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차 없는 인사동길-자동차 넘쳐나는 봉황로, 황리단길, 첨성대 뒷길 오래 못가

원활한 대중교통 수급도 필요

박근영 기자 / 2020년 05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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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 없는 공휴일 인사동 거리.

본지 1390호에 ‘인사동에는 있고 봉황로에는 없는 절대 보물’이란 기사를 실은 적 있다. 이 속에서 인사동이 잘 되는 이유로 주변 인구를 꼽았다. 그러나 인사동이 문전성시인 것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화랑이나 골동품 같은 문화요소 대신 카페나 레스토랑, 술집으로 상당부분 바뀌었지만 그래도 인사동은 사람들로 붐빈다. 이 길들 역시 코로나19로 한동안 발길이 뜸해졌으나 최근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 되면서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인사동과 비교할 만한 경주의 문화거리로 봉황로가 있다. 그러나 봉황로는 주변 인구 감소로 백 수십억 예산으로 단장하고서도 일찌감치 관심권에서 멀어졌다. 반면 황리단길이란 이름의 새로운 문화거리가 각광받고 있다. 또 한 군데 붐비는 곳이 핑크뮬리 필 무렵의 첨성대 뒷길이다. 주말이나 공휴일, 관광성수기면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혼잡한 곳들이다.

그러나 인사동길이 경주의 이런 길들과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차 없는 거리의 실현이다. 주말과 공휴일에 인사동은 어김없이 도로가 통제돼 아예 자동차 출입이 안 되도록 사슬이 채워진다. 여기에 인사동은 주변에 그럴 듯한 주차장이 없다. 공영주차장이라고 해야 인사동 주변에 고작 100여대 정도 세울 수 있는 수준이고 노후화된 주변 빌딩들을 통 털어도 역시 수백 대 규모가 한계다. 주차비도 10분당 2~3000원 선이라 자칫 차를 가지고 나갔다가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된다. 때문에 대부분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당연한 듯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특히 점주들이 당연한 듯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한다. 이렇다 보니 주말 차 없는 거리의 실현이 훨씬 쉽다. 주말이나 휴일, 차 없이 평화로운 인사동 도로는 문화인들의 거리 공연과 허가받은 노점들, 마음껏 거리를 뛰어 다니는 어린이들로 가득 찬다.

경주의 길들은 이런 당연한 노력에 둔감하다. 자기 가게 앞이라고 자동차를 세워둔 채 스스로 고객의 보행자유를 구속하는 봉황로 점주들,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어김없이 도로를 꽉꽉 메꾸는 차들로 인해 그 짧은 길 벗어나는 데만 3~40분씩 걸리는 첨성대 뒷길, 자동차를 피해 위험하게 움직이는 관광객들의 불안은 결국 길에서 사람들 쫓아낼 것이다. 그렇다고 주변에 대형 주차장을 만들자는 어리석은 정책은 금물이다. 그 주차장으로 인해 더 심한 체증을 유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사동은 주차장이 없는 대신 대중교통의 수급이 원활하다. 경주시와 상가들이 이 점에 공감하지 않는 한 주말과 공휴일, 관광성수기의 복잡한 교통체증으로 인한 불편과 스트레스는 상가와 시민, 관광객 모두에게 ‘짜증스럽게’ 되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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