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미술관, 영리목적 아닌 지역 문화적 긍지 심어주는 공익목적

[1]공립미술관의 개념 및 역할, 필요성

오선아 기자 / 2020년 10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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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지방자치제가 부활하면서 지자체의 문화정책 일환으로 전국적으로 공공미술관 설립이 늘어 나고 있다. 공공미술관은 공립미술관이라고도 불리며 지자체가 설립·운영하는 비영리 목적 미술관이다. 시민들에게 전시와 교육을 제공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정부가 1991년 제정한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의하면 ‘미술관이란 문화, 예술의 발전과 일반 공중의 문화 향수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해 박물관 중에서 특히 서화, 조각, 공예, 건축, 사진 등 미술에 관한 자료를 수집관리, 보존, 조사, 연구, 전시하는 시설’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 미술관은 크게 국립미술관, 공립미술관, 사립미술관, 대학미술관으로 구분되고 있으며, 이중 공립미술관은 전국 64개(경북도내 5개) 가운데 경주는 경주예술의전당 내 ‘알천미술관’과 경주엑스포 공원 내 ‘솔거미술관’ 두 곳이 존재한다.

현재 경주는 두 공립미술관 모두 전시, 교육, 체험, 연구 등 외형적으로는 신라천년의 고도 문화예술의 도시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근시안적 정책에 따른 지역미술관의 정체성 모호함, 안일한 운영체계 등 공립미술관으로 공공성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는 한국근현대미술 중심지인 경주의 위상 제고를 기대하며 타지역 공립미술관 운영 사례들을 바탕으로 경주 공립미술관의 운영 현황을 살펴보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공립미술관이란
미술관은 미술박물관의 준말로 인문사회계 또는 자연 이공계 박물관과는 상이한 성격의 독특하고 창조적인 문화예술 공간이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제3조 박물관·미술관의 구분에 의하면 미술관은 그 설립·운영 주체에 따라 국립 미술관, 공립 미술관, 사립 미술관, 대학 미술관으로 구분하며, 공립 미술관은 지방자치단체가 설립·운영하도록 정의돼 있다. 국제박물관협의회(ICOM)는 미술관(박물관)이란 예술, 역사, 과학, 기술에 관한 수집품 및 식물원, 수족관 등 문화적 가치가 있는 자료·표본 등을 여러 가지 방법을 가지고 연구해 공공의 오락과 교육을 위해 공개 전시함을 목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기여하는 항구적인 비영리 기관이라고 정의한다.

↑↑ 일제강점기에 촬영된 우리나라 최초의 미술관 이왕가미술관.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우리나라 최초의 미술관인 ‘이왕가미술관’

국내 미술관의 역사는 1936년 덕수궁 내에 위치한 이왕가미술관으로부터 시작된다.
1933년 덕수궁 석조전에는 일본 근대 미술품이 전시되기 시작했다. 이는 고종이 덕수궁에서 승하한 뒤 비어 있던 궁궐을 공원화하면서 일본 근대 미술품을 전시했던 것. 일본에서 대여해 온 일본 회화작품과 공예품이 교체 전시됐으며 1936년 일본인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헤이의 설계로 석조전의 서쪽에 2층 전시공간을 건축해 그해 6월 창경궁 이왕가박물관에 소장 전시하던 조선 고미술품을 옮겨와 석조전과 신관을 통합해 이왕가 미술관으로 명명했다.

그렇게 우리나라 최초의 이왕가미술관은 수장고와 8개의 전시실, 강당 등의 시설을 구비했다.
이왕가미술관은 문화가 없는 조선에 미술을 진작한다는 목적으로 덕수궁에 설치됐지만 실제로는 일본 근대 미술품을 전시함으로 당대 일본 문화를 보여줬다. 아울러 창경궁의 이왕가박물관의 조선고미술품을 덕수궁으로 옮겨와 전시함으로 조선은 과거의 문화를, 일본은 당대의 문화를 보여줘 식민통치를 공고화시키는 역할도 했다.

삼국시대 이후 작품들로 구성된 전시품은 도자기, 회화, 조각, 공예품, 조선출토 중국 도자기 등이 있었으며 미술관의 소장품은 약 1만2000여점으로 기록되고 있다. 공예 전문가 중 평의원을 학예직으로 선출해 전시를 진행했고 도록이 발간된 구색을 갖춘 미술관이 탄생한 것이다. 1946년 3월 이왕가미술관은 해방과 함께 덕수궁 미술관으로 개칭됐으며 1969년 그 소장품이 국립박물관에 통합됐다.

