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은 지역사회의 힘’-[2]안강읍 갑산2리

따뜻한 정이 최고의 선물

이필혁 기자 / 2015년 06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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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전체 60여 가구. 60대 이상이 대부분인 갑산리 마을은 한적한 시골 마을이다. 하지만 갑산리 어르신들은 찾는 이들이 많아져 왁자지껄한 동네가 되길 바랐다.
ⓒ (주)경주신문사


갑산리는 본래 경주군 강서면 지역으로 신라 때의 절 갑산사가 있어 갑산이라 불렀다.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으로 산전리 일부와 강도면 호명리, 모시리 일부를 병합해 갑산리가 됐다. 갑산리는 맴산과 못안마을, 대마을이 갑산 1리와 사들, 마늘밭 마을이 갑산 2리로 나뉜다. 갑산 2리는 사들과 마늘밭 마을 주민들이 사는 농촌 마을이다.

‘사들’은 사평沙坪, 사평동沙坪洞이라고도 하는데 갑산리에서 제일 큰 마을로 마을 앞에 있는 큰 들을 부르는 말이다. 사들이란 지명은 조금만 비가 와도 홍수가 나 마을에 모래가 많이 쌓인다 하며 붙여진 이름이다. ‘마늘밭’은 예로부터 마늘 재배가 많은 곳이라 마늘밭이라 불렸다.

이곳은 동네 어귀에 넓은 평지인 사들이 펼쳐져 있다. 예전부터 들에서 논농사를 주로 삶의 터전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최근 사들에 도로와 철도가 생기면서 넓은 논이 대부분 매각됐다. 논에 길이 나면서 갑산2리 주민들은 삶을 터전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많은 주민이 외지로 떠나며 이제는 60여 가구만이 고향을 지키고 있는 동네, 주민 대부분이 60대 이상인 농촌 마을, 갑산2리 결로당이 유일한 어르신들의 쉼터다.

↑↑ 갑산리는 흔한 운동기구와 정자, CCTV 등이 하나도 없는 곳이다. 어르신들은 오로지 여가를 즐길 곳은 경로당 한곳뿐이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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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제일 따뜻한 동네 갑산리
↑↑ 이장 구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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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산2리는 동네 형태가 반달처럼 생겨 겨울이면 경주에서 제일 따뜻한 동네라고 한다. 60여 가구 150여 명 정도의 주민이 사는 작은 마을인 갑산 2리는 유난히 젊은 어르신들이 많아 보이는 곳이다. 올해 4년째 동네에 궂은 일을 도맡아 온 구본현(66) 이장은 동네에서 가장 젊은 피로 통한다.

대부분 60대 이상인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 60대 이장은 아직 경로당에 출입하지 못할 정도로 젊은 편이다.

그는 “갑산 2리는 예전부터 범죄 없는 마을 유명해, 그리고 개똥이네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 알 정도로 다들 가깝게 지내는 동네지. 하지만 농촌이 다들 그렇듯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 도시로 떠나면서 어르신들만 남아있는 동네이기도 해. 특히 이곳은 즐길 거리, 놀거리 등 문화시설은 물론 운동기구와 흔한 마을 정자도 없는 곳이야. 쉴 공간은 오로지 마을 경로당 하나뿐인데 60대는 아직 젊어서 갈 수 없어”라고 말했다.

↑↑ 안강 미루병원에서 갑산리 경로당을 찾아 올바른 손씻기 교육을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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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가 잘린 갑산 2리
갑산 2리는 동네 어귀에 넓은 평지인 사들이 펼쳐져 있어 논농사 위주의 경제생활을 이어온 곳이다. 하지만 철도가 생기고 도로가 나면서 넓은 들녘은 허리가 잘린 반쪽자리 들녘으로 변해버렸다.

어르신들은 “처음엔 이곳에 KTX 역사가 생기고 열차가 정차한다고 해서 동네가 발전할 줄 알았지만 지금은 역사는 커녕 기차도 정차하지 않는 철도만 놓여 있다”면서 “동네 사람들은 동네발전을 위해 땅을 팔았는데 결국엔 반쪽짜리 들녘만 남았다”고 후회 섞인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역사를 짓다 남은 땅을 절대 농지로 묶어 놓지 말고 나머지 땅을 활용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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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情’이 필요한 갑산리
↑↑ 박두환 최고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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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에 모인 어르신들은 흔하디흔한 운동 기구하나 동네에 없다며 운동기구가 설치되면 메르스도 이겨낼 수 있다고 웃으며 운동기구 설치를 바라고 있다. 현재 동네에는 CCTV가 하나도 없다. 어르신들은 이 동네로 들어오는 길이 하나뿐이라 경로당 앞에만 CCTV 하나 달아 놓으면 동네 지키는 데 가장 효과적이란다. “시의원한테 이야기해도 들어주지 않는다”며 꼭 설치해 주길 기대했다.




↑↑ 이낙찬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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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산2리 최고령 박두환(90)어르신은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활동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노인정에서 동생들과 지내는 것이 낙이란다. 여성 최고령자인 ‘산대댁’ 이낙찬(84) 할머니는 19살에 갑산리로 시집와 60년 넘게 이곳을 지키고 있다. 산대댁은 갑산리에는 찾아와 주는 사람들이 없는 동네라 말했다.

“운동기구도 없고 정자도 없어 경로당이 유일한 만남의 장소이자 여가를 보내는 곳이지. 우리 동네엔 아무것도 할 것이 없어 그저 여기 모여서 노는 것이 전부야. 다른 동네 경로당에는 자원봉사도 오고 지역사회에서 방문도 많아 재미있는 일이 많지만 이곳은 전혀 없어 심심해.......”

갑산리 어르신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운동기도 CCTV도 잘 포장된 길도 아니다. 어르신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관심과 따뜻한 정이 필요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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