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례로 보는 경주 관광발전 방안[1]

“일본 관광객 증가 위해서는 한·일 민간교류 더욱 확대해야”
일본 관광산업 발전 국가정책이 이끌어
방한·방일 관광객 격차 이유 주목해야

이상욱 기자 / 2019년 05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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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숙 일본 간사이국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경주서 ‘일본 관광정책 현황과 지역 활성화 사례’를 주제로 특강했다. 이 교수는 특강에서 일본의 관광정책과 현황, 그리고 초고령사회 등 사회적 문제에 대처해나가는 일본의 사례를 통해 한국, 경주의 관광정책 수립 방향에 대해 조언했다. 본지는 이 교수의 특강을 토대로 접목 가능한 경주관광산업 발전 방안을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 이용숙 간사이국제대학교 교수가 지난 17일 경주시청 알천홀에서 특강을 가졌다.

“초고령사회 등 일본의 사회적 문제는 우리나라보다 10년~15년 정도 앞서가고 있다. 일본만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모두 똑같지는 않지만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배울 것도 있다. 일본의 문제점과 극복사례를 참고삼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최고의 국제관광도시 경주시가 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일본 간사이국제대학 이용숙 경영학과 교수가 지난 17일 시청 알천홀에서 가진 특강에서 경주 관광발전을 위해 내놓은 제언이다.  이 교수는 특강에서 일본과 한국 관광의 현실을 비교하면서 한국, 특히 경주 관광발전을 위한 방안들을 실제 사례를 통해 소개했다.

한국을 찾는 일본인보다 일본을 찾는 한국인들이 2배 이상 많은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그 원인과 해결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초고령시대, 저성장시대 등 사회적 문제에 대처하고 있는 일본의 전략과 극복사례 등은 글로벌 관광도시를 준비하고 있는 경주로서는 시사하는 바가 컸다.

-외국인 관광객 수 2015년 한일 역전
이용숙 교수에 따르면 2018년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3119만명으로 역대 최대다. 반면 우리나라는 1534만명으로 일본에 비해 절반에 못 미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상황은 정반대였다. 한류 열풍이 불며 2009년 한국이 일본을 추월한 이후 2014년까지는 한국 1420만명, 일본 1341만명으로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2015년(일본 1974만명, 한국 1323만명) 일본에 역전 당했다. 이후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관동대지진이 발생했던 지난 2011년 방일 외국인이 620만명에 머물렀던 일본의 관광산업은 한마디로 급부상했다.  특히 이 무렵부터 한국을 찾는 일본인과 일본을 찾는 한국인 숫자도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지난 2011년 방한 일본인 328만명, 방일 한국인은 165만명으로 적잖은 격차로 앞섰지만 2014년부터 역전됐다. 지난해는 한국을 찾은 일본인은 294만명,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753만명으로 약 2.6배 차이를 보여 역대 최대 격차를 기록했다.  최근 들어 경주에서 일본인 관광객들을 좀처럼 만나보기 힘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본 관광산업 국가정책으로 추진 후 ‘급성장’
이용숙 교수는 일본의 관광산업 급성장에는 일본정부의 관광산업 정책 변화에 있다고 강조한다.
이 교수는 “일본은 자동차, 전자제품 등 수출로 급속 성장했지만,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이들 산업체들이 해외로 이전하는 등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인건비나 자본금을 투자해야 하는 산업으로는 더 이상 일본을 끌고 나가지 못할 것으로 판단, 관광산업을 국가정책으로 수립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일본정부는 지난 2015년 11월 ‘내일의 일본을 이끄는 관광비전 구상회’를 발족하고, 관광산업 발전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

아베 신조 총리가 주재하는 이 회의는 관방장관 등 국무대신 8명과 쓰루가 호텔 그룹 대표, 피치 항공 대표, 가가와야 온천그룹호텔 사장, 규슈철도 사장 등 민간위원 7명으로 구성돼 있다. 민간위원 중에는 외국인으로 이용숙 교수도 포함됐다.

이는 박근혜 정부에서 개설된 대통령 주재 관광진흥확대회의가 창조경제에 가려 관광산업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점,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국가관광전략회의가 당초 대통령 산하에서 국무총리 산하기구로 격하된 점 등에 비춰보면 일본 아베 총리가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전면에 나선 것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방한·방일 방문객수 역전 원인은?
이 교수는 또 일본인들의 한국 관광 감소 원인으로 일본의 장기불황에 이어 최근 경제회복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아베노믹스로 경제가 점점 회복되면서 국내정치가 안정되고 있지만 한일관계 악화와 한국의 집회 등 일본 내에서 비춰지는 한국의 치안불안, 엔저현상 등이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일본의 경제가 회복될수록 일본인들의 방한이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인들의 일본 방문이 증가하는 이유로는 대한민국의 정치·사회 불안정을 들었다.

사회 불안정이 글로벌화 돼있는 젊은 층을 외국으로 눈을 돌리게 하고 있다는 것. 다양한 외국문화 접촉과 SNS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또 중요한 원인으로 일본제품 구매에 대한 믿음 등 일본에 대한 신뢰성을 인정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관광객 증대 최우선 과제는 ‘한일관계 회복’
이용숙 교수는 일본인들의 한국을 찾도록 하기 위해서는 한일 외교관계 회복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또 일본 내에서 아직 꺼지지 않은 한류 불씨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민간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을 분리하는 ‘투트랙’으로 추진할 것을 제언하기도 했다. 한국 내 관광 활성화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한국인도 가지 않는 국내 관광지는 외국인도 가지 않는다고 강조한 이 교수는 먼저 한국인들의 국내 관광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일본 내 과감한 관광홍보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용숙 교수는 “위안부, 독도 등 문제로 한일이 껄끄러운 관계에 있지만 경제는 경제, 외교는 외교, 역사는 역사대로 별도로 풀어나가면서 민간교류만은 반드시 확대해야 한다”면서 “천년고도 경주의 역사·문화·관광자원을 일본 내 과감하게 홍보하고, 일본인들에게 가까이 다가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숙 교수는?

이용숙 교수는 오사카 경제대학교 겸임교수, 간사이국제대학교 총장 특별보좌역을 거쳐 현재 동 대학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8년 일본 국토교통성 장관으로부터 Vist Japan 대사, 2016년엔 Cool Japan 대사로 임명돼 활동하고 있다. 2015년 11월 아베 신조 총리가 주재하는 ‘내일의 일본을 이끄는 관광비전 구상회’에 민간위원으로 선정돼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일본 전통주 사케 관련 연구논문과 강의 등으로 2016년 ‘사케 사무라이’에 임명되기도 했다. 매년 5명을 선발해 임명하는 ‘사케 사무라이’지만 정작 그는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 주요 저서로는 ‘일본을 파는 여자’, ‘오늘 우리는 간사이로 떠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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