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자전거도로 많지만 제기능 하지 못한다-관광도시 경주, 자전거도로 의 현주소

자전거이용자는 많으나 다니기 불편한 관광도시 경주
부실한 자전거 도로 주말 교통 혼잡
안전사고에 노출된 보행자와 자전거 운전자

이재욱 기자 / 2017년 10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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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를 이용하는 관광객들이 신호도 지키지 않고 도로를 건너고 있다.
ⓒ (주)경주신문사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자전거사고는 매년 1000여 건씩 증가하는 추세다. 도로교토공단 교통사고 분석시스템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 2011년 1만2121건의 자전거 교통사고는 5년 뒤인 2015년 1만7366건으로 약 5000여 건이나 늘었다. 사고 발생 빈도가 높아지면서 관련 부상자 역시 1만2358건에서 1만7905건으로 함께 늘어났다.

자전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용자들의 경각심이 최우선으로 꼽힌다. 자전거는 도로교통법 상 차량에 속하기 때문에 사람이나 차량과 마찬가지로 이동 중 우측통행이 기본이며 마주 오는 대상과의 1차적인 충돌을 피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자전거를 타고 어디든 쉽게 다닐 수 있다. 특히 보호자 없이도 쉽게 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관광도시 경주는 오랫동안 ‘교통사고 1위 도시’하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차량 간 사고뿐 아니라 관광명소 주변에서의 자전거, 4륜 바이크 사고는 물론, 새로운 탈것으로 등장한 전동 휠, 전기바이크, 전동 킥보드 등의 사고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안전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자전거를 비롯한 기타의 탈것을 가지고 차도와 인도를 번갈아 다니는 것이 사고의 원인으로 보행자와 운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있다. 이에 유럽의 자전거 문화, 어린이 교통안전, 자전거를 운전하는 운전자들에 대한 법령에 대해 취재 보도할 계획이다.

교통 선진국인 독일은 어린이 교통안전에 우선을 두고 있다. 특히 어린이 자전거 면허증을 시작으로 어릴 적부터 교통법령에 관한 교육에 신경 쓴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 필수적으로 취득해야 하는 자전거 면허(어린이용)와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교통사고 사례를 통해 체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자전거와 자동차를 운전할 시에 지켜야 할 법과 제도들도 다양하다. 이를 어길시 벌금까지 내야할 정도로 안전사고 예방에 신경을 쓰는 독일의 자전거 문화. 자전거를 이용한 교통안전 기본 수칙의 교육방법, 법령, 제도 등을 알아보고 우리나라 자전거 교통문화가 가야할 방향을 모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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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는 대한민국 대표 관광도시다. 불국사, 석굴암, 감포 방면의 몇몇의 관광명소를 제외한 나머지 관광명소는 대부분이 평지이며 터미널과 인접해 있어 자전거를 이용해 다니기 쉽다. 경주를 찾은 젊은 관광객들의 대다수는 자전거와 같은 이동수단을 통해 경주를 관광하고 있다.

경주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지역의 자전거 전용도로는 알천남로(황성대교~보문교), 서악로(서천네거리~무열왕릉), 서천둔치(서천둔치 주차장~황성대교), 원화로(선덕네거리~경주역~경주교), 첨성로(놋점삼거리~황남초등네거리~황남주민센터~강변로), 강변로(동보마을~신라공고), 금오로(사천왕사지~통일전 주차장), 구 34번 국도(삼릉~용장휴게소), 구 35번 국도(용장휴게소~이조교), 동해안 자전거도로(양남면 수렴리~감포읍 오류리), 보문로(보문교~단지입구) 등 10개 노선이다.

자전거 겸용도로는 24개 노선으로 보문로(보문교~경주월드), 문무로(배반네거리~온천호텔 앞), 불국로(구정로타리~불국사광장), 보불로(감포삼거리~불국로), 천군로(보문교~분황사 입구), 동대로(중앙시장~경주여고), 첨성로(대릉원 주차장~선덕여고 입구), 양정(천군)로(분황사 입구~선덕여고 입구), 월성로(박물관 네거리~팔우정), 원화로(선덕네거리~용강공단), 강변로(화랑로~서천교), 장군로(강변로~김유신 장군묘), 황성지하로(황성공원~용강공단 입구), 구황로(배반지하도~용강파출소), 금성로(황남동 네거리~서라벌대로), 태종로(팔우정삼거리~서천교), 백률사로(푸르지오 앞~백률사 삼거리), 교촌로(원풍식당~교촌마을 입구), 포석로(오릉네거리~삼릉), 일정로(박물관 뒤 월성교~오릉교), 임해로(화랑초 네거리~박물관 네거리), 흥무로(김유신묘 입구 삼거리~서천교 네거리), 통일로(통일전 주차장~통일전 삼거리), 첨성로(황남동주민센터~황남초 네거리) 등 이다. 우선도로는 1개 노선으로 동해안자전거도로(양남면 수렴리~감포읍 오류리)가 있다.

이중에 이용자가 많은 노선은 보문교~경주월드, 배반 네거리~온천호텔 앞, 보문교~분황사입구, 화랑초 네거리~박물관 네거리, 황남동 주민센터~황남초 네거리와 천마총과 첨성대, 그리고 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황리단 길~터미널 구간이다. 이 구간은 경주의 봄·여름·가을을 모두 즐길 수 있는 구간으로 친구, 가족, 연인들 단위의 자전거 이용자들이 많다.

하지만 이 구간은 자전거 전용도로가 아닌 대부분이 인도와 함께하는 겸용도로이거나 인도이며 황리단 길의 경우 차도를 이용해야 한다. 또한 주말이면 밀리는 차량들로 인해 자전거를 타고 보행자와 차량을 피해 이동하기란 쉽지 않다.

