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신문·유레카논술과 함께하는

쉽게 배우는 논술 (1)

경주신문 기자 / 2007년 06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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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신문·유레카논술과 함께하는

쉽게 배우는 논술 (1)

주요 14개 대학 최근 3년(2005~2007)
논술 제시문 474개 분석결과
ⓒ 경주신문사


『장자』 출제 회수 8회로 최다… 현대적 ‘쟁점’ 관련 고전 제시문 많이 출제

▶ 〈장자〉, 이성적 사고에 전면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어 출제 용이

▶ 동서양, 고대와 현대를 넘나드는 폭넓은 독서 필요

▶ 현대사회의 논쟁적 요소에 직접 맞닿아 있는 현대문의 출제 비중 높아

▶ 아직 교과서 비중 낮으나 2008학년도 이후 큰 비중 차지할 것으로 예상

▶ 통합형 논술의 방향에 발맞춰 제시문 출전과 유형도 변화

최근 3년간 주요 대학의 논술 제시문을 분석하는 것은 2005년 교육부가 논술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 대학들의 출제 경향이 어떤 변화를 보였는지 살펴보는 중요한 가늠자다. 그 변화의 종착지는 2008학년도부터 시행될 통합형 논술이다.

대한민국 대표 논·구술 주간지 〈유레카논술〉이 창간 1주년을 맞아 최근 3년간 주요 14개 대학의 정시·수시(자연계 포함) 논술 제시문 474개를 분석한 결과 〈장자〉(8회)가 가장 많이 출제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에 실시한 최근 3년간 조사에서 8회나 출제되었다는 것은 〈장자〉를 제시문에 활용하는 빈도가 최근 들어 더욱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장자〉는 2007학년도 수시, 정시에서만 4회나 출제됐다.

다빈도 출전 외 다른 조사항목의 결과도 지난해 조사결과와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조사결과 전체 제시문에 비해 반복 출제되는 고전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또한 고전과 현대문, 동양과 서양 제시문의 적절한 안배를 통해 논술 문항이 출제되고, 다양한 제시문을 비교 분석하는 종합적 사고 능력을 묻는 경우가 많았다. 문학작품이나 수필보다 철학, 사회학, 경제학 등 인문·사회과학 교양분야의 고전이 압도적으로 많은 점도 지난 조사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는 논술시험이 잡다한 지식을 묻거나 글쓰기 능력에 초점을 두기보다 논리적이고 심층적인 사고능력 측정이나 문제해결 능력 측정에 비중을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만 최근 들어 주요 대학들의 통합형 논술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면서 그래프나 표, 그림을 제시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난 점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또한 지난해부터 발표되고 있는 2008학년도 예시문항이나 모의고사 문제를 살펴볼 때 향후 교과서 제시문의 비중이 매우 높아질 것이라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번 조사결과 논술 시험의 유형에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제시문의 출제 방향이나 특성은 그렇게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향후 교과서 제시문이 크게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교과서 제시문만으로 문제를 출제할 수 없는 만큼 동서양이나 시대를 막론하고 폭넓은 책읽기가 요구된다는 점 역시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징분석1▶저자별, 고전별 출제 빈도

‘장자, 플라톤, 이청준, 정약용, 아리스토텔레스 등이 꾸준히 출제 - 동일한 고전이 반복 출제되는 경우는 2.5%에 불과’
동일한 고전이 2회 이상 출제된 경우는 2.5%로 매우 적은 편이었다. 3회 이상 출제된 경우는 8회 출제된 〈장자〉를 제외하고 맹자의 〈맹자〉, 존 롤스의 〈정의론〉, 플라톤의 〈국가〉 등 3개 고전에 불과했다.

이처럼 동일한 고전에서 출제되는 비중이 매우 낮은 것은 조사 기간이 3년으로 짧아 근래에 출제된 제시문을 피하려는 대학 측의 의도가 반영되었고 최근 출제경향이 현대문의 다양한 영역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동양고전의 경우 지난 조사와 동일하게 〈장자〉, 〈맹자〉, 〈논어〉에서 반복적으로 출제되는 경향이 짙었으며, 서양고전에서도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제레미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 등이 꾸준하게 출제되었다.
한국 출전의 경우 김구의 〈백범일지〉만이 2회 출제되었는데 이 역시 동일한 대학이 반복 출제한 것이다. 한국 출전의 제시문은 과거에 비해 출제 빈도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전체의 39%) 다양한 저서에서 출제되는 것이 큰 특징이다.

