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이 무너지면 냉혹해져”

이어령 교수 문학 강연회

경주신문 기자 / 2008년 0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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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이 무너지면 냉혹해져”
이어령 교수 문학 강연회

지난 15일 고즈넉한 토요일 오후 5시 서라벌문화회관. 전 문화부장관 이어령 교수의 ‘시와 소설에 나타난 가족’을 주제로 문학 강연이 열렸다. 서라벌문화회관은 좌석을 가득 메운 시민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한국문인협회(이사장 김년균)와 국제펜클럽 한국본부(이사장 문효치), 경주시가 공동주최하고, 동리·목월문학관이 주관한 이날 강연회는 최상문 시인의 진행으로 열렸다.
이날 강연은 대금연주와 함께 펼쳐진 시 낭송으로 한층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아름다운 대금의 선율과 함께 흐르는 시는 노래가 되고, 음악이 되어 황량하고 메마른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듯 감미로움으로 다가왔다.
이날 강연에서 이어령 교수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제도인 가정이 해체되면 인간은 냉혹해진다. 인간은 처음엔 아내는 안에서, 남편은 밖에서 사냥한 먹이를 들고 집으로 오는 것으로 가정에 대한 사랑을 이루었다. 그러나 남성 창조 콤플렉스로 인해 가정의 틀이 무너지고 있다”고 말하고 “김소월 시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에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에 나타난 가장 이상적인 집은 앞에는 강, 뒤에는 산이 있고 많은 공간이 있다. 생명의 공간, 재생의 공간, 모성의 공간, 평화의 공간으로 현실과 이상이 반반씩 공존하는 이상적인 공간”이라고 말하고 이 시에는 아빠랑 형님은 없고 오직 모성의 공간만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문학을 사랑하는 삶은 세상을 살아가는 어머니, 아버지적인 것을 중화시켜서 창조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도 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논객이며 지성으로 평가되는 이어령 교수는 특유의 논리와 화법으로 한 시간 반 동안 청중들을 숨을 거둔 채 감동의 메시지를 설파했다.
유치환님의 ‘사랑하였음으로 나는 진정 행복 하였네라’를 들으며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 귀한 강연회를 가까이에서 경청할 수 있어서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사진=최병구 기자
김현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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