관광객 정기훈(울산, 32) 씨는 “경주는 울산이랑 가까워서 자주 가족들과 온다. 특히 보문단지를 자주 오는데 경치도 좋고, 드라이브하기도 좋은 곳이지만 곡예운전을 하는 이륜차, 자전거 운전자들을 보면 ‘위험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특히 가족단위로 타고 다니는 큰 전동 자전거가 정해진 도로없이 인도와 차도를 오가며 운전하는 모습을 보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 너무나 좁은 보문단지의 겸용도로.
ⓒ (주)경주신문사


-자전거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위험해 보인다’, ‘도로 불편’ 등이 다수
경주 지역의 성수기라 할 수 있는 7월~8월 기자는 주말마다 30여 명이상 3회에 걸쳐 천마총과 첨성대 일대, 보문단지를 찾아 총 100여 명의 관광객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자전거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조사 결과 ‘위험해 보인다’ 36명, ‘자전거 도로가 불편’ 30명,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버스시간 등 귀가 시간을 포함한 시간적 여유) 18명, ‘자전거를 타지 못해서’ 10명, 기타 9명 등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응답을 한 ‘위험해 보인다’는 답변은 천마총 돌담길, 첨성대 일대 20명, 보문단지 16명으로 비슷하게 응답했다.

천마총 돌담길과 첨성대 일대는 차량과 자전거가 서로 양보하지 않고 위험한 운전을 한다는 이유가 많았고, 보문단지의 경우는 보행자와 자전거운전자간의 불편이 대부분의 이유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 구간들은 차량이용도 많으며, 주말이면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곳이다.

또한 최근 전동바이크와 전기자전거, 전동 휠 등을 대여해주는 곳이 늘어나면서 이러한 탈것들을 이용하는 관광객들도 늘었다. 자전거뿐만 아니라 새로운 탈것들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이 차도와 인도를 번갈아가며 곡예운전을 하는가 하면, 주행 중 사진이나 영상을 남기는 행위들로 사고 위험률은 더 증가했다. 대부분이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있어 안전사고의 발생률도 높아졌다.

‘도로 불편’은 터미널부터 시작해 황리단 길, 교촌마을, 천마총, 첨성대, 안압지, 박물관 코스가 골고루 조사됐다. 도로 불편 이유 구간 현장은 대부분 좁은 겸용도로로 되어 있거나, 겸용도로 없이 차도만 있는 곳도 많았다.

황리단길을 찾은 관광객 이지영(부산, 26) 씨는 “인터넷에서 보고 황리단 길을 찾았다. 하지만 상가 앞으로 버스와 큰차들이 지나다니고 골목같이 좁은 도로에서 보행자들도 많은데 인도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불편하다”며 “이런 복잡한 곳에서는 걷기도 힘든데 자전거를 끌고 다니는 것은 더 힘들 것 같아서 타지 않았다”고 말했다.

↑↑ 너무나 좁은 보문단지의 겸용도로.
ⓒ (주)경주신문사


-경주시 교통사망사고 줄이기 캠페인 활성, 도로 정비 등 다양한 정책 실시하지만 자전거 관련은 부족, 주말이면 불법 주정차하는 차량들로 인해 자전거 도로 무의미
지난 2015년 경주시는 안전한 관광도시를 만들기 위해 경주경찰서와 교통사고 줄이기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교통사고줄이기 5개년 계획을 수립. 2019년까지 267억원을 투입해 교통사고 취약지 안전시설물의 설치와 정비에 나섰다. 스쿨존, 번화가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거리캠페인을 실시해 지역 내 교통사고 발생건수가 많이 줄었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좁은 도로폭을 확대하고, 커브길을 완만하게 개량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한 결과다.

하지만 대부분이 차량 간의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자전거 도로의 확장이나 안전펜스에 관한 설치는 미비했다. 지역 내 자전거 도로라고 불리는 곳의 현장에서는 자전거 전용교통표지판 설치도 부실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늘리기는 힘들다. 대부분의 도시들이 겸용도로를 늘리고 있는 추세이다”며 “자전거 전용도로를 더 추가 할 수는 없지만 겸용도로와 기존의 자전거도로의 구분을 확실히 하는 작업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주말만 되면 어김없이 발생하는 불법주정차 하는 다수의 차량들이다. 특히 돌담길이 아름다운 천마총 돌담길과 황리단 길에서 천마총 서문을 향하는 돌담길은 불법주차차량들로 매주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천마총 서문 돌담길을 따라 빼곡이 주차되어 있는 차량들로 인해 자전거는 물론 보행자들도 다니기 힘들 정도다. 이곳은 걷기 이쁜 곳, 자전거 타기 좋은 곳으로 소문이 났다. 하지만 현장에는 ‘돌담길 주차금지’현수막만 있을 뿐이었다.

봄, 가을 김유신 장군묘 입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벚꽃과 단풍을 보러오는 관광객들이 불법주차를 버젓이 하고 있어 보행자도 자전거 운전자도 다니기 힘들 정도다. 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관광객들도 불편을 겪고 있는 이 문제는 여러 번 언론을 통해 거론됐다.

경주시 관계자는 “주말에 모든 곳을 주차 단속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다”며 “경주의 교통을 위해 계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충효동 주민 이 씨(35, 남)는 “국내 대도시 및 해외 유명관광지 같은 경우는 주말도 상관없이 교통단속을 하며 보행자위주의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며 “경주도 관광도시 이름에 걸맞게 주말에도 단속을 하는 것이 좋아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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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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