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경주는 향가의 발상지, 향가문학관 세워져야, 향가연구 소홀한 세태, 경주시가 아쉬운 이임수 교수

새로운 향가 해석법 반갑지만 학문적으로 성숙한 접근이 필요

박근영 기자 / 2019년 0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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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년향가의 비밀을 비판하는 이임수 교수.

최근 본지가 단독 보도한 새로운 향가 해석가 김영회 선생의 주장과 관련, 기꺼이 논란의 중심에 선 동국대 이임수 명예교수는 새로운 향가해석법을 반기면서도 학문적으로 좀 더 성숙한 접근이 필요함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김영회 선생이 자신이 설정한 규칙에 맞추기 위해 한문적 해석에 지나친 상상력을 발휘하는 부분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그 사이 김영회 선생의 향가해석집인 ‘천년향가의 비밀’은 서점가에 본격적으로 배포됐고, 이임수 교수에게도 보내졌다.

책을 받은 이 교수는 고마움을 표시하며 정독 후 긍정적 비판을 가하는 한편 자신의 시집 ‘사랑 그 한없는 집착으로부터’를 선물하며 교유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김영회 선생의 책을 받은 이임수 교수의 평가는 부드러운 어조와 달리 서릿발 같다. 첫째, 고려향가에서 드러난 4구체 8구체 10구체 등, 띄어쓰기에 분명히 의미가 있는데 이를 무시한 것은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둘째, 서울대학교 출신들이 범하기 쉬운 문제로 양주동 박사 후학들의 논문을 주로 보는데 이러다 보니 또 다른 연구의 축인 이임수 교수 자신이 쓴 책이나 논문을 보지 않고 연구함으로써 또 좀 더 진지한 접근이 어려웠을 것이라며 애석해 했다. 이임수 교수는 향가와 관련해 ‘한국시가문학사’, ‘한국의 고대시가 향가’ 등의 책을 펴냈는데 이런 책을 읽어보지 않은 것도 향가공부를 소홀히 한 것이라며 연구의 방편으로 삼아볼 것을 제안했다.

-새 향가 해석법 반기면서도 칼날 같은 비판, 화랑세기 진위여부도 엇갈리는 평가
“또 한 가지, 향가를 제대로 공부하려면 경상도 사투리나 경주말에 대한 이해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향가의 소리글자가 경주말과 닮았다는 결정적인 자료들이 나와 있는데 이런 공부는 경주에 와서 공부해보지 않은 분은 이해하기 어렵지요”

이임수 교수는 김영회 선생이 자신의 해석법 연구결과 화랑세기 내 ‘풍랑가’가 해석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화랑세기를 위서라고 지적하면서도 서동요 해석에서는 오히려 ‘색궁’ 등 화랑세기에서 나오는 표현의 예를 든 것이 있다면서 자료를 택하는 일관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오히려 화랑세기에 수록된 내용들의 파격성이나 글의 짜임새로 보아 진서일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짧은 기간 내에 김영회 선생의 책을 독파하고 그 속에서 허점을 찾아낸 이 교수의 예리함에서 향가 전문가로서의 깊은 내공이 느껴지는 동시에 역사학계와 국문학계의 이목을 동시에 집중시킨 화랑세기의 진위 여부까지 결부돼 흥미를 더한다.

한편 이임수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경주에 향가문학관이나 향가문화원이 세워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주는 문화재가 많아 향가가 소홀하게 취급되는데 이러다가는 자칫 군위 같은 곳으로 향가의 원류를 빼앗길 수도 있습니다. 우리 시에서 향가문학관 설립과 같은 논의가 진행된다면 기꺼이 돕고 제 가지고 있는 각종 서적도 내놓을 수 있습니다”

이임수 교수가 이렇게 적극적인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세대 바뀔수록 한자 해독 어려워지고 문학성 갖춘 후학들 없어 고심 깊어
“세대가 바뀔수록 한자에 대한 이해가 급격히 낮아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향가는 매우 문학적인 장르인데 문학성을 가진 후학들 역시 보기 어렵지요. 더구나 어려운 분야이다 보니 향가를 비롯한 고문학을 연구하려는 학자들도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금은 향가해독능력을 가진 학자가 30명도 되지 않는 실정인 만큼 자신이 조금이라도 여력이 있을 때 향가연구에 대한 체계적인 자료를 모아둬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신라향가의 대부분은 주무대가 경주인데 이런 경주가 향가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화적 자산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애석해 한다.

안타깝게도 이임수 교수는 최근 병마와 싸우며 중단한 연구도 있고 사비를 털어서라도 만들고 싶은 향가 관련 연구소 설립에 대한 열정도 꺾여버렸다며 경주의 미래를 설계할 정치지도자들이 제발 향가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그 사이 김영회 선생은 이임수 교수의 조언을 받아들여 자신의 주장을 논문형태로 고쳐 이를 한국시가학회에 정식 제출, 학계의 의견을 구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두 연구가 사이에 청원과 비판이 오가며 향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향가와 관련해 경주의 역할도 새삼스럽게 조명되고 있다. 이들의 향가에 대한 논쟁이 어떤 결말로 이어지고 향가의 고향 경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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