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고교평준화 적용 경북 사례

고교평준화 시작은 공론화부터 경북유일 평준화 지역 포항에서 길을 묻다

이필혁 기자 / 2018년 08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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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평준화가 도입된 후 40여 년이 지났지만 경주지역 고교평준화는 아직 공론화조차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인구감소 요인 통계에 따르면 학업으로 인한 이주가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중학생을 둔 학부모들이 인근 지자체로 이주를 하는 경향이 높았다. 이는 비평준화 지역인 경주 고교 입학에 대한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평준화 지역인 인근 포항과 울산 등지로 이주하는 경향이 높은 것을 방증하는 결과다.

지역 인구 감소의 원인으로 지역 고교 비평준화가 거론되며 고교평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 ‘고교평준화 이제는 고민할 시기’라는 기사를 통해 타지역 고교평준화 도입 현황을 비교, 지역 고교평준화의 도입의 가능성과 문제점 등을 보도할 계획이다.

#고교평준화 1974년 시작
고교평준화는 1974년부터 도입된 제도로 암기식·주입식 입시 위주 교육의 폐단을 개선하고 고등학교 간 학력차를 줄이는 한편, 대도시에 집중되는 일류 고등학교 현상의 폐단을 없앨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다.

비평준화로 인한 중학생들의 과중한 학습 부담, 명문 고등학교로 집중되는 입시경쟁의 과열과 그로 인한 학생들의 부담감, 인구의 도시집중 등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1974년 서울과 부산(기장군 제외)을 시작으로, 1975년 대구(달성군 제외)·인천(옹진군, 영종도, 강화군 제외)·광주, 1979년 대전·전주·마산·청주·수원·춘천·제주, 1980년 창원·성남(수정구·중원구)·원주·천안·군산·이리·목포·안동·진주, 2000년 울산, 2002년 과천·안양·군포·의왕·부천·고양·성남(분당구), 2005년 여수·순천, 2006년 김해, 2008년 포항, 2013년 광명·의정부·안산·강릉, 2015년 용인으로 확대됐다. 춘천·원주·천안·목포는 비적용 지역으로 바뀌었다가 2005년 목포, 2013년 춘천·원주, 2016년 천안이 다시 적용 지역으로 변경됐다.

#경북도 유일 평준화 지역, 포항
경주의 고교평준화 도입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우선 경북도내 평준화지역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북도내 고교평준화 지역은 포항이 유일하다. 포항은 2008년 고교 평준화 정책을 시행한 곳이다.

포항 고교평준화는 엄밀히 말하면 도심권 학교만 고교평준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곳이다. 전체 인문계 고등학교 18개교 가운데 14개 학교가 평준화를 적용받고 있으며 나머지 4개교는 평준화에 제외돼 비평준화를 유지하고 있다.

포항은 2008년 3월 고교평준화에 동참했다. 포항은 1980년부터 1990년대까지 평준화 정책을 시행하다 폐지한 안동에 이어 경북에서 두 번째이지만 처음으로 자발적인 고교 평준화를 시행한 지역이다. 포항 고교 평준화 정책은 시민 연대의 요구가 시발점이다. 1998년 ‘포항지역 평준화 실현을 위한 시민 연대’가 구성됐으며 1999년 시민 연대 차원에서 포항시에 고교평준화 시행을 건의하며 고교평준화 여론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후 정책적 논의가 일어난 지 10년 만인 2008년에야 포항지역은 고교평준화를 실시하게 됐다.

포항이 고교평준화를 시행할 당시 찬반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2002년 시민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해 76.7%의 평준화 찬성 결과를 도출했고 학교 운영위원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80%가 평준화를 요구했다. 또한 2003년 초중등 교사 2000여 명이 포항시 평준화 도입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고교 평준화 반대 범시민 교육협의회는 고교평준화는 시기상조라 강조하며 하향평준화, 지역 편중화, 원거리 통학, 사교육 증가 등의 이유를 들며 반대하기도 했다.

#여전한 고교평준화 논란
포항 고교평준화가 시행된 지 10년이 흐른 2018년. 포항지역 고교평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2008년 시행당시 18개교 가운데 12개 학교가 고교평준화를 시작했지만 지난해 동지여고와 세화고가 평준화를 시행하면서 총 14개 학교가 평준화를 시행하고 있다. 평준화 시행 학교가 증가하면서 표면적으로 포항 고교평준화는 양적 확대를 이뤄냈다. 하지만 평준화 시행 후 포항지역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은 고교평준화 효과에 대해 긍정보다 보통이라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북도교육청이 조사한 ‘포항 지역 평준화 정책 연구’에 따르면 하향평준화, 학교 평판도, 우수 학생 유출, 평준화 제외 고등학교 문제 등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선 하향평준화의 경우 고교 입학생 수 감소로 입학 정원 미달되는 학교가 많아지면서 특성화고로 진학하던 성적의 학생들이 일반계 고교로 진학이 많아졌다.

학교 평판도의 문제는 추첨에 따른 학생 배정으로 학력의 평준화는 이뤘지만 기존 명문고의 평판 문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동문회를 중심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수 학생 유출의 경우 평준화고를 진학하지 않고 자사고나 특목고 진학 또는 경주 등의 비평준화 지역으로 전출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는 포항지역 고교생의 전반적인 학력 수준 하향하와 맞물린 것이다.

마지막으로 평준화 제외 고교 문제도 발생했다. 일반계고와의 정책적 소외 문제는 물론 일부 시내권과 가까운 고교로 우수학생 쏠림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포항교육지원청 중등교육과 김호일 장학사는 고교평준화 제도에는 장단점이 존재해 어느 것이 좋다고 정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주)경주신문사
김 장학사<인물사진>는 “평준화 장점이라면 입시과열이 줄었고 중학생들이 원하는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면서 “반대로 성적만 본다면 하향평준화 됐다는 것과 동문회의 반대와 우수학생 유출 등이 단점으로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항에서 경주로 매년 20명 가까운 학생이 전출로 우수 학생 유출되었고 일부 학교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는 “평준화 전에는 포항고와 포항여고에서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 진학 가능성이 높았지만 평준화 시행 후 상위권 학생들이 제철고를 비롯해 특목고로 지원하는 현상이 많아졌다”면서 “특목고의 강세와 더불어 도심 인접지역 비평준화 학교의 강세도 두드러졌다. 특히 영일고는 면단위에 위치해 평준화에서 제외된 곳이지만 시내권과 가까워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몰리면서 하위권 학생의 입학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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