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동 ‘온정플라워’ 김온정 사장-“꽃은 뇌물 아니에요”

코로나19로 지친이들에게 꽃들이 작은 위로 되길

박근영 기자 / 2020년 04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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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는 꽃 들이면 안 되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어서 꽃 농가와 판매상들이 힘들어졌어요”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던 지난 2월 13일, 서울시가 시민들을 위해 여러 가지 경제적 지원수단을 발표하면서 한 가지 눈에 띈 것이 있었다. 화훼농가를 위한 서울시 및 산하 공공기관에 공식적으로 꽃 선물 캠페인을 벌여 ‘1테이블 1플라워’ 정책을 시작했다. 당시 서울시는 코로나19 발생으로 졸업식과 입학식이 취소되자 꽃 가격이 떨어지고 소비가 갑자기 줄어들어 꽃 재배 농가와 판매상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에 따라 2월 14일부터 시장 및 부시장 집무실과 각종 회의실을 시작으로 청사로비와 구내식당까지 꽃이 놓이기 시작했고 매주 화요일은 화화데이로 정해 꽃소비 촉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경주시도 그런 행사를 해 주면 좋겠지요. 그러나 아무런 정책적 뒷받침은 없었고 오히려 시장님 취임 이후 2년 지나면서 꽃소비가 몰라보게 줄어들었어요”

황성동에서 꽃가게 ‘온정플라워’를 경영하는 김온정 사장의 말에는 부러움과 아쉬움, 앞으로의 걱정이 동시에 스며 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코로나 19로 인해 온갖 행사들이 취소되면서 꽃 매출이 말도 못할 만큼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사장이 더 크게 염려하는 것은 따로 있다.

“지금 당장의 상황은 바이러스가 극복되면 조금이나마 회복되겠지만 경주 일원에 퍼진 꽃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더 문제인 것 같아요. 이 예쁘고 아름다운 꽃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꽃을 마치 부정부패의 원흉처럼 보고 있잖아요”

김온정 사장은 기본적으로 김영란 법 시행으로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꽃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어지간한 화분 하나가 보통 5~10만원이고 보니 김영란법이 규정하는 선물 5만원, 상한선에 딱 걸리면서 꽃매출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주낙영 시장이 취임하면서 꽃이나 화환을 보내지 말아달라고 당부한 것이 이후로 꾸준히 와전돼 시청에는 꽃 들이면 안 되는 식으로 인식되면서 경주시 전체가 꽃과 담쌓은 듯은 모습이 돼버렸다며 한숨이다. 허례를 막고 청렴함을 강조한 시장의 좋은 마음이 왜곡된 채 바로잡아지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는 것.

이런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경주시 전체 꽃 재배 농가들과 판매상들이 큰 타격을 입고 업종전환이나 생계보조수단으로 다른 일을 겸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김온정 사장 역시 꽃집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한동안 홍삼 대리점을 겸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23년 동안 공부해 온 꽃에 대한 열정이 아쉬워 다시 꽃에만 전념하게 됐다고 한다. 그나마 김사장은 맞벌이 부부라 그런대로 어려움을 이길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주의 꽃 재배 농가와 판매상들은 말 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경주 꽃 시장은 말할 수 없이 위축돼버려서 이제는 질 좋은 꽃이 생산되지 않아 이중고를 겪고 있어요”

김온정 사장은 경주의 꽃재배 농가들이 줄어들면서 소비자 기호에 맞는 꽃을 조달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거꾸로 서울 강남의 꽃도매 상가에 꽃을 주문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고개를 가로 흔든다. 아무리 경주의 꽃으로 화환을 만들려고 해도 질이 받쳐주지 못하니 어쩔 수 없다는 입장. 참고로 경주시청 2018년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생산면적 2만6200ha(헥타르), 생산량 99만6000본에 달하던 경주 화훼류 생산량은 무슨 이유에선지 2014년 들어 대부분 사라졌고 2015년 김영란법이 예고되면서 이전의 생산력을 회복하지 못한 채 2017년 기준 600ha, 1만6000본으로 극히 일부만 남았다. 주낙영 시장 취임 후인 2018년 이후 통계는 나와 있지 않은 관계로 정확한 데이터는 알 수 없으나 김온정 사장의 말을 빌리면 개선되었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값싼 꽃배달, 조화 사용 등 실제와 달라···. “꽃에는 좋은 마음이 함께 들어 있어야지요.”
김온정 사장은 여기에다 몇 년 전부터 종편방송이나 케이블 티비를 통해 꾸준히 광고되는 값싼 꽃배달 서비스도 전체적인 화훼시장을 엉망으로 만들었다며 분개한다.

“광고는 4만9900원이니 3만8000원이니 떠들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교묘한 낚시 광고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소비자들은 그런 내막을 알 수 없지요.”

실제로 이런 광고들은 조화(造花-가짜 꽃)를 사용하거나 판매가 아닌 렌트를 위주로 하는 경우, 비용 외에 배달료가 따로 청구되는 등 추가요금이 붙는 등 전통적인 꽃 배달과는 다르지만 소비자들은 이런 내막을 모르고 우선 가격이 저렴한 것을 보고 주문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꽃에는 좋은 마음이 함께 깃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김온정 사장은 무턱대고 값싼 화환들이 시장을 흔드는 것은 물론 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까지 해친다고 주장한다.

김온정 사장은 이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꽃과 나무가 주는 향기와 아름다움, 싱싱함에 빠져 사는 것을 행복으로 생각한다. 꽃을 돌보고 가꾸는 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 귀하고 소중하게 여겨지기 때문.
“꽃 잘 가꾸는 비결은 하나 밖에 없어요. 정성이죠. 정성을 많이 들이는 만큼 꽃과 나무는 반드시 보답합니다”

‘사람들은 꽃을 단순히 서있는 식물로 대하지만 꽃에도 감성이 있어서 자신에게 좋은 말 해주는 것을 알고 좋은 음악을 즐기기도 한다’며 그래서 꽃을 돌볼 때는 언제나 좋은 말로 꽃과 대화한다는 김온정 사장. 정성껏 키운 나무 한 그루, 난초 한 화분 내보낼 때는 마치 자식 출가시키는 기분이라며 은근한 꽃사랑을 자랑한다.

“꽃을 내보낼 때 이 꽃을 받을 분에게 꽃을 통해 좋은 기운이 전해지기를 성심껏 기원하며 내보냅니다. 그래서인지 저희 집 꽃 받은 분들이 다 잘 되시더라고요”

요즘은 ‘스투키’나 ‘뱅갈 고무나무’ 같은 공기청정 효과가 크고 아주 가끔씩 물만 제때에 줘도 잘 사는 화분이 대세라고 소개하는 김온정 사장은 코로나19에 지친 시민들에게 자신이 정성으로 키운 화분들이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며 낮게 파이팅을 외친다. 김온정 사장의 바람대로 경주도 서울처럼 꽃에 대한 좋은 인식들이 자리잡아 경주 꽃 농가와 판매점들이 미소를 다시 찾고 경주시내 관공서와 기업들이 아름다운 꽃으로 넘쳐날 수 있기를 바란다.

-문의 054-776-7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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