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회 선생, 향가해석의 ‘통일장’ 이론 제시-신라향가, 고려향가, 만엽집 한 가지로 해석가능

제76회 동아시아 고대학회 학술대회에서 주장
신라향가가 동아시아 고대문화의 핵심문화였다는 사실 새롭게 조명

박근영 기자 / 2019년 1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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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회 선생.

“아직까지 그 누구도 하나의 해석 방법으로 신라향가와 고려향가, 만엽집을 동시에 해석한 학자가 없습니다. 제 해석법은 처음으로 이 세 가지를 한 가지 방법으로 풀어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향가의 ‘통일장’ 이론을 들고 나온 김영회 선생의 일갈에 방청객들이 우레 같은 박수를 보냈다.

제76회동아시아 고대학회 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는 고려대 문과대 서관 224-A호, 많은 학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눈길을 끈 가운데 김영회 선생이 빠른 어조로 자신의 논문 ‘신라향가창작법과 만엽집에의 적용’ 요지를 설명해 나갔다. 제한된 시간 속에서 불꽃 틔듯 설명을 마친 선생의 발표는 오랜 기간 향가에 바친 집념이 그대로 서렸다.

토론에 나선 광운대 여기현 교수(국어국문학과)도 자못 진지했다. “토론은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하는 공격할 것인지 발표된 논문을 살려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조언할지 정해야 한다”고 서두를 꺼낸 여기현 교수는 양날 중 다소 공격적인 모습을 취하면서도 김영회 선생의 향가연구가 더 좋은 연구로 결실 맺기를 기대했다. 이에 대해 김영회 선생은 “나는 향가를 해독하는 데만 주력했다. 부수적인 관련 연구는 여러 학자들이 함께 해나갔으면 좋겠다”며 질의응답을 마쳤다.

마치 큰 짐을 내려놓은 듯 홀가분해 하는 김영회 선생에게 이번 논문발표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기본적으로 저의 논문을 권위 있는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준 것이 매우 의미 깊습니다. 종합적인 평가에서 보듯 답보상태에 놓인 향가해석 이론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합니다”

김영회 선생은 논문제목에 ‘신라향가’라고 썼더니 학술대회 관계자들이 그냥 ‘향가’로 쓰자고 해 설득하는데 고생했다고 털어놓는다.

“신라가 향가의 고향이고 그 바탕 아래 고려 향가와 일본 만엽 향가가 있다는 것을 제대로 주장하기 위해 굳이 ‘신라향가’라는 제목을 썼던 것입니다. 이것은 문화의 흐름이란 면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김영회 선생 “오쿠라 신페이 교수가 향가를 해석하려 든 것은 만엽집이 향가와 일치된 양식임을 간파했기 때문” 주장도…
김영회 선생은 자신이 주장하듯 만엽집이 향가와 완벽히 일치하는데 바로 이 점이 일제강점기 일본의 오쿠라 신페이 교수가 우리 향가를 처음으로 해석해 보려고 나설 수 있었던 단초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양주동 박사는 오쿠라 신페이 교수가 한문을 우리말 소리로 표현한 향찰을 몰랐던 오류라고 주장하며 수정된 향가해석법을 시도했고 이후 대체적인 흐름이 향가를 뜻글자와 소리글자로 나누어 해석하는 선에서 지속돼 왔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김영회 선생은 이 주장을 반박하며 향가의 한문은 소리가 아닌 뜻으로 읽어야 하고 노래부분과 청언 보언으로 나누어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김영회 선생의 주장대로 만엽집이 신라향가와 동일한 구조라면 앞으로 국문학사에 혁명적인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지금까지 삼국유사 14편 균여전 11편으로 지극히 단편적이었던 향가에 엄청난 분량의 콘텐츠가 추가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는 국문학사적으로만 아니라 신라를 포함한 고대사 연구에도 새로운 활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만엽집이 신라향가의 전승이라면 이것은 동아시아 고대문화 흐름을 열어젖히는 단초가 되며 신라향가가 동아시아 고대문화의 핵심문화였다는 사실을 새롭게 조명할 수도 있다.

특히 본지는 김영회 선생은 단순히 해석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해석에서 얻은 작법(作法)을 이용해 새로운 향가까지 직접 지은 내용을 게재한 바 있다(본지 제 1417호). 이것은 해석에만 급급해왔던 기존 향가학회에 엄청난 파문을 던진 일대 사건으로 볼 수 있다. 만약 김영회 선생 이전의 방법이 향가 건 만엽가 건 그 해석이 정확하다면 그 해석법을 근거로 새로운 작문까지 될 수 있어야 했는데 누구도 향가를 새로 짓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소의 논란을 고려하더라도 처음으로 새로운 작법까지 시도한 김영회 선생의 연구는 향가부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라 할 만하다.

김영회 선생은 자신의 향가해독법이 학계에 공식 등장한 만큼 이에 대한 학계의 지속적인 연구와 토론을 이어나가겠다면서 이러한 작업에 특히 경주시와 경주의 지식인들이 적극 참여해줄 것을 주문했다.

“경주에는 한문을 잘 이해하는 지식인들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이 분들이 조금만 교육 받으면 새로운 향가를 지을 수 있습니다. 이는 신라 문화를 현대에 되살려 내는 일이 될 것입니다”

또 향가가 종합예술 장르임이 드러난 만큼 이를 바탕으로 신라관련 기획이나 행사를 보다 구체적이고 신라답게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하며 실례로 찬기파랑가에서 나오듯 경주에 왕궁이 복원되면 가장 먼저 잣나무를 심어 그 역사성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본지는 김영회 선생의 향가 관련 칼럼을 15회로 일단락했으며 김 선생이 새롭게 해석한 균여전 11편의 향가와 만엽집의 노래들을 하나씩 재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밝힌 연구실적을 다시 게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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