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경관농업·경관관광의 가치를 주목하라

사람사는 농촌 만드는 디딤돌, 경관농업·경관관광

이성주 기자 / 2018년 09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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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농촌 만드는 디딤돌, 경관농업·경관관광
경주, 유휴지 많아 대규모 경관관광단지 가능

↑↑ 경관작물과 문화재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동부사적지 첨성대일원 .


농산물 생산 기능만을 담당했던 농업 농촌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기존의 생산기능에 더해 각종 체험과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도시 소비자를 농촌으로 끌어 들이고 있는 것이다. 체험과 관광을 위해 농촌을 찾는 도시 소비자들은 머무는 동안 숙식은 물론 농산물을 구매함으로써 농촌의 새로운 소득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전국의 농촌지역 지자체는 농어촌 체험마을과 경관농업, 그린투어리즘 등의 활성화를 통해 도시 소비자의 발길을 이끌고자 새로운 농촌 가꾸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경북지역 4개사(경주신문, 성주신문, 경산신문, 영주시민신문)는 국내외 사례에 대한 취재를 통해 아름다운 농촌 경관을 가꾸고 농민들의 소득도 보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농촌경관은 축제나 도농교류를 통해 소득 증대와 공동체 활성화를 도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발휘한다. 이미 경관을 지역의 자산으로 활용해 지역마케팅에 성공한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앞서 살펴봤듯이 문학적 소재를 살려 운치 있는 메밀밭을 조성한 평창군, 청보리밭으로 경관농업의 대표 사례로 떠오른 고창군, 바다와 어우러진 다락논 경관이 지역의 랜드마크가 된 남해군 등이 그 사례이다.

이들 지역은 1차 산업인 농업에 3차 산업인 관광을 접목한 경관농업을 통해 수입개방 파고에 허덕이는 농촌에 활기를 불어넣고 농가소득을 높이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네덜란드나 독일 등 유럽 선진국의 경우도 경관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식하고 체계적 경관관리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과 다양한 경관사업 추진을 통해 삶의 질 향상과 지역경쟁력 강화에 나선지 오래다. 오로지 ‘돈 버는 농업’이 아니라 ‘사람 사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 하동 꽃천지마을은 코스모스로 유명하다.

#주민참여가 성공의 관건
농촌경관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매력 있는 장소를 공공의 주도로 조성하는 방식으로는 효과적인 경관관리 또한 이루어질 수 없다. 따라서 경관관리가 절실하다는 것을 지역사회에서 인식하고 공유함으로써 주민들의 관련 활동이 확산되는 것이 효과적인 농촌 경관관리의 관건이다.

정책적으로도 당연히 주민 참여를 유도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경관보전직불제에만 의지하기보다는 별도의 경관 가꾸기 사업을 지자체에서 먼저 시작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컨대 자체적으로 ‘아름다운 농어촌 경관 가꾸기’ 경진대회를 열어 일정액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마을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그러한 지자체 차원의 사례가 축적될 경우 정부 차원의 보다 폭넓은 지원책을 마련하는 작업도 용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네덜란드 대표적인 농촌경관관광지인 풍차마을.

#관련 공무원의 의식 개혁도 필요
지자체가 아름다운 농촌경관 만들기를 선도해 활력을 얻으려면 먼저 관련 공무원들이 경관농업직불제 등의 정부정책을 신속하게 읽고 이를 이끄는 획기적인 의식개혁이 전제돼야 한다.

농지담당부서는 외지인의 투기나 투자목적 또는 한계농지 등 여러 사정으로 우리지역 도처에 널려있는 불법 휴경지, 임대농지를 농지법에 근거해 의법 조치하는 것 보다는, 보다 큰 안목에서 우리 지역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경관농업을 유도하는 행정지도 방법으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산지담당부서는 산지관리법을 엄격하게 적용해 태양광시설 등을 목적으로 경관이 좋은 임야를 쪼개 팔기위해 무차별 벌목으로 산지를 황폐화시키는 기획부동산의 폐해를 막고 우리 지역 지형 여건상 경제성이 제한되는 목재생산 목적의 경제림 위주나 산림녹화를 위한 수종갱신 보다는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기능성 열매가 결실을 맺으며 가을엔 단풍이 드는 경관수종으로 전환되도록 행정지도를 펼쳐야 한다.

