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배근 교수의 ‘경세제민’-더불어민주당, 더 많이 공부하고 현장 뛰어야

현실 정치에 참여하며 경제학자로서 경주 진보 정치 개척해

박근영 기자 / 2020년 05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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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배근 교수

제21대 경주 총선 결과 김석기 후보가 52.68% 득표율로 당선, 미래통합당에 대한 시민의 지지를 굳건히 한 것에 비해 더불어민주당 정다은 후보는 14.73% 득표율로 3위에 그쳤다.

이는 지난 2018년 치러진 제7대 지방선거에서 경주시장 후보로 나섰던 더불어민주당 임배근 후보가 받은 22.4%의 득표율보다 뒤쳐지는 결과였다. 지역 특성상 국회의원은 미래통합당 후보가 차지하더라도 여당 후보의 약진으로 ‘보수와 진보의 양 날개’로 정부에 대한 강도 높은 영향력을 기대한 시민들에게는 아쉬운 대목이다.

이 같은 선거결과에 대해 누구보다 할 말 많아 보이는 사람은 2년 전 지방선거에서 경주시장 후보로 나섰던 임배근 전 동국대 교수일 것이다. 제20대 총선에서 8.5%(이상덕 후보) 지지에 그쳤던 경주의 민주당을 20%대로 끌어올리며 선전했지만 이후 2019년 5월에 불거진 ‘사고위원회 파동’으로 ‘적폐대상’이란 오명까지 짊어지며 경주시지역위원장직에서 물러났던 그다. 자신에 대한 억측이 채 소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변의 제21대 총선 출마 기대를 의식, 혼선을 막기 위해 출마 포기를 선언하기도 했다.

“당시나 이번 선거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반사효과는 비슷했을 것입니다. 특히 이번 선거는 코로나19에 대한 현명한 대응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며 지지세가 확장되었지만 아쉽게도 경주에서 민주당 후보는 그 효과를 지지로 연결시키는 역량이 부족했습니다. 주요 경주시 당직자들과 후보가 화합하지 못 한 것 역시 지지율이 도로 낮아진 원인일 것입니다”

임 교수는 이번 선거를 통해 경주의 민주당 관련자들이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지 않는다면 이후 선거에서 더 이상 시민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여당으로서 역량 있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번 선거에서 그런 발판을 잃어버린 것이 가장 뼈아프게 느껴집니다”

제7대 지방선거 후 경주의 여당 대표주자로 주낙영 시장이나 김석기 의원을 측면에서 도와 경주발전을 이끌고 싶었던 그의 바람은 ‘사고위원회’라는 충격적인 사고로 인해 일거에 중단됐다고 한탄한다. 마침 기자가 2019년 4월 18일 자로 쓴 ‘SNS는 즐거워’에는 당시 임배근 위원장이 주낙영 시장과 전격 회동 ‘경주발전에 함께 힘쓰자’며 넥타이를 바꾸어 맨 기사가 보도됐다.

“아쉽게도 그 후 특별한 협의는 없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주가 사고위원회로 부각되며 지역 위원장에서 물러났고 그 사건 이후 중앙당내의 영향력도 상당부분 잃어버린 상태입니다. 경주발전에 힘을 보태고 싶지만 개인 신분으로는 딱히 경주를 도울 방법이 없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임 교수는 정치 자체를 떠나 인간적인 신뢰가 무너진 것에 더 많은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눈에 뛸만한 발판을 닦았는데 그 기반이 오히려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옮겨졌고 급기야 자신을 공격한 당원들 속에서조차 불협화음이 일어나며 자멸했다고 진단한다.

“이런 내막을 모른 채 민주당 자체를 보고 응원하는 지지자들에는 이번 선거결과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겠지요. 더구나 민주당 지지율에서 ‘전국 꼴찌’ 도시라는 오명은 경주의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일 것입니다”

↑↑ 임배근 교수의 책 경세제민.

-민주당, 목소리만 크면 안 돼, 더 많이 공부하고 경청해야. 노무현 감성팔이 지양, 정신과 사상부터 본 받아야.

임 교수는 지방 언론들의 편향적 비판 보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역 언론들이 주로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대상은 실제로 정치를 이끄는 국회의원과 시장, 시의회와 행정당국이어야 하는데 이들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지역에선 야당격인’ 더불어민주당이나 기타 진보 정당에 대해서는 지나칠 만큼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 왔다며 볼멘소리다.

“지역 언론들이 시청이나 주요 정부기관의 광고에 의존해 재정을 해결해오다보니 이런 현상이 심화됐다고 봅니다. 이건 바람직한 언론관도 아닐뿐더러 지역경제발전이나 지역정치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그렇게 길들여지면 언론사 발전에도 큰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경주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어떤 모습을 지향해야 다시 정책정당으로 일어설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임 교수는 다소 단호한 모습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우선 자질 향상을 위해 많은 공부를 해야 합니다. 목소리만 크게 낸다고 해서 좋은 정치를 할 수 없습니다. 경주 시민의 바람을 듣기 위해 경청해야 하고 경주시의 지역발전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개인적인 잇속으로 정치활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임 교수는 진보를 지칭하는 사람들이 고 노무현 대통령을 팔거나 문재인 대통령에 기대어 감성팔이를 해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가한다.

“노무현 대통령을 흠모한다면 봉하마을로 몰려가기보다 그 분의 정신과 사상을 본받고 실천하는 것을 먼저 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다면 그 정책을 현장에서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지 무턱대고 옹호하고 떠받들면 안 됩니다”

임 교수는 경주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시민들은 주변인들로부터 많은 질시를 감내하면서 ‘자신들 나름의 민주적 씨앗을 싹틔우려는 사람들’이라 강조하면서 이들의 간절한 바람에 제대로 응답하기 위해서라도 미래통합당보다 훨씬 많이 공부하고 훨씬 많이 현장을 뛰면서 공감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러나 임 교수는 그 자신, 향후 또 다른 정치 활동에 관심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일단 손사래다.
“현실정치에 뛰어든 것은 경제학자로서 경세제민의 꿈을 현장에서 실현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다시 정치적인 활동 운운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요. 정책제안이나 힘닿는 범위 내에서 대내외적으로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고 싶지만 그 역시 혼자 생각으론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고요. 다만 누구건 진정성 있게 협조를 요청하면 언제건 성심껏 도울 생각입니다”

현실적인 경주발전방안으로 자신이 오랫동안 주장해온 자동차 부품산업, 특히 전기차 관련 연구와 부품개발이 경주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특히 자신이 시장 후보시절 강조하고 문재인 정부의 지역발전 공약으로도 제시한 신재생에너지 융복합타운 경주유치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 교수가 쓴 칼럼집 ‘경세제민-어느 경제학자의 경주사랑’은 그가 오랜 기간 지역과 중앙언론들에 기고한 경주사랑의 글들로 넘친다.

경제학자로서, 현실정치에 참여하며 경주의 진보 정치를 개척해온 그의 꿈은 여하간 지금은 멈췄다. 누군가 진보의 싹을 키울 올바른 사람이 나타나면 기꺼이 돕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이제 갓 시작된 상태다. 그가 바라는 진보정치의 꿈이 경주에서는 언제쯤 꽃 피울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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