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필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이사장-“교산 신도시, 유적발굴부터 먼저 시행하라”

개발에 앞서 충분한 발굴조사 진행해 중요한 유적, 훼손하지 않도록 만전 기해야

박근영 기자 / 2019년 07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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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필 교수는 교산지역 일대가 균형 맞춰 보존과 도시개발이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세종대 재직시절 하남지역 깊이 연구, 천왕사 발굴에 결정적 공헌, “하남은 백제의 중심지역”

경주출신 역사학자는 많지만 최정필 교수(세종대 명예교수/국립박물관문화재단 이사장)처럼 고향에 많은 기여를 한 역사학자는 드물다. 고고학과 인류학을 함께 전공한 흔치 않은 이력에 부친 때부터 2대에 걸쳐 경주 역사문화를 위해 크고 작은 공헌을 해온 가족사도 특별하다. 그런 최정필 교수가 이번에는 하남시 건설개발 현장의 중심에 섰다.

지난 17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광주향교’에는 최정필 교수와 취재진, 문재범 하남역사박물관장, 하남지역 향토 사학자들과 시민들이 모였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3기 신도시 계획의 일환으로 선정된 하남시 교산지역에 대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요지의 방송을 제작하기 위해서다.

교산지역은 649만㎡에 3만2000가구 건설이 목표이며 정부는 이 지역에 대한 타당성을 충분히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 조사와 달리 이 지역에는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는 물론 고려와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적이 광범위하게 산재돼있어 개발이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에는 하남시에 대한 최정필 교수의 오랜 연구가 뒷받침되고 있다.
이날 취재진은 하남시 소재 광주향교 일대, 동사지를 비롯한 고골일대, 천왕사지를 비롯한 하사창동 일대, 아주 큰 규모의 건물터가 들어서 있는 춘군동 일대 등 다양한 유적지군을 답사하며 이 지역 개발이 얼마나 중요한 역사성을 가지는지를 집중 취재했다.

최정필 교수는 “이 지역은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 비옥한 생산환경을 이룸으로써 선사시대부터 농경이 발달했고 이후 꾸준히 도시가 성장해 백제의 가장 핵심지역을 이룬 곳이다. 통일 후 신라 역시 이 지역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인구를 집중시켜 신라 문화의 중심지를 이뤘고 고려와 조선시대에도 지정학적 요충지로서 매우 중요한 고장으로 인식됐다”며 개발에 앞서 충분한 발굴조사를 진행해 중요한 유적을 훼손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19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이 지역을 답사하며 천왕사지를 비롯한 여러 유적들을 발굴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학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에도 오랜 기간 이 지역의 유적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며 중요성을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천왕사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철불이 발굴된 곳으로 고려시대에 건조한 천왕사 목탑의 심초석이 황룡사 심초석보다 더 큰 것으로 미뤄 사찰의 규모를 짐작케 하며 특히 고려말 천왕사에 안치됐던 부처님 진신사리를 개경으로 옮겨와 신돈이 직접 경배하고 맞아들인 기록이 고려사절요에 나와 있을 만큼 고려시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대찰로 알려져 있다. 또 춘궁동 일대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건물지가 발굴돼 이 지역의 중요성을 새삼스럽게 일깨워 준다”

특히 최 교수는 “이 지역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이미 발굴을 다 마친 것으로 보고돼 있지만 실제 이 지역은 부분적인 발굴이 시행됐다. 단 한 차례도 전면적인 발굴이 시행된 적이 없다”면서 “신도시의 생성을 무턱대고 막아서는 안 되지만 교산지역 일대는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녔고 앞으로 발굴여하에 따라 더 놀라운 가치를 찾을지 모르는 곳인 만큼 이 기회에 전면적인 발굴을 시행해 역사의 보존과 도시개발의 균형을 맞춰 가기 바란다”고 개발의 신중을 당부했다.


-고향 경주와도 깊은 관련, 석당 최남주 선생 큰아들로 2대가 역사에 전념

최 교수는 미국 피츠버그대와 대학원에서 인류학과 박사과정을 마치고 세종대 역사학과 교수와 박물관장, 대학원 원장 등을 재직하며 하남지역과 깊은 인연을 맺어 왔다. 또 퇴임후에는 세종대 명예교수로 재직하며 국제박물관협의회 한국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고 지난 2018년 1월부터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경주와도 깊은 관련을 맺은 최 교수는 경주역사문화도시조성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문화재 보존 및 복원사업에도 깊이 관여하는 등 고향의 역사발전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2014년부터 경주고도보존회를 함께 창립하고 현재까지 상임이사를 맡아 경주고도보존회의 역사적 방향성을 설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최 교수는 특히 경주 최초의 고고학자로 알려진 석당 최남주 선생의 아들로 부자가 함께 역사를 전공한 특별한 이력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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