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의회, 월성1호기 계속운전 여전히 ‘입장 없다’

권영길 의장, ‘반대···의견도출 해야’ 모호한 발언만

이상욱 기자 / 2015년 03월 13일
공유 / URL복사
경주시의회가 월성1호기 계속운전과 관련해 여전히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시민 대의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비등하다.<본지 제1181호 2면 참조>

시의회는 지난 6일 시와 월성원자력 관계자를 출석시켜 ‘월성1호기 계속운전 승인에 따른 안전성 및 향후계획’을 주제로 전체의원 간담회를 열었지만 입장표명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지난해 7월 제7대 시의회가 출범한 이후 원안위의 월성1호기 계속운전 승인, 지난 2일 열린 시의회 국책사업 및 원전특별위원회에 이어 이날 전체의원 간담회까지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

이로 인해 이날 일부 의원들이 이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논의조차 없이 간담회를 마쳤다. 특히 권영길 의장은 찬반입장을 묻는 질의에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불만을 사기도 했다.
시의회의 찬반 입장을 질의한 것은 김동해 의원. 김 의원은 “월성1호기 계속운전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승인 뒤 전체의원 간담회를 개최하는 것은 늦었다”며 “시민의 대의기관으로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된다”고 권 의장에게 강한 어조로 질의했다.

이에 대해 권 의장은 “간담회가 늦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난 6대 시의회에서 월성1호기 계속운전을 반대하는 결의문을 채택했고, 7대 들어서도 변경된 것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돼오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김 의원은 “지난 6대 때 결의문 통해 반대의견을 냈으니, 시의회는 (월성1호기 계속운전에 대해) 반대 입장인가”라고 재차 물었다.

이에 대해 권 의장은 “반대가 아니라 오늘 간담회를 통해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결론을 도출해보겠다”고 말했다.

결국 권 의장의 발언은 6대 의회에서 월성1호기 계속운전 반대 결의문을 채택해 7대까지 지속되고 있어 ‘반대 입장’이라고 표현했다가 반대가 아니라 의견을 도출해보겠다는 애매모호하고 모순된 입장을 보인 것이다.

특히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도출하겠다고 말한 권 의장은 이날 5시 30분경 간담회가 끝날 때까지 의원들의 뜻을 물어보지 않았다. 이처럼 권 의장을 비롯해 대부분의 의원들이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해 시민 대의기구인 시의회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의회 내부에서도 의견이 단일화 되지 않고 있어 향후 시의회의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기까지는 상당한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최 시장 수용 기자회견 날선 비판
이날 간담회에서 의원들은 지난달 27일 최양식 시장이 원안위 결정에 수용한다는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정현주 의원은 “원안위 승인 결정 후 11시간 쯤 지난 후 최 시장이 수용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어 주민들이 황당해 했다”면서 “주민 안전이 걸린 문제인데 승인 결정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주민 의사와 시의회의 의견을 듣지 않고 발표를 한 다음 어떻게 주민수용성을 운운하는지 의문이 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승직 의원도 “시민단체가 반대하고 의회 원전특위가 재가동에 문제가 있다는 의사를 표현한 상태에서 전체의원 간담회를 거치지 않고 수용한다는 기자회견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라며 “간부 공무원들이 시장을 그렇게 밖에 보필하지 못하나”고 질타했다.

엄순섭 의원은 “새벽 1시 원안위 회의 끝나고 경주로 내려오는 도중에 시장이 기자회견 한다고 들었다. 원전특위나 집행부 공무원에게 물어보고 기자회견을 해도 늦지 않았다”며 최 시장의 기자회견에 유감을 표명했다.

권영길 의장은 최양식 시장이 지난달 27일 기자회견 전에 전화통화한 내용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권 의장은 최 시장이 기자회견하는 날 오전 8시경 전화로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하고 안전문제 주민수용성 확보에 대해 발표하는데 같이 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것.

그러나 그 시간에 동경주에 회의가 예정돼 있었고 전체의원들과 원전특위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이상 (기자회견에)함께 설 수 없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X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