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집회로 관광도시 이미지 실추 우려

27일부터 29일까지 지역 내 대규모 집회 잇따라
“시·시의회 갈등 해결방안 찾는 노력 없다” 지적

이상욱 기자 / 2015년 0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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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8일 시청앞에서 지역상인 300여명이 모여 대형마트 입점 반대를 외쳤다.
ⓒ (주)경주신문사


지난해에 이어 새해 들어서도 경주지역에 각종 집회가 잇따라 관광도시 경주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 입점, 자원순환시설, 월성원전 1호기 등 주요 지역현안들로 수년전부터 갈등이 지속되고 있지만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자 시의 소극적인 행정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경주시의회도 주민들의 눈치를 살피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한 발 물러선 형국이어서 갈등 해결에 의지조차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주경찰서에 따르면 올해 1월 들어 경주지역에서 신고가 접수된 집회는 무려 21건. 휴일과 주말을 빼면 1월 근무일수가 총 21일로, 결국 하루에 1건씩 집회신고가 들어온 셈이다.

이중 실제 집회로 이어진 것은 신고건수의 절반이 넘는 12건으로 나타났다. 최근 경북경찰청이 발표한 집회분석결과에 따르면 경주가 도내 23개 시·군 중 집회와 시위가 가장 많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2년간 경북에서 열린 집회와 시위 3102건 중 경주에서 914건(29.5%)이 개최돼 가장 많았고, 포항이 562건으로 뒤를 이었다.

경찰은 경주에 월성원전과 방폐장 등 민원이 제기될 수 있는 시설이 많고, 다른 지역에 비해 노조가 강성이어서 집회나 시위가 잦았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3년부터 집회와 시위가 가장 많았던 경주지역이 올해 1월 들어서도 각종 집회가 잇따라 ‘집회 1위 도시’의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것.

이처럼 수년 전부터 경주시청 앞을 비롯해 지역 곳곳에서 집회가 이어지자 관광도시 경주의 이미지를 흐리고 있다는 등의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경주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집회사례를 보면 경주시와 시의회가 초기 단계부터 중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타 도시와 외국인 등이 관광을 위해 경주를 찾아 왔다 집회를 목격하는 사례가 많아 자칫 민원이 들끓는 도시로 낙인될까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잦은 집회로 경주시청 인근 자영업자들의 원성도 극에 달하고 있다. 시청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A(55)씨는 “확성기 소리가 이제 지겹다 못해 괴로울 뿐만 아니라 집회 당일이면 장사가 안된다”며 “집회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타인의 사생활이 심각하게 침해된다면 그 자유도 제한돼야 한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 안강읍 주민들은 지난해 12월 11일 경주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자원순환시설 건축허가 취소를 촉구했다.
ⓒ (주)경주신문사


#월성1호기 수명연장 관련 대규모 집회 열려
이런 가운데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경주시청 앞을 비롯해 안강읍사무소와 월성원자력본부 앞 등에서 4건의 대규모 집회가 열려 시와 집회주최단체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지난해 12월 11일 결성한 양남면 나아리 생계대책위원회 주민들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월성원전 앞에서 1차 집회를 개최한데 이어 27일부터 28일까지 2차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원전으로 인해 인근 논과 밭은 오염되고, 인근 주민들은 갑상선암 등의 발생으로 정서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며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반대했다.

또 지난해 10월 감포, 양북, 양남 등 원전 인근지역 3개 읍·면 주민들로 결성된 월성 1호기 동경주대책위원회는 29일 양남면 원자력공원에서 대규모 연대 집회를 가졌다.

이날 연대집회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 15일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여부를 심사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2월 12일로 회의를 연기한 상태에서 위원들의 월성원전 현장방문에 맞춰 열렸다.

이외에도 지난해 4월 결성된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는 그해 8월 25일부터 현재까지 100일 넘게 월성원전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충효동 대형마트 입점을 반대하는 도심권 상인단체로 구성된 경주상인보호위원회(의장 박기섭)도 지난 28일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이 단체 회원 300여명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경주시청 앞에서 대형마트 입점 예정지 내 위치한 시유지 매각반대와 입점저지를 촉구했다.

경주상인보호위원회는 지난해 11월 20일과 12월 16일 경주역에서 항의집회를 갖고 가두행진을 하는 등 이날을 포함해 최근까지 세 차례 집회를 열고 시의 행정을 비난했다.

반면 대형마트 입점을 찬성하는 단체인 경주시민 자조모임(대표 이인옥)은 지난해 12월 11일 경주시청 앞에서 1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대형마트 입점을 위해 경주시에 시유지 매각을 촉구했다.

이처럼 대형마트 입점을 두고 찬반이 명확히 갈리면서 시민들 간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시간 (주)밸류인사이트리테일이 지난해 3월 신청한 건축허가에 대해 6월 조건부 가결 결정이후 7개월여 지났지만 제대로된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갈등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원순환시설(축산분뇨처리시설)을 경주시가 안강읍 두류일반산업단지 내 2410㎡의 부지에 지상 2층 규모로 건설을 허가한데 따른 반발 집회도 지난 29일 열렸다.

안강읍주민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안강읍사무소 앞에서 자원순환시설의 건축허가의 반대를 위한 안강읍민 결의대회를 열고 시에 허가 취소를 촉구했다.

이에 앞서 안강읍 주민들은 지난해 12월 11일 경주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3만명 안강 주민이 하나가 돼 허가취소와 발전적 미래가 있는 그날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경주시·시의회 갈등 해결 의지 없다
지난 3일간 대형집회가 잇따랐지만 경주시나 시의회는 갈등해결을 위한 뚜렷한 대책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시는 월성 1호기의 경우 계속운전 여부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결정하는 상황이어서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또 시는 찬반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충효동 대형마트 입점과 관련해 시유지 매각을 놓고 3년 넘게 결론 내리지 못하고 있어 양측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으며, 자원순환시설 역시 대안 없이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경주시의회도 마찬가지다. 지난 15일 열린 전체의원 간담회에서 충효동 대형마트 입점을 논의하며 지역구와 상관없는 비례대표 의원을 제외하고는 찬반으로 갈라진 지역 민심에 눈치를 보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못했다.

게다가 월성 1호기 계속운전과 자원순환시설 반대 집회가 열린 29일엔 각 상임위원회별로 현장견학을 진행해 눈총을 사고 있다. 문화행정위원회는 29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강원도 영월군으로 라디오스타박물관 운영현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권영길 의장을 비롯해 8명의 의원이 동행했다.

또 경제도시위원회도 이날 7명의 의원이 군위군 소재 산지유통센터 등 현장방문을 떠났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제일 가까이서 들어야 할 시의원들이 사전에 일정이 잡혔다는 이유로 집회가 열리는 날 지역을 벗어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경주의 현안도 제대로 대안을 내놓지 못하면서 다른 지역의 우수사례를 견학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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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상욱 기자 lsw8621@hanmail.net/사진=이필혁 기자 dlvlfgu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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