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수 영화감독-마이 캡틴 김대출, 2009 외인구단 이후 꾸준한 작업

영화와 드라마, 연극 다양한 장르에서 자신의 존재를 지켜온 송창수 감독

박근영 기자 / 2020년 07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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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0% 자신의 역량을 펼쳐 보일 대작 영화를 기획중인 송창수 감독.

코로나19로 인해 타격을 입는 업종이 하나둘일까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종 중 하나가 공연 및 영화산업일 것이다. 따지고 보면 2차 유행을 일으킨 클럽이나 최근 집회를 최소화 하도록 조치한 종교모임에 비해 공연·영화에 대해 훨씬 일찍 제재를 가한 것은 매우 불합리한 문제였다.

영화나 연극, 뮤지컬과 다양한 음악 등 공연은 마스크 쓰고도 충분히 관람 가능하고 공연 특성상 정숙을 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침방울 튈 일이 근본적으로 차단된다, 무조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라고 해서 코로나 초동시기에 섣불리 영화관이나 공연장부터 문 닫게 만든 것은 공연문화의 특성을 눈곱만큼도 이해하지 못한 보건 행정가들의 어처구니없는 오판이다. 마스크만 잘 쓰고 감염에 대비한 일상적인 몇 가지 수칙만 지켜진다면 공연장은 식당이나 클럽, 교회보다 훨씬 안전한 문화쉼터요 오히려 코로나19로 지친 세상 사람들을 위안해줄 몇 안 된다는 탈출구일 것이다. 그 문화 쉼터가 코로나19 창궐 초기에 가장 먼저 요주의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뜻밖에 일터와 공연기회를 잃은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그런 피해를 입은 대표적인 출향인 중 한 명이 송창수 영화감독이다. 경주를 소재로 경주에서 시작해 경주에서 모든 촬영을 끝 마친 영화 ‘마이 캡틴 김대출(2006년)’과 만화가 이현세 화백의 출세작인 공포의 외인구단을 드라마로 재구성해 만든 ‘2009 외인구단(2009.MBC)’으로 기억되는 송 감독이다.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작 영화를 한창 촬영하고 있을 시기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기획이 보류되며 예의 코로나19 피해자 중 한 사람이 되어 있다.

“지금 상황에서 코로나19를 탓해 무엇하겠습니까?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이 더 중요하겠지요”

송 감독은 스스로 고민하지 않고 활달하게 사는 편이라 자신을 정의하며 여기에 더해, 시간 날 때마다 마음 밝히는 ‘명상’을 1년여 전부터 해왔다고 소개한다.

↑↑ 송창수 감독의 영화감독 데뷔작 마이 캡틴 김대출

-경주의 경주에 의한 경주를 위한 영화 ‘마이 캡틴 김대출’이 영화감독 데뷔작

송 감독은 드라마 ‘모래시계(1995년 SBS)’로 유명한 김종학 사단에서 연출을 배웠고 1999년 여균동 감독의 독립영화 ‘내 컴퓨터’, 2000년 역시 여균동 감독의 ‘미인’에서 조연출을 맡으며 영화무대에 워밍업을 시작했다. 이후 영화 ‘친구(2001년)’로 스타덤에 오른 곽경택 감독의 조연출로도 활약했다.

본격적으로 자신의 작품을 시작한 것은 2006년 상영된 ‘마이 캡틴 김대출’이다. 문화재 도굴을 다룬 지극히 경주적인 영화였던 이 작품은 정재영 씨가 주연을 맡았고 경주 출신 배우 이도경 씨가 조연을 맡아 열연했다. 아름다운 경주의 문화재, 특히 대릉원 담장과 천마총이 주로 등장했던 이 영화는 송 감독이 얼마나 경주를 아끼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작품이었고 특히 경주사람들에게는 이도경씨의 맛깔스러운 경주말이 단연 돋보였던 영화였다.

