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사무조사, 특정한 사안 ‘맞다 vs 아니다’ 신경전 벌여

집행부와 시의회 갈등 증폭 논란

이상욱 기자 / 2015년 05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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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사무조사가 시작된 지난 19일 경주시의 자료 미제출로 당초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이날 공무원들은 참석치 않았고 특위 위원들이 대책을 논의했다.
ⓒ (주)경주신문사


경주시의회가 시행키로 한 행정사무조사가 자료제출을 두고 집행부와 시의회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며 갈등을 빚고 있다. 시의회가 제출을 요구한 자료의 항목이 행정사무조사를 실시할 만큼 특정한 사안이 맞는지 여부를 놓고 큰 의견차를 보이면서 경주시와 시의회 간 힘겨루기를 하는 모양새가 된 것.

경주시의회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특위)는 18일부터 29일까지 집행부를 상대로 행정사무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당초 제203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확정한 5개 사항에 대해 경주시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특위는 공무원 노조 등의 반발로 일부 항목을 일단 제외하는 등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이어 공문을 통해 집행부와 의견 개진을 통해 △음주운전 등으로 징계 받은 직원들에 대한 조치결과 △안전관리계획 수립 및 훈련현황 △사유지 매입 및 시유지 매각현황 △주요부서 물품구매 및 공사계약 현황 등 4개 항목으로 조정하는 듯했다.

그러나 시는 지난 15일 경주시의회에 공문을 보내 제출할 자료를 특정사안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대응했고, 행정사무조사 첫날인 18일까지 단 한 건의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시는 조사 이틀째인 19일 오후까지 4개 항목에 대한 자료를 특위에 제출했다. 이로 인해 당초 19일부터 해당부서 관계자를 상대로 심문을 실시하려던 특위 활동은 시작부터 차질을 빚었다.

이처럼 시가 자료제출이나 출석요구를 미루자 특위는 당초 일정과는 달리 지난 20일 현장방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날 동궁원을 시작으로 경주예술의전당, 국민체육센터를 차례로 방문해 재난안전관리계획 수립 및 훈련현황과 시설에 대해 현장 확인했다.

이처럼 행정사무조사가 집행부의 반발을 싸며 크게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은 경주시의회가 당초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특위가 이번 행정사무조사에서 조사 대상과 자료 요구사항이 특정한 사안으로 한정하고 있는 법령의 조사대상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집행부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는 것.

특히 2015년 행정사무감사를 한 달 여 앞둔 시점에 행정사무조사를 시행해 공무원들의 업무가중과 이로 인해 시민의 신뢰에 손상을 초래했다는 점, 조사 내용 또한 행정사무감사 기간에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 등에서 이번 조사가 설득력을 잃어버렸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그러나 시의회 특위의 주장은 이와 상반돼 갈등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동은 의원은 특정사안 여부에 대해 “지난해 행정사무감사 조치 결과에 대해 자료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특정한 사안이 된다”면서 “일부 조치 결과는 시정되지 않거나 거짓말을 한 부분이 발견돼 이를 확인하고 조치하는 것은 시의원의 의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또 “행정사무감사 기간이 9일 간인데 읍·면·동 감사와 주말을 제외하면 본청 감사는 3일 정도 밖에 안된다”면서 “올해 7월 열리는 행정사무감사를 보다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행감 때 시정 조치된 결과를 미리 확인하는 차원에서 이번 조사를 실시하는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는 지난 19일 △음주운전 등의 이유로 징계 받은 직원들에 대한 조치결과 △안전관리계획 수립 및 소방안전계획서에 의거 훈련현황 △사유지매입 및 시유지 매각 현황(당초 5개과에서 3개과로 축소) △주요부서 물품구매 및 공사계약 현황(당초 21게 부서에서 보건소만 제출)에 대해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행정사무조사 방향은?
경주시가 조사특위의 자료제출 요구에 불만을 표출한 만큼 향후 시의회의 대응이 주목된다.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집행부가 제출한 서류에 대한 검토 후 오는 26일부터 관련 부서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심문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경주시가 제출하지 않은 나머지 자료에 대해서도 본회의에서 확정된 사안인만큼 다시금 제출을 요구할 방침이다. 또 13일까지 자료제출을 요구했으나 19일 자료가 제출된 만큼 본회의 의결로 행정사무조사 기간을 6일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자료 미제출에 대한 제재는?
경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조례는 ‘특별히 규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료제출이나 출석요구에 응하고 협조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어긴 것에 대한 제재수단은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류제출을 요구받은 경주시청이나 공무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제출이나 출석을 거부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는 있다.

서류제출 불응 시 100만원, 출석요구 거부 시 500만원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주체는 시의회 의장이 아니라 시장이다.

이 또한 의무사항이 아니라 ‘의장의 통보 등으로 시장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명시해 출석 또는 자료제출 거부에 대한 제재방안은 지극히 미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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