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감 무소식’

문화재 발굴 뒤 토지매입 10여년째 안돼···피해 호소
문화재 지정 안 된 사유지 보존조치 후 재산권 행사 침해

이상욱 기자 / 2015년 04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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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지역 사유지에서 발굴된 유적 또는 유구 등이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채 보존 조치된 경우 국가의 토지매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토지 소유주들이 보존조치로 인해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해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문화재청 등 관련당국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

문화재 관련 기관에 따르면 지역 내 이 같은 사례는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2건. 2002년 문화재청으로부터 보존 조치를 받은 내남면 덕천리 주택 등 건립부지를 비롯해, 2007년 인왕동 단독주택 부지, 2011년 남산동 주택신축 부지 등 3건, 2013년 천북면 신당리 공장신축부지 등 2건, 2014년 지역 내 공장 및 근린생활시설 건립 부지 등 4건이다.

남산동 단독주택 건립부지와 안강읍 갑산리 공장신축부지에는 절터관련 유적이 발굴돼 문화재청은 보존 조치를 내렸다.

특히 지난 2013년 천북면 신당리 산 7번지 공장 신축부지에서 발견된 왕릉급 고분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관심이 집중됐지만 현재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채 보존 조치됐다.

이들 부지는 모두 공장 또는 주택을 짓거나 짓기 위한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유적 등이 발굴돼 공사가 중단된 곳이다.

이에 따라 일부 소유주들이 그동안 수십차례 민원을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당국은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했다는 것이다. 특히 시에 따르면 이들 12개소에 대한 토지매입 비용은 14억여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 등이 지난 2002년부터 연차적으로 토지매입을 했더라면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매입이 가능한 것으로 보였던 만큼 이에 대한 의지가 전혀없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A씨는 “보존 조치 지시 이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며 수년째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토지매입 등이 이뤄지지 않고 재산권 행사를 막고 있다”면서 “문화재법이 ‘악법’이라는 것은 경주시민이면 공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지매입 가능하도록 법 개정···예산 편성 안돼 시간 걸릴 듯
이 같은 민원이 일자 지난해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유적 등이 발굴된 사유지에 대해 보상할 근거가 마련됐다.

이 법 제26조 문화재 보존조치에 따른 매입은 ‘문화재 보존조치로 인하여 개발사업의 전부를 시행 또는 완료하지 못하게 된 경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해당 토지를 매입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법 조항 중 ‘매입할 수 있다’는 토지매입에 대한 의무가 아니라 권고사항에 가까워 불만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29일부터 시행된 이 법에 따른 예산도 편성되지 않아 아직 토지매입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그동안 없었던 법 조항을 개정해 이제부터는 토지매입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면서 “예산이 편성되면 순차적으로 이들 사유지에 대한 토지매입이 가능할 것이다”고 밝혔다.

또 “예산 범위 내에서 집행을 하다보면 다른 부가적인 문제로 인해 의무사항으로 법을 제정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면서 “법이 제정된 만큼 향후 개선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최대한 토지매입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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