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행감 반복되는 준비 미흡 논란

강승탁 기자 / 2013년 07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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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가 7월 정기인사 후 곧바로 실시돼 집행부의 준비소홀로 ‘속빈강정’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경주시의회는 지난 11~19일까지 9일 일정으로 행정사무감사를 펼쳤는데 일부 공무원은 의원들의 질의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등 사무감사의 질을 떨어뜨렸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지난 15일 국책사업단 감사에서는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방식을 두고 의원의 질의가 이어졌지만 담당 공무원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단장을 비롯한 과장급 공무원들은 감사장에서 의원의 질의에 대해 “조속히 업무파악해 보고하겠다” “잘 모르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해 눈총을 받았다.

국책사업단은 그간 6개월~1년 단위로 수시로 단장이 교체돼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논란이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경주시가 스스로 국책사업단의 업무를 경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날 권영길 의원은 “월성원전, 방폐공단, 양성자가속기사업을 담당하는 국책사업단이 이들을 잘 통제할 수 있겠느냐”면서 “통제도 지시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같은 날 문화시민위원회 감사장에서도 비슷환 현상이 빚어졌다. 경제산업국, 시민생활국에 대한 감사 현장에서 의원들은 시 경제 현안과 시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항을 집중 질의했지만 정작 담당 과장들은 “잘 모르겠다” “서면으로 제출하겠다”라고 답하기 일쑤였다.

이에 대해 사무감사 주 감사대상인 각 과의 국장, 과장 등 대부분이 이번 인사로 자리를 이동하면서 업무파악 시간이 부족한 점이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7월 1일 단행된 시 인사에서는 경제산업국, 문화관광국, 도시개발국 국장과 국책사업단장 등 국장급 4명이 승진 발령되면서 자리이동이 됐고 전체 80여명 과장급 간부 중 29명도 자리를 옮겨갔다.

정진철 경주경실련 집행위원장은 “오래 근무한 담당자들도 방대한 자료를 다 알 수 없어 사무감사에는 밤을 새며 업무파악을 하고 나오는데 발령난지 일주일 만에 감사장에 나오다 보니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지겠냐”면서 “어찌 보면 부실감사가 이미 예정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 집행부의 인사는 비단 이번 해에만 그친 것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시 집행부는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7월1일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행정사무감사를 11·12월에 열리는 2차 정례회 기간으로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주시의회 회기와 그 운영 등에 대한 조례’에 따르면 제1차 정례회는 6·7월 중에, 2차 정례회는 11·12월 중에 집회한다고 돼 있어 2차 정례회 기간에 감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변경할 필요성이 높다는 것.

김성규 시의회 운영위 부위원장은 “2차 정례회 기간 중에 사무감사를 실시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집행부 인사는 시 소관으로 의회가 관여할 일은 아니다”면서 “또 2차 정례회 기간 중에는 예산안 심사를 다루는 큰 업무가 있어 사무감사 일정을 변경하면 업무가 과중돼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행정사무감사는 1년 동안 시 집행부가 펼쳐온 행정에 대한 다양한 정책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시의회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다. 행정사무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예산낭비를 비롯해 공무원이 각종 비리에 노출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모 시의원은 “담당 공무원이 감사를 받을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출석해 답변하는 것을 보니 정말 답답하다”면서 “아무리 업무파악이 안됐다지만 최소한도 소관 부서에 대한 업무파악은 하고 와야되는데 그렇지 못해 정말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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