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 출범···경주지역 주민 반발 고조

경주시의회 결의문 채택 이어 동경주대책위 10일 긴급회의 예정

이상욱 기자 / 2019년 06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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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일고 있다. 사진은 월성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인 맥스터.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이하 재검토위)가 지난달 29일 출범해 국민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갔지만 경주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경주시의회의 결의안 채택에 이어 감포·양남·양북 등 3개 읍·면발전협의회로 구성된 ‘월성원전 관련 동경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조직을 통합·재정비하고 오는 10일 대책회의를 가질 예정에 있는 등 지역 내 반발은 확산될 전망이다.

주민 반발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정부가 2016년까지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
또 포화가 임박한 건식저장시설(맥스터)과 관련,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수립 시 월성원전은 다른 지역과 분리해 시급히 추진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아서다.
그리고 이번에 출범한 재검토위원회 위원 구성에 있어 지역주민을 배제해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핵심쟁점들을 지역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이를 정부가 외면하는 형국이어서 향후 진행될 재검토위의 여론 수렴과정에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산업부 재검토위원회 출범···국민의견 수렴 착수
산업통상자원부는 5월 29일 서울에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

산업부는 이번 재검토는 2016년 7월 수립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 국민, 원전소재 지역주민,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따라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사안이라고 밝혔다.

재검토위는 앞으로 국민과 원전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사용후핵연료 처리방향과 절차 등 관리정책에 대한 폭넓은 의견수렴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재검토위가 의견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제출하는 정책권고안을 최대한 존중해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위원은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 등 인문사회, 법률·과학, 소통·갈등관리, 조사통계 등 각 분야별 중립적 인사 15명으로 구성했다.

성윤모 산업부장관은 이날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해 원전부지 내 저장중인 사용후핵연료를 옮기겠다는 과거 정부의 약속이 이행되지 못했던 점에 대해 먼저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사용후핵연료 정책은 소통과 사회적 합의형성 노력이 핵심이나 과거 정부에서 의견수렴이 다소 충분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재검토를 통해 국민과 원전 지역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사용후핵연료 정책의 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재검토위가 의견수렴 절차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해 줄 것”을 당부했다.

-타 원전지역과 별도 정책수립 요구 반영 안 돼 ‘반발’
경주시의회와 동경주대책위원회, 경주시 원전범시민대책위원회 등은 그동안 월성원전의 특수성을 감안해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수립 시 타 원전과는 별도로 추진할 것을 촉구해왔었다.
하지만 재검토위가 출범하면서도 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자 반발이 일고 있는 것.

월성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맥스터)의 저장률이 90.6%로, 2021년 11월이면 포화가 예상된다.
맥스터 건설 공기가 최소 19개월로 각종 인허가 절차 이행까지 감안할 때 올해 연말 안에는 추가 건설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특히 맥스터 포화로 2021년 중반이면 월성 2·3·4호기 가동을 정지시켜야 한다.

원전범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맥스터 포화에 따라 월성 2~4호기가 가동 정지되면 지방세 등 감소로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예상된다”면서 “이처럼 시급하고 중대한 현안을 산업부가 알고 있으면서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검토위 위원에 지역주민·시민사회단체 배제 ‘불만’
이번 재검토위원회 위원 구성에 있어 지역주민과 시민사회단체를 포함시키지 않은데 따른 반발도 나오고 있다.

산업부는 재검토 추진방안에 대한 원전지역 및 시민사회계 등의 사전협의를 위해 ‘재검토준비단’을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운영했다.
준비단에는 원전소재 지역주민, 시민사회계, 원자력계 등 14명이 참여했다. 하지만 이번 재검토위원회 위원에는 포함되지 않아 불만이 표출되고 있는 것.

특히 ‘2016년 수립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 국민, 원전소재 지역주민,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산업부의 입장에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동경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2016년 수립된 기본계획이 지역주민 등 이해관계자와의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것이 이번 재검토위원회 출범 이유인데도 위원에 지역주민을 배제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지난 기본계획 수립과정과 현재 추진과정이 전혀 다를 바 없는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시민사회단체도 비판 강도를 높였다.
고준위핵폐기물 전국회의와 에너지정의행동 등 환경단체는 “지역주민과 시민사회를 배제한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원회 출범을 규탄한다”면서 “일방적이고 형식적인 공론화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지역주민과 시민사회가 참여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사용후핵연료 정책 불신 깊어
이와 함께 정부가 약속했던 사용후핵연료 정책에 대한 불신도 깊어지고 있다.

국무총리 산하 원자력위원회는 지난 2004년 12월 17일 제253차 회의에서 2016년까지 월성원전 내 임시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의결했다.
또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리시설(방폐장) 유치 당시인 2005년 사용후핵연료를 경주가 아닌 다른 곳으로 반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동경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정부가 월성원전 내 사용후핵연료를 2016년까지 타 지역에 임시저장시설을 지어 옮기겠다는 약속을 해놓고 지키지 않아 경주시민들의 불신과 불안감이 증폭하고 있다”며 “정부는 조속히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고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이전을 지금이라도 즉각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처럼 경주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표출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출범한 재검토위원회가 주민 의견을 어떻게, 또 얼마나 수렴하고 정책에 반영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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