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일으킨 기업 장학기금 기탁에 논란

이상욱 기자 / 2015년 05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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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재판에 계류 중인 업체로부터 장학기금을 기탁 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논란이 일고 있다.

경주시장학회는 지난달 중순 A업체로부터 장학기금 1000만원을 받기로 하고 최양식 시장과 이 회사 대표, 장학회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장학금 기탁식을 가졌다. A업체 대표는 경주지역의 인재 양성을 위해 써달라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 등에 따르면 A업체 대표는 2012년 경주지역 산업단지 조성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지난 2월 대구지법 경주지원으로부터 징역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또 1심 판결 직후 상소해 현재 대구고등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특히 산업단지 조성과정에서 지난 2013년 6월 하청업체 대표가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자 로비의혹을 제기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등 파문이 일었었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업체가 장학금을 아무런 여과 없이 기탁한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시민들로부터 도덕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산업단지 조성에 참여했다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하청업체 관계자들로부터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 하청업체 중 한 관계자는 “A기업이 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다수의 업체에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장학금을 내놓은 것은 인면수심이나 다름없다”면서 “아직 그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도 있는데 이를 자랑이라도 하듯이 언론에 나오도록 한 경주시도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업체의 대표는 “장학금은 미래 인재 육성을 목표로 청소년과 대학생 등에게 지급되고 있는데 이런 기업의 돈을 시가 받아도 되는지 묻고 싶다”며 “더구나 한 업체의 대표가 자살했고, 그의 유가족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시가 장학금 기탁을 홍보하는 것은 사람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격분했다.

이에 대해 경주시와 장학회 관계자들은 A업체와 관련된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말로 일관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이번 장학금 기탁 과정은 A업체가 시의 한 부서로 장학기금 의사를 밝혀왔고, 이 회사에 대한 정보를 모르던 담당자가 곧바로 경주시장학회로 연결해 이뤄졌다는 것.

경주시장학회 역시 이 기업에 대해 상세히 알 수 없었고, 당연히 좋은 뜻으로 기부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접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대부분 공무원들이 업체의 이름만으로는 상세한 사정을 알지 못한다”면서 “이런 경우가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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