1968년 8월 23일 국립 현대미술관의 직제가 제정되면서 경복궁 내 전시관에서 개관, 덕수궁 석조전 개조 작업을 시행한 결과 1973년에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이때의 미술관은 수집, 연구, 보존 등의 기능은 할 수 없었으며 전시 기능만을 수행했다.

# 글로벌 시대 발맞춰 나가는 공립미술관
-미술품의 가치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전시 미술관으로 역할

공립미술관은 대중들에게 가치 있는 예술 작품을 감상 할 수 있는 장소의 제공과 동시에 기회를 부여한다. 전시는 물론 교육과 체험 등이 형성되는 공간으로서 지역민들에게 폭넓고 다양한 미술관의 기능을 부여하고 있으며, 지역 문화의 정체성을 확립시킬 수 있다.

시대가 변화하고 발전하면서 교육의 수준은 높아지고 다양한 여가활동이 부각되고 있다. 이와 함께 미술관의 역할도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미술관의 기능은 미술품을 수집하고 보관하며 연구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올바르게 전시함으로 완성이 된다. 그것은 작품에 대해 관람객이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가치를 부여하고 그 가치가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술관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접하는 관람객은 개개인의 기호에 맞는 요소들을 학습하고 수용한다. 지역의 특성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종합적인 성격의 미술관을 지양할 필요가 있는 공립미술관의 경우 지역 작가들의 작품 창작 활동과 표현 공간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지역작가의 전시기능은 지역의 사립 갤러리나 전시실 이용으로 대처할 수 있다. 지역의 공립 미술관은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과 공간적 특성과 역사성을 기반으로 한 주제별 전문 미술관을 장려하고 있다.

↑↑ 경주솔거미술관 입구.

-모두를 위한 문화 지향하는 복합문화공간의 역할

21세기, 미술관의 활동이 동적으로 전환되면서 소장품에 대한 관리보다는 활용방안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미술관은 사회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이 강조되며 교육활동이나 관련 공연예술을 유치함으로써 미술관의 활동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미술관 활동을 구분하면 전시, 교육 및 강연, 워크숍, 연구, 정보제공, 출판, 공연예술, 회원 운영, 자원봉사, 서비스 공간제공 등을 들 수 있다.

이를 통해 문화 욕구를 충족시키고 미술에 문화에 대한 이해 능력을 높여 문화도시로 나아가려는 문화 행정의 중요한 핵심을 이루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술관은 예술인들과 예술을 필요로 하는 관람객이 만나는 동시에 미술교육과 체험이 이루어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문화 촉매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문화는 개인과 사회, 국가를 지탱하고 끌어가는 원동력이므로 그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화공간은 모두를 위한 문화를 지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공간을 이용하는 문화 활동의 주체 및 문화 활동에 참여하고 관람하는 객체가 한데 어우러져 융합이 이뤄져야 가능하다.

↑↑ 경주예술의전당 내 위치한 알천미술관.

#삶의 의식과 시선 넓혀주는 공립미술관

박물관의 한 분야로서 출발한 미술관은 기본적으로 수집한 미술품을 보관해야 할 필요성에 의해 설립됐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미술 문화의 발전을 목적으로 인류의 귀중한 대표적 문화유산을 수집·보존·조사·연구 및 전시를 행하는 사회적 기관이 됐다.

미술관의 우선적인 책무는 소장한 작품의 관리에서 시작되지만, 미술품에 따르는 분류와 진열, 보수작업뿐 아니라 작품의 내용에 대한 그 가치를 자리매김하기 위해 전문적 연구 활동을 행해 그 결과를 학술적으로 다룬다. 그리고 전시를 통해 대중에게도 그 중요성을 소개하고 적극적인 교육과 홍보 활동을 한다.

다시 말해 미술관이 과거 특권계층의 전유물을 과시하기 위한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대중의 요구와 기호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대중 개개인이 주체가 되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지역민이 주체가 되는 미술 문화를 창출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립 미술관은 설립자의 취향이 강하고 대체로 소규모이기 때문에 지역 활성화를 위한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경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지역문화예술이 지속해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는 사실은 배제할 수 없다.

지역민들의 세금에 의해 운영되는 공립미술관은 지역의 공동체적 문화형성에 있어 핵심적인 의미를 갖고있다. 사회의 전통과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며, 타지역과의 문화적 의사소통 창구로서 삶의 의식과 시선을 넓혀 대외적으로는 지역의 문화적 긍지를 심어주고 지역 내 문화예술에 대한 지역민의 향수권 기회 확대 등 문화 복지 기반을 구축해 나가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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