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학회 정병웅 회장-중국과 전염병은 상수(常數), 내수관광으로 눈 돌려야

관광과 축제에 목숨 건 지자체들, 관광 공부부터 제대로 해야…

박근영 기자 / 2020년 03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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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캠프데이비스 세트장에서 포즈 취한 정병웅 회장.

3000명 학회회원, 독자적 사업활동의 20개 위원회와 2개 분과학회, 우리나라 실용학문 중 가장 왕성한 활동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광정책 결정에 기여하는 학회. 1972년에 창립되어 올해로 48년을 맞은 한국관광학회(이하 관광학회)의 모습이다.

관광학회는 연령으로는 아직도 젊은 학회이지만 관광학회가 발행하는 ‘한국관광학회지’가 2017년 한국연구재단이 평가한 852개 학술지 중 34종류,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는 13종류만 ‘우수등재학술지’에 선정될 만큼 학문적인 완성도를 이루고 있다. 이 대단한 학회 회장이 경주 건천 출신의 정병웅 회장(순천향대 관광학과 교수)이다.

“아시다시피 요즘 학회도 초비상입니다. 2월에서 4월까지 대부분 학회활동이 연기되거나 취소되거나 유보됐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가 어떤 면에서는 그간에 소홀했던 부분을 보충하는 또 다른 디딤돌의 시기라 생각하고 더 깊이, 더 새로운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분야가 관광분야인 만큼 산업과 밀접한 관계를 이룬 학회가 온전할 수 없다. 중차대한 시기인 만큼 관광학회 회장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고 행보에 관심이 더 쏠린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 향후 우리나라 관광산업은 중국과 전염병을 상수(常數)로 놓고 봐야 합니다”

때문에 중국과의 우호를 효과적으로 영위해 나가는데 민·관·학이 함께 총력을 기울여야 하고 국민의 위생수준을 높이고 방역시스템에 더 장기적이고 집중적인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의료기술 발전으로 세균 감별력이 높아져 메르스나 코로나 같은 국제적인 세균성 전염병은 더 자주 발생할 것인 만큼 의료 선진국인 우리나라로서는 해외관광 의존도를 내수관광으로 돌려 독자적으로 관광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고 진단한다.

“우리 국민들의 관심을 국내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관광분야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각별한 투자와 관광사업자들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가 축제를 만들거나 지역에 맞는 관광개발에 지자체의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을 보며 정병웅 회장은 지자체단체장들과 공무원들이 관광에 대해 ‘관광은 무형재이니 만큼 더 전문적인 공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나친 난개발로 대동소이한 축제와 관광콘텐츠들이 난무하기 때문.

마침 우리나라 전역의 대학들이 관광 관련 학과를 개설하고 있는 만큼 이들 관광전문인력들을 충분히 활용해 지역성을 반영한 관광기반 시설을 확충하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력들을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 중요한 것은 국내 관광객뿐만 아니라 외래 입국자의 수도권 편향 관광이 개선돼야 보다 장기적이고 균형적인 관광발전을 꾀할 수 있습니다. 또 이번 기회에 보따리 장사에 치우쳤던 저질 관광상품도 고쳐야 합니다. 그래야 건강하고 안정적인 관광체질로 바뀔 것입니다”

그런 한편 정병웅 회장은 최근 대부분 사회의사소통의 주역이 된 SNS에 대해 국민들의 신중한 활용을 당부했다.

“SNS를 통해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가짜뉴스가 퍼져 관광, 외식업 등에 지나친 피해가 생겼습니다. 정보는 공유하되 불안심리는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그러나 거시적인 차원에서 정병웅 회장은 우리나라의 발전과 관광의 발전에 매우 긍정적인 기대감을 드러낸다.

“우리 국민들이 전염병에 대응하는 의연한 자세와 나보다 힘든 사람들 배려하는 높은 수준의 국민의식을 보면서 대단한 경외감을 느꼈습니다. 한편으론 인공지능이니 4차 산업이니 하는 인간외적인 것들에 치중하다 자원봉사하는 간호사, 환자를 실어 나르는 소방관, 마스크를 만드는 직공들 등 인간의 가치를 알게 됐지요”

정병웅 회장은 코로나19를 통해 자신 역시 더 겸손해지고 낮아졌다며 코로나 관련 소감을 마무리한다.

↑↑ DMZ캠프데이비스 세트장에서 포즈 취한 정병웅 회장.

-경주는 국가적 관광거점 도시, ‘지역 관광거점 도시 탈락’ 뛰어 넘어 상생 도시 힐링 도시로 거듭나야

한편 정병웅 회장은 고향이 경주인만큼 관광분야에서의 경주에 대한 단상 역시 남다를 수 밖에 없다. 특히 최근 경주가 ‘관광거점 도시 선정’에서 제외되면서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분위기에 대해 각별한 의견을 전달한다.

“이번 관광거점 도시 선정은 정확하게는 ‘지역 관광거점도시’라 보고 싶습니다. 결국 국가의 균형발전이 더 주된 목표로 수도권에 집중되는 관광인구를 적절히 지방으로 끌어내리는 것이 목적이었지요. 경주는 제주도, 설악산 등과 함께 70년대 이후 지금까지 국가적 관광거점 도시로 그 위상이 정립되어 있습니다”

정병웅 회장은 이런 해석이 경주시민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은 마음에서이기도 하지만 실상을 경주를 정체성을 더 냉정하고 명확하게 인식하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경주는 우리나라 관광시장의 오랜 맹주였고 앞으로도 그 역할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산업관광지로 부상한 주변의 울산과 포항을 끌어안아 한 단계 높은 도약을 시도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정병웅 회장은 ‘경주는 너무 많은 콘텐츠가 있어 오히려 선택과 집중이 어렵고 복원이나 재건 등 하드웨어적인 개발은 천문학적인 비용에 비해 효과가 적다’고 전제한 후 경주가 그 역사문화적 가치와 상관없이 시대적인 트랜드에서 다소 제외되었다고 진단한다.