저자를 중심으로 볼 경우도 장자가 8회로 가장 높은 출제 빈도를 보였다. 서양의 저자 중에서는 플라톤이 〈국가〉 3회를 비롯, 각종 대화편에서 자주 출제되어 총 5회 출제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경우도 〈니코마코스 윤리학〉 뿐 아니라 〈수사학〉, 〈정치학〉 등 다양한 고전에서 자주 출제되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 저자의 출제 빈도가 과거 조사 당시에 비해 높아진 것은 이번 조사의 한 특징이다. 한국 저자의 경우 이청준과 정약용이 각각 4회 출제되었으며, 김부식, 김우창, 박지원, 복거일, 최재천, 김구 등을 포함, 2회 이상 출제된 저자 27명 중 이들이 30%나 차지했다.
2회 이상 반복 출제된 저자 역시 전체 제시문 중 6.7%에 불과해 특정 저자의 책이 집중 출제된다고 보기는 힘들다.

통합형 논술의 방향으로 제시문도 변화

자주 출제되는 고전의 기본적인 방향에는 큰 변화가 없다. 주로 현대사회에서 ‘논쟁’이 될 만한 주제와 관련된 제시문이 많다. 근대적 합리성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가져야 할지, 기술의 발달에 따라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자유와 평등의 관계, 경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개인과 국가의 관계, 환경 문제 등이 자주 출제되는 주제이며 이와 관련된 제시문이 많이 등장한다. 논술이란 획일적인 생각이나 지식을 묻는 것이 아닌 만큼 이처럼 깊이 있는 사고를 통해 논쟁적인 주제에 답을 하는 식의 문제가 출제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최근 출제되는 제시문에서 변화한 부분은 통합형 논술 문항의 특징에 발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통합형 논술 문항은 주어진 문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 식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설정하고 이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묻는 경향이 강하다. 주어진 제시문에서 문제를 설정하고 방향을 학생들 스스로 잡아야 하는 만큼 제시문 역시 난해한 이론을 제시하기보다 생각하는 방식이나 딜레마적 상황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최근에는 합리적 의사결정 방법과 관련된 주제나 게임이론에 등장하는 여러 딜레마적 상황이 자주 등장한다. 존 롤스의 〈정의론〉은 최근 자주 등장하는 고전 중 하나인데 그 내용이 평등과 관련된 문제 설정에 도움이 되며 생각의 기준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장자〉 출제 빈도 더욱 높아져

동양고전은 〈장자〉, 〈논어〉, 〈맹자〉 등 몇 개의 대표적인 고전이 반복 출제되고 있는데 이러한 경향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이 접해 본 동양고전이 그리 많지 않으며 무엇보다 이러한 동양고전들이 워낙 인간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자〉는 정시·수시 시험을 포함해 해마다 2~3회씩 제시문으로 출제되어 왔다. 최근 3년간 〈장자〉의 출제빈도는 더욱 높아졌다. 〈장자〉의 출제빈도는 앞으로도 계속 높을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논어〉와 〈맹자〉에 비해 〈장자〉가 내용 파악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장자〉는 대부분 우화이거나 비유를 많이 사용해 그 의미를 파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또한 동서양 고전 대부분이 합리적, 이성적 사고를 강조하고 있는 데 비해 〈장자〉는 인간과 인식, 사회, 국가에 대한 전면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드문 고전이다. 이러한 여러 측면 때문에 출제자들이 〈장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장자〉는 나름대로 창의적인 해석이 용이한 편이라 다양한 문제들과 접목시켜 통합형 논술의 제시문으로도 손색이 없다. 동서양 제시문을 적절하게 안배하려는 대학측의 의도가 지속되는 한 〈장자〉의 출제빈도는 낮아지지 않을 것이다. <자료=유레카논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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