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보전은 지역 주민이 중심돼야-해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2

농촌마을 홀라쇼비체

이필혁 기자 / 2017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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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세 유럽 농촌마을을 간직한 홀라쇼비체 전경.
ⓒ (주)경주신문사


경주는 지난 1995년 석굴암과 불국사가 세계유산에 지정된 이후 2000년 경주역사유적지구, 2010년에는 조선시대 가옥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양동마을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지정됐다.

경주역사유적지구에는 불교건축과 생활 문화와 관련된 뛰어난 기념물과 유적지가 다수 분포돼 있어 노천 박물관이라 불린다.

양동마을은 조선시대 씨족 마을을 모습을 간직한 곳으로 양반과 평민의 가옥 배치가 뛰어난 곳이다. 양동마을에는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곳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경주역사유적지구는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역사지구 주변 주민들은 건물의 개보수 제한과 지자체의 이전 요구에 따라 삶의 터전을 옮겨야만 했다.

그리고 이주에 포함되지 않은 주변 지역도 고도제한과 건축 규제 등으로 주민의 재산권 행사 등에서 제약을 받고 있다.

경주와 같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이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지 우수 사례를 취재할 계획이다.

↑↑ 중세유럽의 전통마을 모습의 특징을 간직한 벽채.
ⓒ (주)경주신문사


또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단순히 지자체와 유네스코의 제약 등으로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 스스로 문화유산을 어떻게 보존하고 이어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 소개한다.

전세계적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다수 보유한 나라들이 많다. 그 가운데 체코는 오랫동안 소중한 문화유산을 가장 잘 보전하고 있는 나라중 하나로 꼽힌다.

체코에는 수많은 유산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체코 프라하 역사지구와 체스키 크롬로프 역사지구, 텔치 역사지구, 에드니체·발티체 문화경관, 리토미슐 성, 브르노의 투겐타트 별장, 올로모우츠의 성삼위윌체 석주, 젤레나 호라의 성 얀 네포무츠키 순례 교회, 쿠트나 호라, 크로메르지시의 정원과 성, 트르제비치의 유대인 지구와 성 프로코피우스 바실리카, 홀라쇼비체 역사 마을 보존지구 등 10여 곳이 넘는 곳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이 가운데 체스키 프롬로프 역사지구와 홀라쇼비체 역사마을 보존지구를 비교했다. 이 두곳을 통해 보전의 중심은 무엇이 돼야 하는지를 간접적으로 알수 있었다.

↑↑ 말 조각상은 집안에 마굿간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 (주)경주신문사


중부 유럽의 전통 마을을 완벽히 보존하고 있는 시골 마을 체코의 홀라쇼비체는 체스키 크롬로프 역사지구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역사마을이다.

홀라쇼비체는 중부 유럽 전통 마을을 이례적으로 완벽하게 보존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남부 보헤미아 민속 바로크’라고 알려진 18세기, 19세기의 뛰어난 전통 주택들이 보존돼 있다.

역사학자에 따르면 고고학적 조사 결과 신석기 시대부터 인류가 이 마을에서 살았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9세기, 10세기에 슬로바키아 인이 이곳에 정착해서 살았다. 이곳은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이곳의 주택은 대부분 농장 주택의 모습을 띠고 있다.

ⓒ (주)경주신문사


홀라쇼비체는 지리적으로 독일 국경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1895년에는 독일 출신 주민이 157명 있었고 체코인은 19명뿐이었다고 한다. 1918년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이 수립될 때까지 이곳에는 독일인이 살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독일인이 추방될 때까지 체코 인은 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이후 체코인들이 정착하게 된다.

1827년 토지대장에 따르면 ‘홀쇼비츠(Holschowitz)’의 농장 건물은 외양간을 제외하면 모두 석재로 되어 있었으나 1840년~1880년에 북부 보헤미아 마을에서는 재건축이 활발하게 진행돼 ‘민속 바로크’라고 알려진 양식이 이곳 특징이 됐다.

