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충의 개념과 원인, 그리고 경주의 실태-재선충병 경주 산림을 위협한다!

매년 증가하는 재선충병과 방제비용 부담
경주, 서면·산내 제외 대부분 지역 재선충 발생

이필혁 기자 / 2017년 0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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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지역에서 첫 발생한 소나무 재선충병은 일반산림은 물론 국립공원과 왕릉 등 문화유산에 피해를 주고 있다. 사진은 2013년 흥덕왕릉 주변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걸려 잘려나간 모습.
ⓒ (주)경주신문사


2016년 경주지역에서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 재선충병으로 9만2000여 그루의 소나무가 피해를 보았다. 2004년 양남면 수렴리에서 처음 발생한 소나무 재선충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재선충을 효과적으로 방제하지 못할 경우 경주의 소중한 자산인 소나무들이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번 기획을 통해 소나무 재선충에 대한 개념과 실태, 방제책에 대해 보도한다. 또한 경주지역을 비롯해 경북도, 일본의 재선충 피해는 어떠한 상황이며 소나무 재선충 방지책를 위해 어떤 대책을 수립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소나무 재선충병은 무엇인가?
소나무 에이즈라 불리는 소나무 재선충병은 1mm 내외의 실 같은 선충이 솔수염하늘소, 북방수염하늘소의 몸 안에 서식하다 소나무에 침입해 나무 조직 내 수분과 양분의 이동 통로를 막아 나무를 말라 죽게 하는 병이다.

재선충병은 현재까지 치료 약이 없고 매개충에 대한 천적도 없어서 한번 감염되면 100% 고사해 일명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고 있다. 선충은 모든 지역과 동식물에서 발견되는 기생충으로 대부분 선충이 자연에 별다른 해를 입히지 않지만 식물 기생성 선충은 기생하는 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다. 선충의 일종인 소나무 재선충은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의 몸 안에 서식하다 하늘소가 새순을 갉아 먹을 때 상처 부위를 통해 소나무에 침입하게 된다.

이 선충은 소나무에서 10만 마리에서 20만 마리로 증식해 소나무 침입 후 7일부터 잎 처짐 현상이 발생하고 30일 이후에는 잎이 붉은색으로 변하며 고사한다.

↑↑ 재선충 피해현황, 색이 붉을수록 피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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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으로 피해커져
소나무 재선충병이 문제가 되는 것은 감염시 100% 고사와 함께 전파력 때문이다. 재선충병의 특징은 재선충이 매개충 단독으로 재선충병을 전파할 수는 없지만 매개충을 통해 소나무를 옮겨 다니며 전파될 수 있다는 점이다.

매개충인 북방하늘소와 솔수염하늘소는 1년 1세대로 건강한 소나무 가지를 먹고 자라며 고사한 소나무에 산란하는 종이다. 매개충인 하늘소는 기생하는 재선충의 이동을 돕고 재선충은 소나무에 침입해 소나무를 고사시켜 하늘소는 산란을 돕는 공생으로 재선충병의 전파를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소나무 재선충병 피해증상은 초기에는 구별하기 어렵다. 기온이 높은 시기에 다량의 소나무재선충이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를 통해 소나무에 침입하게 된다. 침입 후 7일부터 잎 처짐 현상이 발생하고 30일 이후에는 잎이 붉은색으로 변하며 고사하게 되는 것이다.

소나무가 붉은색으로 변한 상태에서 육안상으로 소나무 재선충병을 확인할 수 있지만 이시기는 이미 소나무가 고사한 상태로 소나무를 살릴 수 없다.

-재선충 국내 발생 현황
소나무 재선충병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것은 부산이었다. 1988년 금정산에서 최초 발생한 소나무 재선충병은 2001년 경남(거제, 김해, 진해, 밀양)을 거쳐 경북(구미)으로 번졌다. 2005년 대구와 강원도에서도 발병했으며 2006년 경기도, 2007년 전북, 경기, 강원, 경남, 2009년 충북, 2010년 전남, 2012년에는 충남, 2013년에는 경기도와 강원도, 충북, 경북, 울산에서 발병했다. 2014년에는 서울을 비롯해 경기, 강원, 충남, 전북, 대구, 경북 등 전국 14개 시·도와 74개 시·군·구에서 발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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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재선충 발생 현황
소나무 재선충병이 지역에서 발생한 것은 2004년이다. 양남면 수렴리 산2번지에서 처음 발생한 재선충병은 매년 피해 고사목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나무 재선충병으로 2012년에는 9094본의 피해목이 발생했으며 다음해인 2013년에는 1만9736본으로 증가했다. 2014년에는 7만8270본으로 폭발적으로 피해목이 증가해 불국사에도 1본의 소나무와 왕릉(흥덕왕릉) 주변 소나무까지 피해를 보았다. 2015년에는 9만8195본까지 피해목이 증가했으며 지난해에는 9만2032본으로 피해목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사)소나무지킴이 시민연대 조용기 이사장은 “아직 학술적으로 명확히 어떻게 소나무가 재선충에 의해 고사하는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재선충이 소나무에 급속도로 증식하면서 소나무 가도관을 막아 물과 양분의 이동을 차단해 소나무들이 고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면서 “소나무 재선충병을 막기 위해서는 재선충을 옮기는 매개충과 거기에 기생하는 선충, 그리고 소나무에 대한 이해가 수반돼야 재선충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매년 증가하는 소나무재선충병과 방제비용
경주시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올해 110억 정도의 예산이 책정된 상태다. 2012년 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5억 정도의 예산을 사용했다. 하지만 재선충병 예방을 위한 약제 살포나 나무주사 등은 배제한 채 고사한 나무만을 제거했다. 그 후 2013년에는 피해 나무가 증가하자 고사목 제거와 약제 항공살포 등의 비용으로 8억 원을 사용했으며 2014년에는 소나무 재선충병으로 죽은 나무가 7만8000여 본에 이르자 고사목 제거와 항공살포로 30억 가까운 예산을 사용했다. 2015년에는 고사목 제거와 항공살포를 비롯해 예방나무주사와 약제 지상살포, 페로몬 트랩 등 다양한 예방법을 사용으로 74억 가까운 예산을 썼으며 지난해에는 고사목 방제와 예방나무주사, 지상살포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 90억 가까운 예산을 사용했다.

올해도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예산으로 11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 같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이유는 경주가 재선충병 극심 발병 지역이기 때문이다. 경주시에 따르면 경주는 서면과 산내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소나무 반출 금지 지역으로 묶여있다고 밝혔다.

경주시는 지난해 불국사를 비롯해 석굴암, 김유신장군묘, 서악동고분, 흥덕왕릉, 옥산서원, 원성왕릉, 문무대왕릉 등 문화재 주변 나무 13만4123본에 예방나무주사로 방제를 했다. 올해는 양남면 지역을 시작으로 감포, 양북, 강동, 안강, 천북, 현곡, 건천, 서악, 내남, 조양동, 시래동, 마동, 구정동, 하동 등 일반산림과 국립공원까지 예방나무주사 방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경주시 관계자는 “재선충병이 5만본 이상 발병하면 극심 지역으로 분류되는데 경주는 연간 10만본 가까이 재선충병이 발생하고 있어 방제를 위해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면서 “국비 보조가 70% 가까이 지원되고 있지만 예산이 증가할수록 경주시의 예산 부담도 증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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