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시즌 상춘객 교통편의 나 몰라라

주요 명소마다 심각한 교통체증 불법 주·정차량으로 도로 기능 마비

이필혁 기자 / 2013년 04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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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보문단지로 진입하려는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일대 교통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 (주)경주신문사


국내 대표 관광도시인 경주시가 관광객 교통편의 제공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구름 인파가 몰린 올 벚꽃시즌(3월 하순~4월 초순)에도 어김없이 꽉 막힌 도로는 물론 불법 주·정차량 탓에 관광객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빈축을 샀다.

◆벚꽃 관광객 인산인해
전국적 벚꽃 명소답게 경주는 올 벚꽃시즌동안 수십만 명의 상춘 인파가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경주시는 지난달 마지막 주말인 30~31일 이틀간 15만 명이 경주를 찾은데 이어 벚꽃이 절정을 이룬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닷새간 30만 명이 추가로 방문했다고 밝혔다.

경주시가 집계한 관광객 이동상황통계 자료에 따르면 궂은 날씨를 보인 지난 6일에도 막바지 벚꽃 관광을 즐기려는 경주 방문 관광객은 12만2578명으로 조사됐으며, 다소 쌀쌀한 날씨를 보인 4월 첫째 주 일요일인 7일에도 12만8017명이 찾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주시는 이달들어 벚꽃 명소를 소개하는 홍보자료와 함께 주요 벚꽃 명소 곳곳에 구름 인파가 몰렸다는 보도자료를 잇달아 내는 등 홍보에 열을 올렸다. 벚꽃나무 3만2000여 그루가 식재돼 있는 경주는 국내 대표 벚꽃 관광명소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벚꽃 명소마다 교통체증 극심
경주시는 그러나 벚꽃 관광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차량들로 인해 최악의 도로 사정을 보인 것에 대해선 애써 외면하는 자세를 보여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본보 취재팀이 이번 벚꽃시즌 내내 보문단지, 김유신 장군묘 가는 길, 대릉원 돌담길, 동부사적지 등 경주시가 선정한 주요 벚꽃 명소를 대상으로 도로 사정을 점검한 결과, 곳곳에서 심각한 교통 체증을 빚은 것으로 확인됐다.

벚꽃이 절정을 이룬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흥무로 일대엔 편도 한 차선을 통째로 불법 주정차량이 차지하고 있었다. 아울러 도심에서 흥무로를 잇는 서라벌네거리-터미널 네거리-서천교 구간은 큰 혼잡을 빚었다.

밤 9시30분을 기준으로 경주농협에서 서천교를 빠져나가는 데만 평소보다 적게는 10여분에서 길게는 20분가량 더 소요됐다. 서천교에서 서라벌대학 방면 태종로 일부 구간도 불법 주·정차량들로 몸살을 앓았다. 보문호수길, 보문정 등 경주지역의 벚꽃 명소로 가장 유명한 보문단지도 사정은 엇비슷했다.

벚꽃 상춘객들이 크게 몰린 지난달 30~31일 이틀간 보문단지를 둘러본 결과, 평소 10여분 소요되는 시내에서 보문단지에 이르는 길은 최대 1시간 이상 걸릴 정도로 극심한 지·정체현상을 빚어 관광객들로부터 원성이 높았다.

보문단지 곳곳엔 차량 병목현상은 물론 불법 주·정차량도 어렵지 않게 목격됐다.
힐튼호텔에서 경북관광공사 사옥으로 이용되고 있는 육부촌까지 편도 2차선 한 차선은 불법 주·정차량으로 넘쳐났고, 대명콘도에서 한화콘도 방면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런 현상은 일기예보 상 강풍을 동반한 궂은 날씨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 4월 첫째 주 주말을 앞두고 벚꽃 관광객들이 크게 몰린 지난 5일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기자가 지난 7일 오후 ‘불국사 벚꽃단지’를 가기 위해 보물로에서 경감로삼거리까지 약 2.5km를 주행하는 데만 50여분 이상의 지체현상도 빚었다.

동부사적지 부근 도로 또한 불법 주·정차량으로 몸살을 빚긴 마찬가지였다.
강풍을 동반한 적잖은 봄비가 내린 지난 6일 오후 8시께 첨성대 인근 식당가와 카페거리 부근엔 편도 1차선 갓길에 대형 관광버스와 승용차량이 어림잡아 500m 가량 줄을 짓고 있어 서행 운행이 불가피했다.

◆경주시·경찰, 대책 마련 소홀 비난
이처럼 최악의 도로 사정을 보인데도 불구하고 경주시와 경찰은 사실상 수수방관적 자세로 일관해 관광객들로부터 원성이 쏟아졌다. 김익희(42·대구시 동구 효목동)씨는 “보문단지 벚꽃 명소를 찾으려다 대부분의 시간을 길에서 허비했다”면서 “이렇게 심각한 교통체증을 빚는데도 행정 및 교통당국의 도움의 손길은 전혀 받지 못했다”고 불평했다.

본보 확인결과, 이번 벚꽃시즌동안 경주시가 실시한 주말(30~31·6~7일) 불법 주·정차량 단속건수는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 주·정차량 단속 차량은 평일 주요 관광명소에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경찰 또한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원활한 교통 흐름 제공을 위해 자구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벚꽃 야경을 즐기기 위해 늦은 밤까지 관광객들이 몰고 온 차량으로 인해 벚꽃 명소를 잇는 주요 도로 곳곳에서 지·정체 현상을 반복했지만 일부 신호 체계를 점멸등으로 바꾼 것, 특정시간대에 수신호로 교통 편의를 제공한 것 등을 제외하곤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도로 탓만 늘어놓았다.

경주경찰 한 관계자는 “열악한 도로 인프라망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면서 “경주의 경우 한꺼번에 많은 차량이 도로로 몰릴 경우 교통 체증을 유발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고 밝혔다.

경주시 역시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 이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관광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제공하기 위해 벚꽃명소에 대한 불법 주·정차량 단속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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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대·이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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