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처한 경주고 야구부

총동창회 지원 끊기고 선수 수급도 문제

황재임 기자 / 2008년 0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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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대통령배 준우승, 1992년 청룡기 4강, 2001년 청룡기 8강, 2003년 대통령배 준우승, 2006년 화랑대기 4강 등 나름대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던 경주고등학교 야구부가 재정 등의 이유로 위기를 맞았다.

지난 17일 오전 경주고 야구부 학부모들은 교내에서 야구부의 정상 운영을 주장하며 하루 동안 농성을 벌였고, 양측은 오후 6시경 코치를 영입해 중단된 연습을 정상화한다는 합의하에 학부모들은 농성을 끝냈다. 현재 경주고 야구부는 경주중 소영철 코치가 전적으로 맡기로 하고 야구부원들을 훈련 중이다.

처음 야구부가 창설될 당시 후원을 약속했던 경주중고 총동창회의 후원이 2년 넘게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과거에 비해 초·중등학교 야구부가 현저히 줄어 선수 수급에도 매년 차질을 빚어왔다.

그리고 지난달 27일 알찬 교육위에 수업과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는 학교방침이 발표되면서 갈등이 커졌다. 이날 발표된 학교방침은 정규수업 6교시(동절기 4교시) 이후 운동할 것, 대회 출전 및 전지훈련은 예산 범위 내 실시할 것, 학부모의 야구부 운영에 대한 간섭 금지 등이다.

이번 사태에 이르게 된 배경을 관계자들로부터 들어보았다.

▶학부모측 주장=야구부 학부모회 박상병 회장은 “이번 사태가 일어난 것은 학교방침이 이슈가 아니었다”며 “문제는 경중 3학년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타 도시 야구부로 진학을 유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지난 10일 경중 3학년 6명 모두가 특기입학 원서를 냈더니, 학교측에서 개인별로 전화해 확인을 하고 11일 학교로 다시 불러 해체될지 모르는데 입학할 것이냐고 재확인했다”며 “6명 모두가 입학할 것이라고 하니까 16일 저녁 7시30분에 포항, 대구, 구미 지역 감독들을 불러 중3 학부모들과 미팅을 주선했다. 그래서 우리가 급작스럽게 모여 농성하게 됐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박 회장은 또 “감독과 코치도 없이 50여일을 자율적으로 연습토록 해 부모로서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이럴 바엔 해체시켜라 했는데 학교측은 잘할 생각은 않고 같은 내용만 주장했다”며 “학부모회비도 학교에 누를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내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하며 우리는 다만 학교측에서 열심히만 해준다면 그것으로 그만”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학교측의 입장=학교 관계자는 “재정난과 선수난이 문제다. 동창회에서 연간 3천~5천만원의 성금이 들어오다가 중단된 지 2년이 넘었다”며 “야구부 1년 예산은 1억원이 넘는데 자체예산은 2~3천만원 밖에 되지 않고 그동안 교기 육성비, 개인성금, 지구별 및 기수별 소액 성금 등으로 운영되어 왔다. 옛날에는 체육성금이 있어서(교육청에서 관리) 팀 운영하는 데 도움을 주었지만 지금은 학교자체에서 운영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윤정수 교장은 “야구는 교육지침에 방과 후 활동으로 되어있어 정규수업 후 운동하기를 주장해 왔으나 실행되지 않았다”며 “학교방침은 변함없으며 과중한 학부모 회비를 없애고 학부모들은 야구부 운영에 개입하지 않아야 하며, 기본지식을 가진 학생을 졸업 시킬 계획이다. 대학이 문제가 아니라 기본지식습득은 학교장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교장은 또 “타 도시의 감독들이 경주를 찾은 것은 현실에 맞는 더 나은 환경의 학교로 보내자는 취지였고 아이들이 옳은 팀에서 기량을 발휘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며 “현재 코치를 영입하기 위해 여러 곳에 신청을 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총동창회는?=경주중고 총동창회 유동철 사무국장은 “지역별 동창회장 회의에서 후원금을 중단하자는 의견이 90% 이상이었다”며 “첫째는 동창회관 건립에 따른 총동창회의 재정적자이고, 둘째는 선배의 입장에서 소수의 야구부만 26년간 이용해온 운동장을 이제는 전체 학생에게 돌려주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유 사무국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송년회를 못할 실정이다”며 “수년간 야구부의 성적이 저조해 호응도가 낮고 현재로서는 차후 후원금 지원 계획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총동창회의 지원이 끊어져 재정난에 허덕이는 경주고 야구부, 여기에 인근지역 중학교 야구부들조차 없어지고 있어 우수한 선수를 발굴하기가 점점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그리고 학교 측은 외부의 지원 없이는 재정문제로 운영이 어렵다는 입장. 경주 야구를 지켜온 경주고 야구부의 미래가 그리 밝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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