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박물관 경주분관에 설치됐던 현판 ‘온고각’이 국립경주박물관에 기증됐다.
경주문화원은 지난달 26일 개최된 2024 제4차 이사회에서 이 현판의 기증 건을 의결하고, 31일 경주문화원(동부동 청사)에 보관 중인 해당 현판을 국립경주박물관에 기증했다.
‘온고각’ 현판은 조선총독부 초대 총독인 데라우찌 마사타케(寺内正毅)가 1915년 9월 중순 경주고적보존회 진열관을 방문해 기념으로 남긴 것으로, 당나라 해서체의 일본풍으로 작성됐다.
이 현판은 규목(느티나무)으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크기는 가로 199㎝, 세로 66㎝, 두께 6㎝에 이른다. 현판에는 ‘논어’의 유명한 구절 ‘옛 것을 익히고 새 것을 안다(溫故而知新)’가 인용돼 ‘온고각(溫古閣)’이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이 현판은 1974년 9월경에 국립경주박물관의 유물이 인왕동에 신축되는 박물관으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누락됐으며, 당시 박일훈 관장이 탁본 작업을 위해 개인 주거지로 옮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오랜 세월 잊혀졌으나 박 관장의 아들인 박기영 선생이 자택의 창고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됐고, 그로 인해 원 소유지에 현판을 반환하기로 결심했다.
현판은 고 김태중 문화원장의 재임 시기(2000년~2002년)에 경주문화원에 맡겨졌다.
이후 국립경주박물관 측에서 돌려달라는 요청이 이어졌고, 그동안 경주문화원은 ‘온고각’ 현판 건에 대해 여러 차례 이사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현판의 역사적 의미와 장소성 간의 조화를 고려해 현재까지 경주문화원에 소장·전시돼 왔다. 또 충분한 검토를 거쳐 결정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여러 차례 기증 건을 보류한 바 있다.
경주문화원 박임관 원장은 “이 현판의 가치가 저하되지 않도록 기증 후에도 지속적인 전시와 설명이 필요하다”면서 “국립경주박물관의 변천사를 대표하는 중요한 유물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전 국립경주박물관 함순섭 관장은 “‘온고각’ 현판은 경주 최초의 박물관 본관을 대표하는 유물로서 역사적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면서 “정년 퇴임하는 날에 이를 돌려받음으로써 경주 출신 박물관장으로서의 소임을 다한 것 같아 기쁘다”고 언급했다.
한편, 경주문화원 동부동 청사는 조선시대 경주부 관아로 사용됐으며, 일제강점기인 1913년에는 경주고적보존회의 진열관으로 변모했고, 1926년 6월 20일에는 조선총독부 박물관의 경주분관으로 지정됐다.
이후 1945년 10월 7일에는 국립박물관 경주분관으로 전환됐고, 1976년경부터는 경주시 문화원으로, 1987년부터 2007년 7월까지는 경주문화원 본관으로, 2008년 10월부터 향토사료관으로 사용되고 있다.