건축담당부서는 경관주택이라 하여 외관이 보기 좋은 신축주택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좋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모든 건축물 신축시 경관(미관)을 해치는 각종 잡동사니들을 보관할 수 있도록 지하실이나 창고 설치를 의무화하고 이를 지원하는 현실적인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

농촌 지자체의 담당부서나 시군의회는 농촌경관 개선을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을 위해 관련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 봉평메밀꽃단지.

#지역고유의 농업문화유산에도 주목하자
각 지역마다 산재하고 있는 농업문화유산에 대해 체계적으로 관리 보전하고 이를 활용해 발전시켜 나가는 것도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다. 정부는 경관농업직불제와 함께 농업인이 해당 지역의 환경·사회·풍습 등에 적응하면서 오랫동안 형성시켜 온 유형·무형의 농업자원을 농업유산으로 지정하는 국가중요농업유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가중요농업유산제도는 국가적으로 보전할 가치가 있는 농촌의 다원적 자원과 생물다양성 보존은 물론 조화로운 활용을 통한 농촌 활성화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목적을 두고 2012년 처음 도입됐다. 

①역사성과 지속성 ②생계유지 ③고유한 농업기술 ④전통 농업문화 ⑤특별한 경관 ⑥생물다양성 ⑦주민참여 등이 중요한 선정기준이다. 국가중요농업유산에 선정되면 유산자원의 발굴, 보전관리 및 활용을 위해 15억원의 사업비가 3년간 지원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3년 △완도 청산도 구들장논 △제주 돌담 밭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구례 산수유농업 △담양 대나무 밭 △금산 인삼농업 △하동 전통 차 농업 △울진 금강송 산지농업 △부안 유유동 양잠농업 △울릉 화산섬 밭 농업 등 모두 9곳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했다. 이 중 △완도 청산도 구들장논 △제주 돌담 밭 △하동 전통 차 농업 △금산 인삼농업은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됐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세계적으로 독창적인 농업 시스템과 전통농업 지식, 생물 다양성 등을 보전하기 위해 2002년부터 세계중요농업유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20개국 50여개 농업유산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문헌상으로 최초 재배지라는 역사성을 갖고 있는 우리고장의 인삼 농업과 전국최대 생산량을 자랑하고 있는 사과농업도 농업유산으로 발굴해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지역농업의 가치를 상승시킬 필요가 있다.

↑↑ 수로를 통해 농촌 경관을 볼 수 있는 네덜란드의 베니스 잔세스칸스.

#문화유산과 경관농업의 조화는 경주의 새로운 가치
경관농업은 지역별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이러한 다른 점이 가장 큰 관광콘텐츠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2005년 경관보전직불제 시행 이후 국내에선 고창 청보리밭축제 등이 경관농업의 성공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또 외국 사례에서는 네덜란드 친환경 풍차마을 잔세스칸스, 히트호른 마을이 대표적이다. 이들 지역의 특징 중에 하나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주민들 자치적인 운영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주는 경관농업 부문에서 전혀 진행된 것이 없다. 하지만 역사문화유적 주변지역 유휴지에 경관작물을 심어 관광객 유치에 기여하고 있다. 따라서 경주는 각종 경관작물의 특성화와 관광객이 많이 찾는 시기인 4월~11월에 시기별로 체계적인 경관작물을 심어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동부사적지와 국립경주박물관~황룡사지~분황사, 건천읍 금척고분군, 경북산림연구원~화랑교육원~통일전 일대도 고도 경주에 걸 맞는 경관작물을 꾸준히 심어 관광객들에게 지속적인 이미지를 심어 주어야 한다.

또 권역별 유적지 주변과 천북면 손곡동 경마장 부지도 방치할 것이 아니라 경관작물을 심어 그 일대 관광활성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추진은 주민들이나 지역 관련단체가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할 수 있도록 행정이 지원해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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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연합기획취재=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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