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면동 행정사무감사 ‘수박 겉핥기’우려

격년제에서 23개 읍면동 매년 감사키로···‘예산 낭비’ 지적
주민접촉 통해 의견 의정에 반영···“감사 예산도 감소할 것”

이상욱 기자 / 2015년 06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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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의회가 올해부터 기존 격년제로 실시해오던 읍면동 행정사무감사를 매년 실시하기로 결정하자 ‘수박 겉핥기’식 감사로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주시의회 의회운영위원회는 지난달 4일 제203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5년도 행정사무감사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에 대한 수정안’을 최종 확정했었다.

시의회는 지난해까지 읍면동의 행정사무감사는 격년제로 실시했으나, 2년마다 감사함으로써 읍면동장과 업무담당 및 담당자의 잦은 교체로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다소 미흡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수정사유를 밝혔다. 그리고 읍면동 행정의 잘못된 부분은 매년 시정 요구해 행정이 효율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매년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한다는 것.

수정안에 따라 당초 제1·2행정사무감사 특별위원회가 각각 6개씩 총 12개 읍면동을 대상으로 하는 감사에서 제1행감 특위는 12개, 제2행감 특위는 13개로 감사 대상 이 배로 늘었다.

당연히 지난해까지 3일간 1일 2개 읍면동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가 4곳으로 늘어난 것. 이처럼 감사 대상이 많아지면서 읍면동 감사가 심도 있는 질문과 답변보다는 ‘수박 겉핥기’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또 감사 자료 유인과 감사장 세팅, 다과 준비 등에 예산과 인력이 낭비된다는 지적이다. 시에 따르면 감사 자료 준비와 유인 등에 드는 예산이 읍·면·동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이다. 이를 평균 150만원으로 계산하면 23개 읍면동의 감사를 위해 1년에 3450만원의 예산이 드는 셈이다.

결국 산술적으로 보면 격년제에서 매년 감사를 실시함에 따라 1520여만원의 예산이 낭비된다는 것이다.

경주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읍면동은 주민 민원 등의 업무가 대부분이며, 주요 예산 집행사항도 없어 격년제로도 충분한데 매년 실시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행정사무감사가 의회의 고유권한이라도 방대한 자료를 요구해 집행부 압력용으로 행사한다든지, 시민에게 행정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공직자의 시간을 빼앗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시의원은 “읍면동은 감사 개념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주민들과 밀접한 접촉으로 숙원사업을 듣고, 이를 의정에 반영하는 것”이라며 “격년제 감사에서 낭비되는 시간을 줄여 주민들과 관련된 보다 많은 의견을 들을 예정”이라고 매년 감사 실시 배경을 설명했다.

또 예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올해는 많이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매년 감사를 실시하게 되면 그만큼 제출할 자료가 감소해 예산도 줄 것”이라며 “내년부터 제출 자료의 간소화에 대해서도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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