홀라쇼비체는 가늘고 길게 이루어진 마을의 광장 주변에 건물 120동이 들어서 있다. 한켠에는 유럽 도시의 특징인 십자가가 있는 작은 교회가 위치해 있다. 외곽에는 좀 더 최근에 지어진 건축물이 들어선 모습도 보인다.

이 마을에서는 농가는 대개 방 2개로 이루어진 구조물에 아치형 천장이 있는 방이 있으며 긴 외양간이 붙어 있다. 농업이 주 소득원이 농촌마을에서 말은 중요한 재산이기 때문이다.

몇몇 곡물 창고와 외양간은 제2차 세계대전 전후에 은퇴자를 위한 거주지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건물을 재건축됐다고 한다. 건물은 모두 안장 모양의 지붕이 있는 단층 주택으로 현재도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공간이다.

↑↑ 농촌마을 홀라쇼비체 주민들은 말을 이용해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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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은 120여 가구 중심
홀라쇼비체는 현재 120여 채 이상의 가구가 모여 살아가는 작은 시골마을이다.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대부분인 이곳 마을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면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체스키와는 다른 모습이다.

1998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홀라쇼비체는 그야말로 한적한 농촌 마을이다. 체스키는 타 국가의 간섭없이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발전한 곳이라면 홀라쇼비체에는 외부의 간섭과 넉넉하지 않은 경제 상황 등으로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심지어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체코인보다 독일인이 많았던 적도 있었다. 자료에 따르면 16세기 초반까지 이 지역에는 체코 사람들이 살았으나, 1521년 전염병이 돌아 단 두 사람만이 살아남았다. 1524년~1530년의 수도원 문서에는 독일인의 이름만 기록되어 있었고 30년 전쟁(1618~1648)으로 모든 게 파괴되기도 했다.

1895년에는 독일 출신 주민이 157명 있었으며 체코 출신은 19명뿐일 정도였다. 1918년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이 수립될 때까지 이곳에는 독일인이 살고 있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독일인이 추방될 때까지 체코 인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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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체코인들이 하나둘 거주하기 시작하며 마을은 점점 커졌고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이곳을 찾는 관광객도 점차 증가하기 시작했다. 홀라쇼비체 안내소 직원 Petra 씨<인물사진>는 매년 2만여 명에 가까운 관광객이 작은 도시 홀라쇼비체를 찾는다고 말한다.

그는 “이곳은 사실 볼 것이 많은 관광지가 아니다. 예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작은 시골 마을이다. 관광객들은 변하지 않는 홀라쇼비체의 모습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매년 홀라쇼비체를 찾는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지만 마을에서 느껴지는 변화는 많지 않다고 말한다. 그저 음식점이 생긴 것 이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 Petra 씨는 이곳은 살아있는 마을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이곳은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살아 있는 마을로 실제 주민의 삶의 터전이다”라면서 “사람이 없는 곳에는 마을이 아닌 박물관일 뿐이다”고 말했다.

이곳은 지자체의 관리 아래 세계문화유산이 보전되고 있다. 유산을 보호할 때 어려운 점이 있다. 예전 모습 그대로 보전을 위한 보전 비용이다. 이곳의 자치단체에서 집의 개보수 등의 제재를 받는다. 건물의 원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간편한 시공을 제한되고 많은 비용이 드는 공사를 해야 한다.

↑↑ 주민 Jirina 씨는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집이 책자에도 소개돼 있다며 이곳은 박물관이 아닌 마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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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Jirina 씨는 “세계유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마음대로 고칠 수 없고 예전의 모습으로 고치는 데도 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라면서 “예산도 부족하고 불편함은 있지만, 마을 주민들은 불평대신 자부심으로 마을을 지키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마을의 전통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곳의 주인은 건물이 아니라 바로 주민이라 강조했다.

공익단체를 조직해 마을 주민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다는 것. Jirina 씨는 “올해로 20번째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는데 이 행사 대부분은 관광객을 위한 행사가 아닌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을 위한 행사다”면서 “마을의 주체는 건물이 아닌 주민이 생명력을 지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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