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학교ㆍ교사평가후 교육 경쟁력 더 높아졌다"

교육개혁ㆍ인재 발굴 전략

경주신문 기자 / 2009년 11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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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학교ㆍ교사평가후 교육 경쟁력 더 높아졌다"

교육개혁ㆍ인재 발굴 전략

●창조적 인재양성 방안


"학교 교육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학교와 교사에 대해 주기적으로 평가해 수준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 "(스캇 해리슨 전 영국 왕립교육평가원 평가관)

"강단을 없애고 교수와 학생들 간의 간격을 좁혀라."(로리 브레슬로 MIT 교수학습센터 소장)

5일 '창조적 인재 양성을 위한 정책 방안'을 주제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09' 트랙A 세션에서는 학교 교육의 수준을 높이고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다양한 제안이 나왔다.

◆교육수준 개선 않는 학교는 폐교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한 학교평가 및 교원평가 방향'을 주제로 한 세션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해리슨 전 평가관은 "학교평가가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교 간 격차를 줄이는 데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교육진흥청은 전국의 모든 학교를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상위권 학교는 5년마다 △하위권 학교는 2~3년에 한 차례씩 평가를 실시한다. 교과과정 및 교육 기자재에 대한 평가와 함께 교수법 등에 대해서도 평가해 간접적인 교원 평가의 효과도 얻고 있다.

해리슨 전 평가관은 "학교평가에서 기준 이하의 점수를 받은 학교 중 85%가량은 다음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며 "낮은 점수를 받고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학교는 폐교시키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평가를 하는 이유에 대해 "교사와 학생 등 학교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외부의 평가와 이를 바탕으로 한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니콜라스 버넷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보는 "국가별,지역별로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특수성에 맞는 평가방법을 개발해야 한다"며 "평가를 실시할 경우 영국처럼 결과를 공개해 객관성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옥식 한가람고등학교 교장은 "평가를 하다 보면 편의를 위해 수치화하기 쉬운 항목에 대해서만 평가를 하게 될 수 있다"며 "이 경우 학교 교육의 창의성 등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운 부분을 소홀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세영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내년부터 시행될 교원평가제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며 "교원의 수준을 높인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MIT 대학의 '틸 교실'

브레슬로 소장은 '창의적인 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 교육의 질 제고 전략' 세션에서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 교육 방식으로 이 대학의 '틸(teal) 교실'을 소개했다.

'틸 교실'은 일반적인 강의실과는 구조부터 다르다. 틸 교실에는 교수가 서서 강의를 하는 강단이 따로 없다. 교수의 자리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학생들은 여러 개의 원탁에 나눠 앉는다. 교수는 원탁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화두만 던져주고 학생들은 5~10명씩 원탁에 둘러앉아 토론하면서 문제의 답을 찾아나간다.

브레슬로 소장은 "이 같은 방식으로 한 학기 동안 수업을 진행한 결과 학습 효과가 30% 이상 향상됐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의 머리를 열고 지식을 쏟아붓는 주입식 교육은 지양해야 한다"며 "학생 스스로가 지식을 구성하게끔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문학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데이비드 스코튼 코넬대 총장은 "인문학은 여러 분야를 포괄하는 통합적인 사고의 바탕"이라며 "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대일수록 비판적 사고력을 함양할 수 있는 인문학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시대를 맞아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인문학은 필수"라고 덧붙였다.

리처드 밀러 미국 올린공대 총장은 "소설을 읽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인문학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다"며 "등장인물과 작가의 내면까지 읽으려는 노력은 매우 훌륭한 창의적 사고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 글로벌 인재 육성 위해 협력"

아시아권 대학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경을 초월한 대학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세계 경제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 만큼 국제사회에서 이에 걸맞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인재 양성에서도 앞서가야 한다는 것이다.

가와구치 기요후미 일본 리쓰메이칸대 총장은 '아시아판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은 유럽연합(EU) 회원국 대학 간에 상호 학점 인정과 공동 커리큘럼 개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교류협력 프로그램이다. 이와 관련,한국 중국 일본 등 3국은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3국 대학 간 교류협력을 위한 '한 · 중 · 일 고등교육 교류협력위원회'를 구성키로 합의한 바 있다.

가와구치 총장은 정부 차원의 노력과 더불어 대학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 대학들은 상호 협력을 위한 노력이 아직 부족하다"며 "교과과정,장학제도,기숙사 시설 등 모든 면에서 외국인 학생들을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1세기가 아시아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하지만 유능한 인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아시아 국가들은 교육의 질을 높이고 글로벌 인재를 키우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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