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뮤지컬’ 박슬기, 압도적 우승으로 대미장식-“우승 지킬 수 있었던 것, 모두 경주 시민 덕분입니다”

세계 속 우리 노래 빛나는 뮤지컬 가수 되겠다

오선아 기자 / 2021년 01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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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자신 있는 곡 에서 마법사와 나를 부르는 박슬기 씨.

지난 12월 21일과 22일 양일간에 걸쳐 경주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하나의 이벤트에 와짝 쏠렸다. 뮤지컬 가수 박슬기 씨가 참가한 유튜브 비대면 ‘미스뮤지컬’ 결승에 투표하기 위해서다.

경주출신 사업가 겸 작가인 박근영 씨의 딸인 박슬기 씨는 미스뮤지컬 최종결승 심사위원 평가에서 큰 점수 차이로 1위에 등극했고 12월 25일 발표된 최종 우승자 공개에서는 경주시민들의 뜨거운 인기투표에 힘입어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그야말로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이 소식을 듣고 투표에 적극 참여한 경주 시민들과 출향인들은 자신의 일처럼 크게 환영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통해 경주고 서울동창회 송년회에 초대돼 노래 불렀고 경주예술의전당에서도 공연하며 많은 격려를 받았습니다. 이번에도 경주 어른들의 열렬한 응원에 힘입어 ‘미스뮤지컬’에 오를 수 있어서 고마움을 말로 다 하기 힘듭니다”

박슬기 씨는 이번 ‘미스 뮤지컬’ 경연에 참가하기 전부터 뮤지컬계에서 남다른 경력을 쌓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전국규모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고 대학시절 각종 뮤지컬 대회에서 상위권 입선을 한 대다 2017년에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 대학생부분 여자주연상을 차지하며 부상으로 대구시비로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로 뮤지컬 연수까지 받고 왔다.

미스뮤지컬 경연은 비록 개인 뮤지컬 배우 김리씨가 유튜브 자격으로 실행하는 소규모 이벤트이지만 여성 뮤지컬 배우들의 한과 염원을 담은 훌륭한 경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 뮤지컬이 소홀하게 취급되는 현실에서 이런 경연을 만들어 주셨다는 것이 너무 고맙고 소중한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이 기회에 저 자신을 다시 한 번 검증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박슬기 씨는 뮤지컬 배우들의 경우 여성 관객과 시청자들이 절대적으로 많다보니 남성 뮤지컬 경연은 자주 열리는 반면 여성 뮤지컬 경연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한다. 특히 1년간 프로무대에서 경험한 바를 설명하며 ‘여성의 경우 주연을 맡아도 어지간한 남성 조연급들보다 오히려 개런티가 작은 경우가 허다하다’며 뮤지컬계의 여성차별에 대한 심각성을 조심스럽게 질타하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비록 세상을 떠들썩하게 흔들어놓지는 않아도 김리 씨가 기획한 미스뮤지컬은 많은 여성 뮤지컬 배우들과 지망생들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았다고 고백한다.

↑↑ 최종결승에 오른 김수빈 씨(좌), 박슬기 씨(중), 전소형 씨(우)와 진행하는 김리 씨.

-김리 씨, 여성뮤지컬계의 차별 타파하기 위해 개인비용으로 경연 마련, 전국 250여 실력가들 참여

박슬기 씨의 말처럼 이번 ‘미스뮤지컬’은 뮤지컬 배우 김리 씨가 순전히 개인비용을 들여 만든 경연이다.

1등에게 걸린 상금 50만원은 외형적으로는 아주 약소해 보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각종 무대공연이 사라져 자신조차도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김리 씨가 오로지 자신의 성의만으로 마련한 상금이다. 초호화 맴버를 구성하고 엄청난 마케팅을 벌여 시행하는 경연으로 따지면 몇 억원보다 가치 있고 무게 있는 비용인 셈.

9월 초에 김리 씨가 이 미스뮤지컬 경연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했던 말은 우리나라 여성 뮤지컬 현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블 캐스팅은 남자 앙상블이 주연으로 갈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인데 다 남자배우들을 위한 것입니다. 팬텀 싱어는 1, 2, 3 세편이 제작됐는데 이게 다 남자들만의 경연이었어요”

적어도 한 번쯤은 여성들이 나올 줄 알았는데 끝내 여성출연자는 단 한 명도 없었기에 스스로 이 경연을 만들어야 되겠다고 결심했다.

여기에 뜻을 같이 하는 후원자들도 참여했다. 역시 1등에게 주는 혜택인 뮤직비디오 제작은 이런 김리 씨의 뜻 깊은 도전을 본 모제작업체가 자발적으로 제안해서 성사됐다. 1등에서 3등까지 주어진 ‘마켓비’도 김리 씨의 도전에 공감한 처음 마켓비의 작은 성의였다.

뮤지컬 배우 손유동 씨도 이 뜻 깊은 경연에 자신의 뜻을 보태 3위 이상 입상자들에게 비용을 불문하고 어떤 공연이건 보여준다는 약속을 했다. 이들은 오로지 뮤지컬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어서 제각각 작지만 보석 같은 협찬들이었다.

