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종로구 통인시장에는 엽전이 넘친다

시민, 관광객&상인까지 즐거운 이색체험이 매력

박근영 기자 / 2019년 05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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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seoul 에서는’은 본지 이사 겸 서울지사장인 박근영 기자가 본 경주 밖 세상의 다양한 사회, 정치, 경제, 문화, 체육, 교육 및 제도에 대해 연재해나가는 코너입니다. 이 연재는 경주의 틀에서 벗어나 대한민국과 세계 전역의 다양한 소재를 알림으로써 경주시와 경주시민에게 참고할 만한 자료를 제공하고자 기획됐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란은 박근영 기자가 이끌어 가지만 독자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항상 열려 있습니다. 좋은 소재 가지신 독자여러분의 참여를 기대합니다.-편집자주


↑↑ 통인시장 고객만족센터. 이곳에서 직접 골라온 도시락을 먹는다.

서울 종로구 3호선 경복궁역(정부서울청사 역) 2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 위치에 통인시장이 있다. 전통 재래시장이지만 젊은이들이 넘친다. 나들이 나온 가족들도 쉽게 눈에 띈다. 외국인 관광객도 꽤 보인다. 그들의 손에 심상치 않은 돈꿰미가 들려 있다. 통인시장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엽전이다.

통인시장은 일제강점기인 1941년 효자동 인근, 총독부 근처에 살았던 일본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공설시장이었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이 일대 인구 증가와 함께 노점과 상점들이 늘면서 지금 규모의 시장이 됐다. 2005년 ‘재래시장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의해 현대적 시설을 갖추었고, 2010년 서울시와 종로구가 주관하는 ‘서울형 문화시장’으로 선정됐다.

점포는 70여개. 떡갈비, 부침개, 분식류, 전통한과, 기타 다양한 음식점과 반찬가게, 채소, 과일, 생선, 정육, 내의류와 신발, 옷·가방·구두 수선업소, 커피숍 등이 있다. 규모는 작지만 알찬 운영으로 유명하다.

 이 시장이 종로구와 서울의 명물이 된 것은 기발한 아이디어 덕분이다. 그게 바로 ‘엽전도시락’! 2012년 1월부터 통인시장은 ‘엉뚱한’ 엽전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엽전은 500원짜리 주화로 기본 5000원 단위로 판매한다. 이 엽전을 산 후 시장상인들 중 ‘도시락카페 통’이라는 커뮤니티에 가입한 음식점들을 찾아 먹고 싶은 대로 사먹으면 된다. 대부분 음식점들이 가맹점이므로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통인시장 먹거리를 돈 대신 엽전으로 사먹으면 된다는 말이다. 이렇게 산 음식은 시장 2·3층에 마련된 ‘고객만족센터’나 시장입구의 ‘도시락 카페’에서 먹을 수도 있다.

↑↑ 통인시장 이용 방법 안내.
따지고 보면 돈 대신 ‘엽전’을 사용해 사먹는다는 것 이외에 딱히 다를 것은 없지만 통인시장 방문객들은 시대를 거슬러 엽전을 쓴다는 경험에 매료된다. 물론 여기에는 시장음식들 대부분을 한 개 500원부터 1000원짜리, 2~3000원짜리 등 다양하게 세분화 해 놓아 선택의 폭이 넓어져 있다는 것도 한 몫 한다.

여러 가지 반찬들을 산 후 도시락 카페에서 각각 엽전 2냥으로 살 수 있는 밥과 국을 따로 추가해서 먹어도 된다. 다른 시장에서는 5000원으로 단품 식사를 하기도 어렵지만 통인시장에서는 5000원으로 여러 음식을 사먹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상인입장에서는 다양한 고객으로 매출이 늘고 현금과 카드로 인한 골치 아픈 실랑이를 하지 않아서 좋다.

이런 아이디어는 ‘KBS2 VJ특공대(2017)’, ‘MBC 무한도전’, ‘tvN 하트시그널’ 등 방송과 다양한 SNS를 타고 전파돼 인기를 부채질했다. 인근 경복궁, 청계천 등으로 나들이 오는 시민들이나 관광객들이 전철 한 두 정거장으로 이색체험을 위해 달려오고 있다.

경주 시내에도 여러 재래시장이 있고 읍면지역에도 지역에 맞춘 오랜 전통시장들이 있다. 지역 특성에 맞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시민과 관광객을 매료시킬 방법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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