영화판의 입장에서만 보면 송 감독은 판에 박은 영화계 사람 같지만 뜻밖에도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다니던 쟁쟁한 공학도였다. 그것도 대학원까지 마친 엄청난 스펙을 자랑했다. 당시 조선산업이 국내 최고의 직종으로 부상해 있었고 더구나 최고의 명문대를 다니고 있었으니 탄탄대로가 자신의 앞에 열려 있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공과목보다 영화가 더 끌려 도저히 공부를 계속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선 시나리오부터 쓰기 시작했지요”

2006년 마이 캡틴 김대출 시사회가 끝난 뒤풀이에서 들려주었던 송 감독의 회고다. 여러 대본을 쓰던 중 2005년 대한민국 시나리오 대상에 선정된 ‘마이 캡틴 김대출’이었고 이듬해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직접 영화로 만든 것이 그의 첫 작품이 되었다.

이 작품 이후 오랜 기간 영화를 만들지 않았던 송창수 감독은 이현세 화백 원작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이번에는 TV드라마를 공략하면서 일대 화제를 일으켰다. ‘2009외인구단’ 이름으로 제작된 MBC 16부작이었던 이 드라마는 당시 까치 역에 윤태영 씨, 엄지 역에 김민정 씨, 마동탁 역에 박성민 씨를 캐스팅하며 이들을 일약 스타덤에 올리기도 했다.

↑↑ 송창수 감독이 이현세 화백 원작 공포의 외인구단을 드라마로 재구성한 2009외인구단.

-서울대 조선학과 석사 출신, 스스로의 벽과 영화계의 벽 깨며 도전 계속 해와, 110% 기대되는 대작 영화 준비 중

이후 MBN 16부작 드라마 수상한 가족(2012년), Mnet의 4부작 드라마 미미(2014년) 등을 연출하며 드라마를 제작했다. 송 감독은 2012년과 2014년, 2017년에는 연극 ‘고흐+이상 나쁜 피’를 연출해 불우한 천재 화가 고흐와 자신의 재능을 다 펴보지 못한 천재 시인 이상이 동시대에 만났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를 추적하는 팩션 연극을 선보였다. ‘남이 원하는 삶을 살지 말고, 힘들다고 포지하지 말고, 끝까지 살아내라, 그대의 진짜 생을!’이란 대사가 두드러진 이 연극의 주제야말로 어쩌면 평탄하게 보장된 미래를 버리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영화인의 삶을 선택한 자신에 대한 이야기였을 수도 있다.

송 감독은 2015년 만화가 박인권 화백의 원작 ‘여자전쟁’을 극화해 IPTV인 U+TV에 올리기도 했다. 6개 에피소드로 제작된 이 시리즈에서 송 감독은 ‘여자의 이유’ ‘이사 온 남자’ ‘도기의 난’ 등을 연출해 원작의 재미를 한껏 살려냈다. 이 중 ‘이사 온 남자’는 지금 다시 봐도 시의성이 많은 미성년자 성범죄를 긴장감 넘치게 다루었다.

가장 최근에 송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는 멜로 코미디 장르로 2019년에 찍은 ‘내 남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이다. 모든 배우들을 신인으로 캐스팅해 또 다른 스타 탄생을 예고했지만 아쉽게도 배우들의 연기력 한계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러나 스타 캐스팅으로 안정적인 영화흥행을 보장받으려는 기존의 안일한 풍조에 맞서 과감히 신인을 기용해 영화를 만들고자 기획한 것은 기록적인 일로 평가된다.

지난 10일 용인의 힐링치유센터 ‘더 밝음’에서 만난 송 감독은 코로나19로 시련을 겪고 있는 상태이면서도 밝고 유쾌한 모습이었다. 송 감독은 예의 계획중이던 영화가 코로나19로 인해 전면 중단된 가운데 꾸준히, 그리고 차곡차곡 새 영화제작을 위해 하나씩 매듭을 풀어가고 있는 중이다.

영화와 드라마, 연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스스로의 벽과 기존 영화판의 벽을 깨며 꾸준히 자신의 존재를 지켜온 송창수 감독. 지금까지는 ‘2%’ 부족한 여러 가지 상황들로 인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언제나 긍정적인 에너지로 무장되어 있는 그를 보면 그 모든 2%들이 한데 모여 110% 확실한 ‘작품’을 반드시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그때는 제발 코로나 따위 사라져 있기를 기대하고 공연장에 대한 비뚤어진 인식도 고쳐져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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