김리 씨의 뮤스 뮤지컬 경연은 전국의 여성 뮤지컬 배우와 지망생들이에게 1차로 자신이 노래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접수 받는 것으로 출발했다. 이렇게 해서 박슬기 씨를 포함 모두 250여 명의 내로라 하는 배우와 가수들이 스스로 노래 부른 동영상을 제출하면서 ‘미스뮤지컬’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전국에서 예상보다 많은 실력 있는 지원자들이 도전해 깜짝 놀랐고 제가 이 일을 벌인 것이 참으로 잘 했다는 생각이 들며 감격의 눈물이 나왔습니다”

김리 씨가 밝힌 소감이다. 그렇게 10월 4일까지 후보 동영상을 받은 김리씨는 자신의 판단으로 우선 본선 진출자 16명을 선발했다.

이 16명은 평범한 직장인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뮤지컬 배우이거나 뮤지컬 전공 학생들이었다.
일단 본선 진출자를 고른 김리씨는 심사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뮤지컬 무대에 출연중인 유명 배우들과 뮤지컬 기획자, 감독 등 심사위원들을 위촉, 이들 16명과 함께 꼬박 2개월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박슬기 씨는 미스 뮤지컬 본선 진출 후 김리 씨와 가진 첫 인터뷰에서 고교시절부터 노래연습에 본격 매진했다고 소개하며 ‘비 오는 날 한강 다리 밑에서 혼자 노래 불렀다’며 스스로 노래 연습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많은 장르의 노래를 다 부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소개하며 대장정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박슬기 씨가 보여 준 첫 무대는 뮤지컬 Thoroughly Moden Millie의 ‘Gimme Gimme’였다.

16명 선발 이후 진행은 심사위원들의 평가에 의해 2차로 10명이 선정됐고 이들이 다시 경연을 벌여 3차 6명으로 좁혀졌다. 이들은 2명씩 조를 이루어 노래해 다시 3명으로 압축됐다. 이렇게 박슬기 씨를 포함 김수빈 씨, 박슬기 씨와 함께 조를 이룬 전소형 씨 등 3인이 4차 경연 최종 결승자로 선발됐다.

↑↑ ▲젠더프리미션에서 그 눈을 떠를 부르는 박슬기 씨.

-심사위원 평가, 인기투표 양쪽에서 압도적인 1위, ‘세계에 우리 뮤지컬 전하는 꿈 이루겠다’

이들 3인은 각각 3개의 미션을 받아 노래 경연을 펼쳤다.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뮤지컬 곡, 남성의 노래를 부르는 젠더프리 미션과 일반 가요곡 등으로 마지막 승부를 가른 것. 박슬기 씨는 여기서 가장 자신 있는 노래로 뮤지컬 ‘위키드’의 ‘마법사와 나’, 젠터 프리 미션으로 뮤지컬 ‘웃는 남자’의 ‘그 눈을 떠’ 가요곡으로 유재하 작곡 박정현 노래의 ‘그대 내 품에’를 불렀다.

심사결과 박슬기 씨는 심사위원 점수 1749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1723점의 김수빈 씨, 3위는 1715점의 전소형 씨가 차지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마지막 관문으로 이 세 명의 노래를 전부 들은 시청자들의 인기투표로 승부가 엇갈릴 수 있었던 것. 시청자 1명의 투표가 1점으로 기록되고 초대형 프로젝트의 프로그램이 아닌 만큼 수 십 명 차이의 득표로 등위가 바뀔 수 있었다.

지난 해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날 유튜브 ‘김리와 함께 하리·미스 뮤지컬’에서 심사위원 심사결과가 발표되고 딱 이틀 동안의 인기투표에서 박슬기 씨는 평소 자신과 교분을 쌓아온 중고등학교 및 대학 지인들과 자신의 채널을 구독하는 팬들의 투표, 가족들과 함께 투표전에 돌입했다. 이 소식을 들은 경주시민들이 적극 투표자에 참여하며 1063명 투표자 중 과반수가 넘는 546표로 압도적인 1등을 굳혔다. 박슬기 씨는 마지막 결승에서 1등을 튼튼히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상당부분 경주 덕분이었다며 환하게 웃는다. 그러면서 자신의 유튜브 채널 ‘seulki muto’와 김리 씨의 유튜브 채널 ‘김리와 함께 하리’를 통해 여성 뮤지컬을 꾸준히 응원해 줄 것을 부탁했다.

박슬기 씨는 이번 인기투표에서 많은 분들이 격려 메시지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뮤지컬 가수가 돼 세계 속에 우리 노래를 빛내라’는 말을 가장 많이 보았다고 전하며 응원대로 될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하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또 김리 씨의 이 경연이 앞으로도 쭉 이어져 더 많은 뮤지컬 가수들이 참여하는 명실상부한 여성 뮤지컬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기 바라고 자신도 기꺼이 이 길에 협조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직은 척박하기 그지없는 여성 뮤지컬이라는 불모지대를 함께 걸어가는 두 여성 배우들의 도전은 이제 시작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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