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이회창 전 총재의 최측근 이채관 씨-“좋은 정치풍토, ‘경주종가정치’ 위해 정치여정 바치겠습니다”

진보와 보수 불분명한 시대, 진영떠나 국민 눈높이 맞춰야

박근영 기자 / 2019년 04월 18일
공유 / URL복사

↑↑ 자신의 정치적 여정을 밝히고 있는 이채관 씨.

10년 전인 2009년 4월, 제18대 국회의원 경주 재선거 당시 40대의 한 후보자가 힘겨운 선거전을 치르고 있었다. 김모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인한 자격박탈로 치러진 재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 중에 젊었던 이채관 씨. 자유선진당 후보로 출마했던 이채관 씨는 7명의 후보 중 4위를 차지하며 낙선했다.

“당시 출마는 당선이 목적이 아니라 자유선진당이 전국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후보라도 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결정한 것이었습니다. 그게 총재님을 최측근에서 모시는 사람으로서 의리이고 도리라 여겼습니다”

이채관 씨는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정계에서는 지명도가 높은 인물이다. 그의 정치적 궤적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일치한다. 한나라당 시절 당 총재와 2번의 대통령 후보, 자유선진당 총재와 대통령 후보까지 나섰던 이회창 전 총재의 비서실에서 부실장, 정무특보 등으로 오랜 기간 정치일선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이회창 총재가 정치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시절, 정무적 업무를 최종적으로 보좌하고 조율했던 만큼 당대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이 그를 만나기 위해 부산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회창 총재의 영향력이 최고조이던 시절 출마했었다면 공천도 받을 수 있었고 당선되기도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채관 씨는 그 쉬운 길을 걷지 않았다.

“그때는 저 개인의 정치적 욕망보다 더 나은 정당을 만들고 국민을 위해 좋은 정치를 구현하는 데 더 큰 관심이 있었지요. 총재님과 당을 위하는 길이 대한민국을 위하는 길이라 믿었지요”

정치적 환경이 바뀌면서 이회창 총재의 정치적 영향력이 감소했고 그를 보좌하던 이채관 씨도 정치일선에서 한 발 벗어나야 했다. 조용히 지내던 그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정치를 위해 출사표 던진 것이 2016년 4월 치르진 제 20대 총선. 서울 마포구(을)에서 출마한 이채관 씨는 아쉽게도 새누리당 후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의 정치적 역량과 상관없이 지지도가 미치지 못한 탓이었다. 당시 이회창 전 총재와 유승민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의원 등이 안팎으로 이채관 씨를 지원했지만 짧은 선거운동기간이 미흡한 지지도를 극복하기 어려웠다.

이후 정국은 변화를 거듭하다 급기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이어졌고 보수진영은 구심점을 잃은 채 표류하는 양상으로 전개돼왔다. 최근 보수에 대한 지지도가 상승했지만 이는 현 정부에 대한 반감적 반사작용일 뿐 보수진영에 대한 적극지지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런 정국에서 이채관 씨의 정치관은 명확하다.

“지금은 진보와 보수가 불분명한 시대입니다.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진영논리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합니다. 현실적으로는 국민 눈높이에 맞춘 정책을 개발하고 장기적으로는 국가개조의 큰 틀을 바꾸어나가는 작업이 필요하지요”

이채관 씨는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보수진영의 통렬한 자기반성이 필요하고 국민의 신망을 얻고 있는 중견들이 과감히 사익을 버리고 대의를 위해 뜻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그런 작업을 위해서라면 아직도 많은 유력 정치인들과 깊이 교감하는 자신의 역할이 필요할 것이라 믿고 있다. 그런 한편 그는 아직도 경주는 한 번도 대한민국의 ‘종가정치’를 해 본 적이 없다고 아쉬워한다.

“경주는 누가 뭐라고 해도 역사·문화적으로 우리나라 전 분야의 종가입니다. 그런데 이런 경주의 중요성을 국가와 국민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요. 경주에서 정치하는 분들이 이런 인식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게 경주만으로는 안 됩니다. 경주를 종가로 인식하고 정치인이건 공직자건 국민이건 모두 경주를 위하는 일에 참여해야 우리 문화가 살고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집니다”

좋은 정치풍토를 만드는데 마지막 남은 정치여정을 바치고 싶은 만큼 ‘종가경주’를 세우는 일에도 미력이나마 보태고 싶다는 이채관 씨. 그가 새롭게 정치적 날개를 달고 자신에게 내재된 역량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X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