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은 지역사회의 힘'-[16]동천동 소금강경로당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경주신문 기자 / 2015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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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천동 소금강경로당은 할머니들만의 공간이다. 앞으로는 할아버지들도 함께 지내는 공간이 되길 기대했다.
ⓒ (주)경주신문사


동천동 소금강경로당은 2013년 시가 주택을 매입해 노유자시설로 리모델링해 경로당으로 꾸민 곳이다. 이곳 이름이 소금강인 이유는 동천동에 위치한 소금강산이 있어서다. 소금강은 동천동과 용강동, 천북면 경계에 있는 높이 170여 미터에 이르는 나지막한 산을 지칭한다. 소금강산은 금산, 금강산 등으로 불리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신라 6촌 중 하나인 금산가리촌(金山加里村)에서의 금산이 ‘지금의 금강산으로 백률사 북쪽에 있는 산이다’라는 기록과 ‘6촌 중 하나인 명활산 고야 촌장인 호진(虎珍)이 처음에 금강산으로 내려왔다’라는 기록이 전해진다. 금강산은 신라 수도의 중심지에서 아주 가까우므로 삼국사기 이외에도 많은 기록이 전해진다. 일제 강점기 이후 강원도의 금강산이 알려지며 경주의 금강산은 소금강산으로 불리게 됐다는 설이 있다.

소금강이 동천동을 비롯해 용강동에 인접해‘소금강경로당’ 명이 용강동에도 쓰이고 있다. 경주풍물지리지에는 신라 시대부터 나라의 큰 일이 생길 때 소금강산에서 회의를 열면 반드시 이루어졌다고 전한다. 이 산의 남쪽 기슭에는 탈해왕릉이 있고 서쪽 기슭에는 굴불사터 사면석불이 있다. 산허리에는 백률사가 있는데 신라 때에는 북악이라 해 신성시하며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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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가 되어 주는 소금강경로당
동천동에는 많은 경로당이 있다. 하지만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경로당이 멀리 있어 걸어가는 데 어려움이 많다.

소금강경로당을 이용하는 어르신들도 이곳이 생기기 전에는 경로당에 갈 수 없었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경로당 대신 가까운 공터나 놀이터에서 모여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이제는 이곳 경로당이 있어 좋다고 모두들 입을 모았다.

“나이가 들면 걷기가 힘들어. 특히 꼬부라져 가까운 거리도 우리에겐 힘이 들어. 이렇게 경로당이 생기니 친구들도 자주 만날 수 있고 즐겁게 여가를 보낼 수 있어 정말 좋아”

이곳 소금강경로당의 위치는 좋지 않다. 경로당이 외부에선 잘 보이지 않는 곳이 있어서다. 주민이 거주하던 주택을 시가 매입해 경로당으로 꾸몄기 때문이다. 잘 보이지 않는 곳이지만 이곳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에게는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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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강경로당 김헌자(80·인물사진) 회장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우리에겐 조용해 아주 좋다. 우리만의 공간이니까”라고 말했다.

#할아버지가 필요해
소금강 경로당은 어르신 60여 명이 등록돼 평균 30여 명 정도가 이용하는 그리 작지 않은 경로당이다. 하지만 특이한 점은 할아버지는 한명도 없이 오로지 할머니들만 있는 금남(?) 경로당이 되고 말았다. 이곳 경로당의 최대 화두는 단연 할아버지 관련 이야기다.

“이곳 경로당이 음기가 강해 할배들이 없어. 영감 하나씩 데려와. 다른 거는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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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경로당을 다녀보면 공통적으로 할아버지의 비중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장수하는 할머니들이 많기도 하지만 그 속사정을 살펴보면 경제적 이유도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할아버지들은 나이가 들어 경로당을 이용하기보다 시에서 시행하는 일자리 사업이나 일용직 등에 나가 경제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할머니들은 상대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아. 우리도 일할 수 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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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프로그램이 많아지길
처음 경로당이 생겼을 때 많은 곳에서 경로당을 찾아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해주었다. 하지만 최근에 교육프로그램이 거의 없다고 했다.

“이곳 경로당은 심심해. 최근에는 교육프로그램이 거의 없어. 할머니들이 심심하지 않도록 프로그램도 많아졌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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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이필혁 기자
진행=엄태권 대리/이원조 전문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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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금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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