 사회활동과 기여를 시작한 것이 그 작은 예다. 황문섭 회장은 동국대 1121 ROTC 총동문회장으로 2015년부터 장학회를 설립해 매년 500만원의 장학금을 수여해왔고 2016년에는 동국대학교 추구부에도 장학금을 기탁했다. 2016년부터 2년간은 국제로타리클럽 3640지구 서울ROTC로타리클럽 27대 회장으로 추대되어 봉사했다.

“나눔은 앞으로 더 각별히 생각해나갈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스스로 부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나눔에 관한 한 부자가 되고 싶습니다”

황문섭 회장은 ‘10억 버는 사람이 1억을 나누고 100억 버는 사람이 1억을 나누고 1000억 버는 사람이 1억을 나누었다면 그 세 사람은 모두 ‘1억 부자’다 며 독특한 부자론을 들려준다. 스스로 나눔의 가치를 얼마나 중요하게 설정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진솔한 말이다.

↑↑ 재미와 유익을 강조하는 황문섭 회장.

한편 황문섭 회장은 노후에는 경주에서 살고 싶어 그에 대한 준비도 하나씩 실행중이다. 2018년 경주시 서악동에 1천 평부지에 한옥 문화공간인 ‘춘추관’을 연 것도 그 중 하나. 한옥체험을 표방한 고급 숙박시설인 춘추관은 모두 4동 15개의 객실을 가지고 있다. 황문섭 회장은 앞으로 이 춘추관을 경주를 찾는 가족단위 관광객이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편안한 보금자리로 판매하는 한편, 자신의 휴식공간을 겸해 경주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공간, 예절교육원, 출향의 쉼터로 제공할 계획이며 이곳에서 나오는 수익금을 다시 경주를 위한 장학금, 이웃돕기 등 봉사와 지역사회발전을 위해 쓸 계획이다.

춘추관이 노후 경주에서 살기 위한 삶의 터라면 서예와 사진, 골프에 심취하는 것은 황문섭 회장이 자신의 100세 시대를 위한 또 다른 준비다. 어릴 때부터 축구를 좋아해 지금도 잠실조기축구회에서 주말마다 공을 차는 황문섭회장은 은퇴 후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스스로 ‘꺼리’를 만들어 놓아야 노후의 삶이 풍요로워질 것이라 주장한다.

“지금까지 먹고 살기 위해 달려왔다면 앞으로는 제 속에 있는 잠재력, 달란트를 발휘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행복을 위한 전제 아닐까요?”

경주에 대한 단상은 ‘돌아가야 할 곳’이라는 최종결론을 가지고 그래서라도 경주가 고도다운 도시로 발전해줄 것을 바라는 황문섭 회장은 앞으로 1주일에 한 번씩은 경주로 가보겠다는 목표로 경주를 대할 것이라는 계획을 들려주며 인터뷰를 마쳤다.

황문섭 회장이 앞으로 이끌 경주중·고등학교 서울동창회가 황문섭 회장 자신의 희망처럼 ‘재미’와 ‘유익’을 통해 혁신과 나눔, 젊은 세대들을 위한 활동 무대로 거듭날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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