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신라의 석공 김진헌씨

‘황룡교 교각의 귀면상’

황명강 기자 / 2007년 07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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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신라의 석공 김진헌씨

ⓒ 경주신문사

‘황룡교 교각의 귀면상’

조각가라든가 한국미술협회경주지부 부지부장이란 호칭은 그에게 걸맞지 않았다.
짓무른 손마디, 뭉툭하게 튀어나온 손목뼈하며 망치에 다친 상처들을 동원해 끌을 잡고 두드리는 사람. 변변히 가려줄 그늘도 없는 노천 작업실에는 힘들게 걸어온 길을 대변하듯 완성을 기다리는 조각품들이 흐르는 땀을 닦아내고 있었다.
잡풀 사이로 말없이 돌을 쓰다듬는 조각가의 뒷모습에서 신라의 석공을 읽으니 반가움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경주에서 태어나서 자란 김진헌 조각가는 석사학위를 지닌 학문적으로 정립된 미술가이지만 평탄한 길을 버리고 망치와 끌을 잡은 지 20년이 흘렀다고 한다.
경주에서 감포로 가는 길. 황룡골 부근을 달려가다가 황룡제1교와 황룡제2교의 교각 끝에 세워진 귀면상의 느낌을 쫓아 만나게 된 김진헌 조각가. 지난 6월에 완공 되었다는 귀면상은 어느 곳에서나 접할 수 있는 조형물이 아니라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진 예술품이었다.
석공의 고집과 해학이 느껴지는 예의 그 귀면상은 황룡사지에서 출토된 와당의 무늬를 작가가 디자인하여 제작했다고 하는데 경주의 역사를 느끼게 하는 조형물이어서 더욱 반가웠던 것이다.
건축물이든 교각이든 우리의 역사를 멋지게 재구성한 작품들로 이 시대를 표현하고, 이다음 세대들에게는 오늘의 정신을 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겠는가.
예술인 또한 화려함을 쫓는 이 시대에 365일을 돌을 만지고 두드리는 신라의 석공을 만날 수 있었음은 참으로 큰 기쁨이고 행운이었다.

황명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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