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오공 일행이 왕궁을 지키고 있다고요?”

잡상, 화재를 방지하기 위한 주술적 의미로 사용

박근영 기자 / 2021년 0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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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에 올라있는 잡상.

이번호에는 서울의 조선시대 왕궁의 목조 건물 추녀마루에 사용된 ‘잡상(雜像)’에 대해 간략히 알려드리고자 한다. 많은 경주 출향인들이 경주의 목조 건물들에서는 보지 못한 지붕 장식을 보고 저것이 무엇인지 묻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궁궐을 보면 지붕 위 추녀마루 끝에 이상한 형상을 한 상들이 쪼르르 앉아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 상들은 목조식 건축물을 화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주술적인 의미로 세워둔 것이다. 경주 목조건물 같으며 치미(鴟尾)와 같은 역할을 하는 조각상인 샘이다. 그런데 모양들이 일정하지 않고 수도 일정하지 않다.

이 상들은 비록 잡상이라 이름 붙여졌으나 매우 깊은 스토리텔링에 접목돼 있다. 바로 이 잡상들이 다름 아닌 서유기의 주인공인 삼장법사,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의 순으로 배치돼 있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명칭은 대당사부, 손행자, 저팔계, 사화상이며 이 밖에 신선이나 괴수, 기인의 상으로 이귀박, 이구룡, 마화상, 삼살보살, 천산갑 등이 건물의 격이나 용도에 따라 적절히 선택되어 배치된다.

↑↑ 경희궁 잡상.

이 잡상은 탑을 쌓을 때 홀수인 양수로 세우듯이 보통 3, 5, 7, 9 등 홀수로 배치한다. 당연히 건물의 중요도가 높을수록 세우는 잡상의 수가 많다. 예를 들어 경복궁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건물인 근정전은 9개의 의 잡상이 전부 동원되고 ‘나토두’라고 상도 배치했다. 임금이 정사를 돌보는 편전인 사정전도 마찬가지다.

잡상의 유례는 중국 송나라 ‘삼와도’란 그림에서 유래됐으며 조선시대에 들어와 특히 임진왜란 이후에 두드러지게 사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조선시대 중기 이후에는 과거에 급제한 선비들이 선배들에게 신고식을 치를 때 궁궐 추녀 끝을 바라보며 잡상들의 명칭을 외워 보이는 시험을 치렀는데 만약 이를 제대로 외지 못하면 바보취급 당하고 선배들에게 술과 떡, 고기로 대접해야 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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