“이제 ‘통일’이나 ‘화랑’ 같은 전시대의 가치기준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는 최근 나눔과 상생이 대세가 되는 사회현상과 이번 코로나19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놀라운 희생정신을 봐서 알다시피 ‘경주최부자의 나눔과 상생 정신’ 같은 것이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노년층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고 건강과 평안이 어떤 화두보다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는 만큼 경주의 이미지를 ‘힐링도시’로 부상시켜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정병웅 교수는 이런 면에서도 경주 동국대학교와 경주대 등에 포진하고 있는 관광학자들이 경주관광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경주시가 좀 더 적극적으로 이들의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경주시가 요청하면 관광학회가 언제라도 핵심 전문가들을 투입해 함께 경주발전에 기여하겠다고 제안했다.

↑↑ 2019한중일 문화 관광장관회의에 참석한 정병웅 회장(가운데).

-영호남 손잡고 2극체제 주도해야, 현재 우리 관광은 전분야 재분배의 열쇠, 결코 소홀히 하지 말아야

정병웅 회장은 자신의 임기 중에 한·중·일 3국이 참가하는 국제관광학술제를 개최하는 것과 할 수만 있다면 남북간 관광학회를 개최하고 그것이 안 된다면 최소한 DMZ 안에서라도 학술대회를 열어보고 싶다고 주장한다.

“한중일 3국은 지정학적으로나 경제관계로나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적 관계인만큼 학회 차원에서의 교류와 융화가 훨씬 긴밀하고 친근할 것입니다. 또 어떤 식으로건 북한이 열려 관광교류가 시작된다면 그 어떤 합의보다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북한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대중국, 대러시아, 대유럽, 대아시아 관광라인이 형성될 수 있지요”

이와 함께 정병웅 회장은 80년대 이후 영호남이 상호 대치적인 갈등을 일으키고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갈등요인은 수도권 중심의 일극체제라고 단정하고 수도권에 몰린 문화, 의료를 비롯한 각종 혜택들이 대구, 부산, 광주를 중심으로 한 남부지역으로 분산 배치되는 2극체제가 되도록 영호남이 힘을 모아 전환점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언제까지 불필요한 공격으로 힘을 빼야 합니까? 그러는 사이 잘난 큰아들(수도권)만 더 살찌고 비대해지는데요. 두 지역이 마음을 모으면 대한민국의 ‘확’ 달라질 겁니다”

정병웅 회장은 건천에서 초등학교와 무산중학교를 졸업하고 대구고등학교로 진학, 다시 한양대학교 사회과학대로 진학 후 대학원까지 사회학을 전공했다. 석사를 마친 후 육군정훈장교로 복무한 후 30세의 나이에 당시로서는 소홀하게 취급되던 관광학에 관심을 가지고 석사과정 24학점을 인수하는 동시 박사과정을 마쳤다.

1997년 12월까지는 한양대 관광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시간강사로 지내던 정병웅 회장은 1998년 1월 무려 54대1의 경쟁을 뚫고 강원도립대학교 교수로 임용됐다. 이후 2001년에 순천향대학교로 옮겨 지금에 이르며 동대학에서 이순신 연구소 소장, 최고경영자과정원장 등 요직을 두루 맡았고 천안아산경실련 대표로 4년간 봉사하기도 했다.

정병웅 회장은 관광학이 학문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관광업은 더더욱 올바른 직업으로 인식되지 못하던 시대를 지나 86아시안 게임과 88서울 올림픽 등 매거 이벤트를 거치며 관광학의 개념이 안착되기 시작했고 다시 2002년 월드컵을 거치며 비로소 관광학이 학문으로 대우받기에 이르렀다고 설명하며 앞으로 경제적인 여유와 여가시간에 대한 비중이 커질수록 관광학은 더 많은 발전을 이룰 것이라 전망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 정병웅 회장은 초기에는 노동의 소중함이 부각되는 반면 관광이나 여가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정책입안자들이 부족해 보였는데 최근 관광을 전공한 박양우 장관이 입각하고부터는 이런 우려가 걷히고 있다며 다행스러워 한다.

“우리나라와 같은 경제적 선진화 단계의 국가는 관광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재분배를 이루어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전환점을 맞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정말 흔치 않은 기회인만큼 정부가 각별히 관광분야 정책지원에 공을 들여야 합니다”

고향인 건천읍 송선리는 신라시대 석성인 사적25호 부산성이 있고 월명사가 제망매가를 짓고 박목월 시인이 나그네를 읊던 곳으로 인근의 작원성과 단석산, 금척리 등에 온통 추억이 어렸다며 고향 자랑을 늘어놓은 정병웅 회장, 지금까지 사는 데 바빠 고향 경주에 기여하지 못했지만 앞으로라도 ‘빚진 마음’으로 경주를 위해 작게나마 실천하고 싶다는 그의 경주를 향한 마음이 고향자랑 속에 선연히 묻어난다. 그가 관광학회회장으로 활동하는 동안이라도 학회속의 무한한 재원들을 경주가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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