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에 취한 서생

남령 최병익 서화전

황재임 기자 / 2008년 04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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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명이라 하였던가.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라 하는데 그저 먹향에 취하고 맑은 그늘을 찾아 차 마시는 것 빼놓고는 달리 내세울 것 없는 서생입니다. 붓 끝에 푸른 먹 한방울 담아 가을 하늘에 한가득 먹향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미소달마로 유명한 남령 최병익 선생의 서화전이 오는 22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재 중국문화원 전시실에서 열린다. 서예작품 49점과 2점의 달마도를 선보이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상반신의 얼굴 표정에 중점을 두어 눈을 부릅뜬 무서운 모습 대신 인자하고 평화롭게 웃는 모습(일명 미소달마)을 하고 있는 남령 특유의 달마대사를 만나게 된다.
현재 북군동에서 북산예원을 운영하고 있는 남령 선생은 미대 출신이 아닌 동국대 행정학과와 교육대학원 한문과를 나와 뒤늦게 서예에 입문한 이후 연파 최정수 선생의 필법을 익히고 중국 상해에서 왕위평 선생으로부터 사사를 받았다.
대한민국 가훈서예전 대상(문체부장관상)을 수상했으며 중국서법가협회 초청전을 여러번 할 정도로 깊이 있고 폭넓은 필법을 보이는 남령 선생은 남들과는 다른 기법의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필법가로 명성이 나있다.
자신의 글을 지어 쓰면서도 전통을 외면하지 않고 그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더불어 새로운 예술세계를 펼치려고 하는 예술가적 기본 사고를 가진 남령 선생은 그간에 누구도 시도하지 않는 글씨 형상을 찾아 난엽체(蘭葉體)라는 독특한 서체의 회화적 양식을 탄생시켜 전통적인 문자도를 한층 더 승화 발전시켰다.
불가분의 관계인 글과 그림을 통섭해 서체의 회화적 특성을 파격적으로 변화, 발전시켜 전혀 새로운 양식을 정립해 나가고 있는 그의 미지의 세계에 대한 열정은 끝이 없다.
그의 서원에는 방학 때만 되면 인근지역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그의 명성을 듣고 서예를 배우기 위해 찾아들고 있으며, 경주 금오산과 단석산 정상비 시와 글씨, 기림사 사적비 등 경주 곳곳에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황재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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