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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인데~3천원에 다 가꼬 가뿌리라”

박현주 기자 / 2008년 0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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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이’라는 말에 돌아다보면 빨간 소쿠리에 담겨 있던 산나물들이 검은 봉지속으로 잽싸게 미끄러지고 잠시 머뭇거리는 새 매듭지어진 봉지가 손에 쥐어진다.

“떨이라가꼬 거저다 거저. 참지름 넣고 마늘 넣고 쪼물쪼물 해가꼬 묵으면 기가 막힌데이~날도 추분데 이거 팔고 집에 갈란다”

둘둘 감아 눈만 내 놓고 앉아 있던 채소전 할매가 인중까지 목도리를 내리고 더운김을 내뿜으며 말한다. 목도리털 사이사이 작은 물방울이 맺힌다.

제법 부풀어 오른 봉지에 비해 싸다 싶은 값을 치르고 돌아서서 참았던 작은 웃음을 짓는다. 내가 채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할매는 뒤에 있던 노란 종이상자에서 딱 한 소쿠리 만큼의 나물을 내 놓고 ‘떨이’라고 소리칠 걸 알기에.

진열대 위 포장된 나물들이 소리쳐 나를 잡았던 적이 있던가. 나를 위해 말간 맨얼굴을 찬바람에 내 놓은 적이 있던가. 고향이 같다며 정겹게 덤 한줌 쥐어준 적이 있던가…. 뺨이 빨갛던 할매의 귀여운 마케팅이 산나물만큼이나 정겹다. 사진은 유난히 춥던 지난 17일 중앙시장의 풍경.
↑↑ 중앙시장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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