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점에서 사람이 쫓겨난다.

무인 결제시스템 도입 상가 급격히 늘어

박근영 기자 / 2020년 08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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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높아지는 임금비 부담과 열악한 근로환경에 대한 세간의 질타에서 벗어나 기계가 상점을 돌보는 이른바 ‘무인상점’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무인상점은 아이스크림 가게, 편의점, 성인용품 판매점 등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여서 앞으로 또 다른 고용문제를 일으키는 변화요인으로 전망된다.

편의점 기능을 하는 한 플랜차이즈 무인상점. 문을 열고 들어가면 센스가 작동하면서 ‘어서 오세요 OOO입니다’는 인사가 나온다. 상점 안, 양쪽 진열장과 통로 가운데로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이런 매장 자체는 일반 편의점과 다를 게 없다. 무인 상점은 군데 군데 감시카메라가 달려 있어 전체 매장 안을 다각도로 비추고 있다. 이와 함께 매장에는 보안업체 마크도 곳곳에 붙어 있다. 혹시라도 물건이 무단 반출되면 시스템에 의해 즉각 보안업체가 출동하도록 준비되어 있다는 엄포다.

가장 다른 점은 계산대다. 계산대에는 2대의 무인 결재대가 마련돼 있다. 모든 제품에 바코드가 찍혀 있어 고객이 직접 바코드 인식기를 들고 바코드를 스캔하면 계산대 모니터에 금액이 뜨고 계산대 아래쪽에 카드 정산기가 딸려 있어 이곳으로 카드를 삽입하거나 카드에 연동된 휴대폰을 접촉하면 결재가 완료된다. 만약 결재 완료되지 않은 물품을 들고 나가면 즉시 센스에 의해 경보음이 작동하고 보안업체가 출동한다. 물건을 들고 나오니 ‘안녕히 가십시오’라는 인사도 친절히 나온다.

자동결제 시스템은 임금비 절감 요인으로 앞으로 사람 손길을 최소화 할 수 있는 편의점이나 각종 판매상점들이 즐겨 상용화 할 전망이다. 시스템을 마련하는 초기 비용이 한두 달 아르바이트 쓰는 비용으로 대체되고 각종 보안시스템이 발전하고 있으니 도난이나 탈취 등의 부담도 덜하다. 그러나 아무래도 이로 인한 고용감소가 큰 문제다. 시간제로 끊어서 아르바이트 해온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시련 요인이다.

때맞추어 8월 이후 저가 생활용품 전문업체인 ‘다OO’도 각 매장에서 결재인력들을 없애고 자동결재시스템으로 전환했다. 매장관리하는 직원들이 가끔씩 결재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을 안내하는 정도로 결재인력이 완전히 사라졌다. 지난해부터는 대형 쇼핑몰에도 ‘자율결재대’라는 이름으로 결재 테이블이 바뀌기 시작했다. 물질문명의 발전이 일터에서 사람을 쫓아내기 시작한 것이 비단 무인상점에서만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바야흐로 이제는 전방위에서 자율계산의 위력이 드러나고 있다. 여기서 그칠 일이 아니다. 인공지능은 기하급속도로 발전할 것인바 사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영역을 선점하고 특화하는 것이 앞으로 생존의 비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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