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한국의 술과 떡 잔치 속

멋진 전시회들

전효숙 기자 / 2008년 0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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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깊어 갈수록 손맛이 익어 더 깊은 맛을 빗어내듯 2008 경주한국의 술과 떡 잔치를 대하는 나의 마음속 감흥이 새롭다.
먹기능 전승자 유병조님. 전시장 입구를 들어서면 진한 먹향속에 한 우물을 판 장인의 집념이 오롯이 숨쉬고 있음을 발견한다. 3대째 전승되고 있음에 안도감을 느끼며 매끄러운 곳이면 어떤 곳에서도 갈리는 새로운 먹을 개발한 자랑스러움에 함께 기껍다. 그 맥을 이제는 아들이 이어나갈 것이라 한다.
영담스님의 한지사랑. 따사로운 한지의 아름다움에 발길 멈추고 가만히 숨죽여 느끼다가 잇꽃 작품 하나 말아 쥐고 일어선다.
어디서 솔솔 맛있는 냄새. 신라역사문화음식연구원에서 주도하는 신라떡 체험장은 많은 이들이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바라만 보아도 넉넉하고 24절기 떡과 전통술 전시장 안은 온갖 정성으로 잘 차려진 밥상을 대하는 마음이 든다.
전통 손명주 천연염색 작품들. 그 선연한 고움에 눈을 떼지 못한다. 양북 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실을 뽑고 베틀에서 명주을 짜는 모습을 재현해 생생한 과정을 느낄 수 있어 좋다. 고도도예 작품들을 감상하며 돌아서니 분재 전시장.
그 살아있는 작품들의 멋스러움에 탄성이 절로 우러난다. 한국분재협회 경주지부(서라벌 분재회)에서 5회째 여는 전시회로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분들이 분재가 좋아 모임을 만드셨단다. 분재는 나무나 화초의 기본만 파악하면 누구라도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시회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기에 내년에는 전국적인 전시회로 발전시켜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시겠단다.
전시장 출구를 나서니 경주신문에서 주관하는 경주 100년 역사 사진전.
눈으로 바로 들어오는 내 고장의 옛 모습들, 그 소박한 아름다움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구십을 바라보는 한 어르신은 내 여덟살 때 꼭 이 장면을 보았다며 그때의 힘들고 아린 생활과 고달픔을 이야기 하셨다. 세월이 훌쩍 되돌아가서 그때의 생생함을 느끼게 한다. 한 외국인도 숨죽이며 바라본다.
한때는 행사나 모임이 번잡스럽게 느껴져 멀리하기도 했다. 그 참맛을 못느껴서였다. 이번 전시장에서는 술과 떡 뿐만 아니라 우리 것을 느끼고 감격하게 하는 맛이 함께 있어 좋은 행사였다.
전효숙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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